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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성폭력 ‘선정 보도’ 피해자 두번 울려

등록 2006-10-25 19:34수정 2006-10-25 22:36

빨간 모자, 발바리, 산다람쥐…
여성민우회, 성폭력 보도 분석
‘빨간 모자’ ‘산다람쥐’ ‘발바리’ ‘원조 발바리’ …. 성폭력 사건 보도에 자주 나타나는 가해자의 ‘속칭’이다. 경찰관들이 검거 실적을 발표하면서 언론 보도에 ‘먹힐’ 것을 겨냥해 부풀려놓은 용어를 언론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언론이 한술 더 얹는 경우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이하 민우회)는 6개 일간지(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성폭력 관련 기사 전체를 모니터한 결과 80여건의 문제적 보도 태도가 드러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신문들은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공공성보다 선정성이 도드라진 것으로 지적됐다.

말초적 호기심 자극
범죄 심각성 희화화

흥미 본위 속칭 남발=“발바리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고 있다” “‘발바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서울 발바리’도 잡아라” 등 조사 대상 신문 모두가 ‘발바리’란 용어를 쓰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사회면 가십란에서 자주 발견됐다. 독자의 호기심과 선정적 느낌을 자극하는 것으로 민우회는 분석했다. 이런 보도는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희화화하는 문제를 낳는다.

엄연한 폭력을 성애로 ‘격상’(?)=피해자에게 명백한 폭력인 사건을 연인 사이의 연애 관계, 짝사랑이 빚은 결과 등으로 묘사하는 일이 잦았다. 한 언론사는 “성인이 되면 (피해자와) 결혼하려 했다”는 가해자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옮겨 폭력과 성애를 구분하지 않았다. “옷 위로 살살 자극을 주다가 …” “처녀막이 파열됐다” “최 의원에게 가슴을 잡힌 여기자” 등 불필요하고 선정적인 묘사도 많았다. “귀엽고 예쁜 여학생만 보면 당시의 성적 쾌감을 잊지 못해” 같은 사례도 남성 성욕을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부모가 이혼해 결손가정에서 생활해온 12세 소녀가 가출했다가 끝내 성폭력 피해자로 전락”했다는 보도는 성폭력 피해가 가정 환경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왜곡했다. 또한 성폭력으로 피해를 보았음에도, ‘상태가 나쁘거나 타락했다’는 사전적 의미인 ‘전락’이라고 표현해 문제였다. “딸 키우는 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부모가 자녀들에게 수상하거나 낯선 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교육을 해야 한다” 등은 성폭력을 ‘딸들과 딸 가진 부모가 조심해야 하는 범죄’라는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했다.

“모욕 준 여성에 화나서 첫 범행” “동거녀 가출하자 성욕 채우려” 했다는 등은 피해 여성의 잘못을 강조해 문제가 됐다. 또한 범행 동기를 부분적으로나마 정당화한 점도 지적됐다.

피해자 책임도 부각
잘못된 통념 재생산


배경과 생각해볼 점=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선 제목에 ‘성’ 한 글자만 들어가도 조회수가 치솟는다. 주요 일간지의 보도 태도는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기간 중 피해자 인권 문제 등을 깊게 다룬 ‘좋은 기사’는 <경향신문> 1건, <동아일보> 1건, <서울신문> 2건, <중앙일보> 2건, <한겨레> 4건에 불과했다. 올해 초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바리’ 용어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한국방송>이 이를 따르겠다고 했다.

민우회 활동가 이선미씨는 “언론의 장삿속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보도 태도는 성폭력 예방보다는 성폭력에 대한 그릇된 사회 통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민우회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어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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