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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만 난방 끄고 딸은 전등 끄고…알뜰 모녀 살뜰 기부

등록 2010-04-27 22:00

에너지 절약이라는 ‘평범한 실천’을 나눔이라는 ‘특별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엄마 염광미(왼쪽)씨와 딸 박유영양이 지난 25일 수원 권선구 권선동 집에서 이면지를 이용해 만든 공책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위 사진) 왼쪽 작은 사진은 박유영양이 후원하고 있는 아프리카 세네갈의 한 7살 남자아이와 주고받은 편지.
수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에너지 절약이라는 ‘평범한 실천’을 나눔이라는 ‘특별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엄마 염광미(왼쪽)씨와 딸 박유영양이 지난 25일 수원 권선구 권선동 집에서 이면지를 이용해 만든 공책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위 사진) 왼쪽 작은 사진은 박유영양이 후원하고 있는 아프리카 세네갈의 한 7살 남자아이와 주고받은 편지. 수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실생활에서 에너지절약 실천
북한·아프리카 어린이 후원
“자기중심적이던 딸아이 성격
주변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화”




[나누는 삶 함께하는 세상] ③ 환경기부

엄마와 딸은 영락없이 닮았다. “특별한 일 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얼굴을 붉히면서도, ‘나눔’에 대해 얘기할 때 엄마 염광미(34·경기 수원시 권선동)씨와 딸 박유영(9·수원 명당초3)양의 눈은 똑같이 빛난다.

염씨와 유영이는 에너지 절약이라는‘평범한 실천’을 나눔이라는 ‘특별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환경기부 모녀’다. ‘환경’과 ‘기부’라는 두 가지 소중한 가치를 한 번에 실천하는 데 엄마와 딸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여름에 에어컨 사용 안 하기’, ‘겨울에 난방 줄이고 전기장판 사용하기’를 엄마가 주도하면 유영이는 ‘에너지장관’이 돼 집 안의 불필요한 전등을 끄러 다닌다. ‘에너지장관’은 두 사람의 실천을 적극 지원하는 아빠 박창현(38)씨가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25일 집에서 만난 염씨는 “유영이한테 불을 끄라는 잔소리를 수시로 듣는다”며 웃었고, 딸은 “전기를 아끼면 환경도 좋아지고,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염씨 모녀에게 절약은 자연스런 일상이다. 염씨가 딸의 1·2학년 공책 가운데 안 쓰고 남은 부분을 모아 연습장으로 엮어 놓으면, 유영이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그 재활용 연습장에 덧셈·뺄셈을 한다. 유영이는 “군것질하면 돈이 그냥 새나가는 것 같다”며 일주일에 2000원씩 받는 용돈도 쓰지 않고 그대로 모아둔다.


엄만 난방 끄고 딸은 전등 끄고…알뜰 모녀 살뜰 기부
엄만 난방 끄고 딸은 전등 끄고…알뜰 모녀 살뜰 기부
환경을 생각해서 시작한 모녀의 절약 실천은 나눔으로 발전했다. 전기나 물, 학용품 등을 아껴 ‘굳은’ 생활비를 남을 돕는 데 쓰기로 한 것이다. 염씨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매달 2만원씩 북한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유영이는 한 달에 2만원씩을 내 아프리카 세네갈의 7살 남자아이를 돕고 있다.


염씨가 절약과 나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초등학교 사서교사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시험 준비하느라 그 이전까지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던 염씨에게 사서교사 임용은 주변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염씨는 “신문 등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그 이전까지 물이나 기름 등을 아낌없이 쓴 것이 창피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눔은 염씨와 딸을 변화시켰다. 염씨는 “외동딸이라 그런지 유영이가 자기중심적이고 욕심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주변 사람을 생각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흐뭇해했다. 유영이에게는 새로운 꿈도 하나 생겼다.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단비’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유영이는 “커서 아프리카에도 가보고 싶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염씨 모녀의 나눔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염씨는 “책을 다 읽으면 책과 함께 소액을 기부하는 ‘도서 기부’를 학교에서 해볼까 구상중”이라고 했다. 염씨는 자기중심적인 아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에게 조심스레 유영이의 이야기를 건네곤 한다. 한 학부모는 염씨의 얘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 나눔에 동참하기로 했다. 염씨는 “몸소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분들도 있는데 부끄럽다”며 “소액 기부가 많이 늘어나 아이들이 누구나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후원 문의 : 1588-1940, www.childfund.or.kr

수원/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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