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6월 항쟁 때도 시위대 폭력만 강조
“무법천지·인민재판”…촛불시위 격화 ‘맹폭’
<조선일보>가 ‘촛불시위의 변질’을 강조하며 시위 양상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촛불 시위대의 폭력성을 묘사하는 현장의 세밀함에 매몰돼, 사람들이 격한 행동에 이르게 된 과정에는 눈감고 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9일 “조선일보의 촛불 보도에는 ‘왜’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왜’라고 묻지 않을 때 촛불을 든 시민들과 ‘폭도’는 구분되지 않고, 사람들의 과격한 행동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일탈 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촛불 시위가 과격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6월 중순부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기사를 잇따라 보도해 왔다. 23일치 1면 머릿기사 제목은 ‘법 위의 시위대’였고, 25일치 1면 머릿기사 제목은 ‘불법 시위 분수령’이었다. 27일 1면에 실린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 달 이상 서울 도심이 밤마다 시위대에 의해 점거돼 무법천지가 되고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적었다. 28일치 1면에는 40대 후반 남성의 얼굴과 함께 ‘인민재판 당한 경찰관’이란 제목을 붙였다.
‘촛불’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은 세 가지 전제 위에 있다. 첫째, 촛불은 ‘시위대’와 ‘일반 시민’으로 구분된다. 둘째, 주도 세력인 ‘시위대’는 친북·좌파들이다. 셋째, 따라서 촛불집회는 순수성을 잃었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현장에서 촛불을 봐 온 전문가들은 “이런 전제들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촛불이 꺼지지 않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사과의 진정성과 추가협상의 실효성을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촛불은 지난 50일 동안 평화 집회를 이어 오며 정부에 시간을 줬고, 분노가 폭발한 것은 촛불의 요구가 끝내 거부된 ‘고시 강행’ 이후라는 것이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가 정부의 방침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법 위의 시위대’ 기사가 나간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25일부터 경찰의 강경 진압이 시작됐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본격화했다.
27일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가 나간 뒤, 경찰 저지선은 세종로 네거리에서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까지 전진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사옥 보호를 위한 것으로 비쳤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색깔론’ 발언은 13일치 조선일보 사설 ‘정부 퇴진 국민항쟁 벌이겠다는 광우병 대책회의의 정체’를 그대로 읽는 듯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조선일보는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 진압하려는 정부에게 정당성을 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이 터진 1980년 5월25일치 조선일보는 7면 현장 르포에서 광주 시민들을 ‘총을 든 난동자’로 묘사했다. 며칠 뒤인 27일치 1면에선 “시민 냉정·이성 찾아야… 총기 반환…대화로 해결”이라고 써,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87년 ‘6월 항쟁’ 때도 ‘초긴장 도심 심야 격렬시위…곳곳서 최루탄 투척·방화’ ‘파출소 14곳 방화 등 피해’(6월10일치 1면) ‘살상·약탈을 배격한다’(6월23일치 사설) 등에서 시위대의 폭력과 시민 불편을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이 터진 1980년 5월25일치 조선일보는 7면 현장 르포에서 광주 시민들을 ‘총을 든 난동자’로 묘사했다. 며칠 뒤인 27일치 1면에선 “시민 냉정·이성 찾아야… 총기 반환…대화로 해결”이라고 써,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87년 ‘6월 항쟁’ 때도 ‘초긴장 도심 심야 격렬시위…곳곳서 최루탄 투척·방화’ ‘파출소 14곳 방화 등 피해’(6월10일치 1면) ‘살상·약탈을 배격한다’(6월23일치 사설) 등에서 시위대의 폭력과 시민 불편을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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