나의 자유 이야기 /
“은지야, 빨래할 것 빨리 가져와!”
‘아참! 부엌일부터 먼저 해야 하는데…’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신경이 분산되어 일의 우선순위가 수시로 바뀌며 우왕좌왕하는 상태를 자주 겪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하루 종일 근무하고 저녁에는 집안일을 해야 하는 보통의 맞벌이 주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부엌일을 마무리한 뒤에 베란다에 나가 빨래를 걷는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빨래의 양은 늘어간다. 아이들의 체구가 커지면서 옷의 크기도 커지고, 양말은 많기도 참 많다. 아기 때는 작고 이쁜 옷들이라 빨래를 널고 개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주름을 펴고, 가지런하게 개켜지도록 팽팽하게 잡아당겨 접는다. 빨래를 개고 난 뒤, 세탁기 속에서 세탁이 끝나고 젖어 있는 옷가지들을 꺼내어 탁탁 털어 건조대에 널며 피로가 밀려온다. 빨리 끝내고 푹 쉬거나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방법이라는 화두를 접했을 때 문득, ‘왜 이렇게 바쁘게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둥댄다고 일이 빨리 처리되는 것도 아니건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내 어리석음이여. 그 뒤로 차분한 마음으로 매사를 여유롭게 처리하려고 마음먹었다. 빨래를 널고 갤 때에도 ‘느림’을 생각했다. 그러자 신기한 현상이 생겼다. 빨래를 갤 때도, ‘빨리 개어 버려야지’ 하고 마음먹었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실밥,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단추, 덜 빠진 얼룩 등 그 동안 무심히 넘겨버렸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위를 찾고 반짇고리를 찾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실밥을 자르면서, 단추를 다시 꿰매면서, 가지런히 정리된 이 옷을 꺼내 입을 우리 식구들의 즐거워할 얼굴을 떠올리니 더욱 행복하다. 또한 빨래를 널면서도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컸구나’ 하는 깨달음과, 바쁜 엄마 밑에서도 착하고 곱게 커준 것에 대한 대견함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느림’이 내게 주는 자유! 그렇다. 사랑은 주는 사람이 더욱 행복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빨래를 천천히 느리게 개면서 깨닫는다. 남편이 입을 셔츠는 팽팽하게, 딸아이가 입을 교복은 실밥이 너덜거리지 않게, 아들이 입을 반바지는 얼룩이 말끔하게….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빨래를 천천히 개면서 내 자유를 만끽하리라!
박찬숙/서울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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