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보복인사’ 논란으로 방송사들이 들끓고 있다. <한국방송>(KBS)과 <와이티엔>(YTN)은 ‘낙하산 사장’ 반대 및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기자들을 지역으로 발령 냈고, <에스비에스>(SBS)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전문기자를 전보 조처했다.
한국방송은 4일자로 김현석 시사보도팀 기자를 춘천방송국으로, 김경래 탐사보도팀 기자를 부서 근무 3개월 만에 네트워크팀으로 인사발령했다. 김현석 기자는 한국방송 기자협회장 시절인 2008년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초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김경래 기자도 이 전 사장과 김 사장 취임 반대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이번 인사가 ‘사내 비판세력에 대한 보복과 공포감 조성 목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현석 기자의 경우 ‘입사 후 7년 이내에 지역 근무 경험이 없는 자만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는 한국방송의 ‘직종별 순환 전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기자는 “1994년에 입사해 98년에 이미 춘천 근무를 거쳤다. 심각한 비리나 성추행 연루자 등을 제외하면 정상적 인사에서 지역 근무 경험자를 다시 지역으로 보낸 경우는 없었다”며 “지역발령이,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손보는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사쪽 인사팀 관계자는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 인사권자가 인사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4일 밤 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제작 거부 가능성까지 열어 둔 향후 투쟁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21기 기자 22명은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기자협회 제명을, 30기 기자 94명은 인사 철회를 위한 제작 거부를 호소하며 이날 실명 성명을 발표했다. 김현석·김경래 기자는 이번주 안에 인사발령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예정이다.
에스비에스는 1일자로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논설위원으로 발령 냈다. 2003년부터 환경전문기자로 일한 박 기자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환경적·경제적 문제점을 집중 보도해왔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12월31일 낸 성명에서 “환경전문기자를 논설위원으로 보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인사권을 빙자한 저급한 보복 행위”라고 주장했다.
와이티엔 사쪽도 12월18일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기자 5명을 지역으로 전보 조처해 ‘보복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기자들은 “5명 중 4명이 노사 공동 기구인 공정방송위원회 위원이자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어 표적인사”라며 같은 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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