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항의에 등돌린 방문진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오른쪽 사진, 서서 말하는 이)이 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정부의 방송 장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동안,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왼쪽 사진 가운데)과 여당 쪽 이사들이 모두 뒤로 돌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오른쪽 사진 맨 오른쪽)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방문진 ‘MBC이사진 일방 선임’ 파장
보도·제작본부장에 황희만·윤혁 인선
사장대행에 김종국씨…인사폭풍 불듯
‘비판 재갈물리기’ 노조 격렬 저항 예고
보도·제작본부장에 황희만·윤혁 인선
사장대행에 김종국씨…인사폭풍 불듯
‘비판 재갈물리기’ 노조 격렬 저항 예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일방적인 <문화방송> 본부장 선임은 정권이 문화방송 장악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8월 방문진 이사진의 과반을 친여 성향 인사들로 채운 뒤, 엄기영 사장을 압박해 ‘뉴엠비시 플랜’을 진행시키는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권의 후반기 운명이 걸려 있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상파의 우호적인 보도가 필수적인 만큼 급하게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으니, 앞으로 문화방송은 정권의 구상에 따라 굴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후임 사장에는 김종오 전 대구문화방송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보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보수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 정흥보 춘천문화방송 사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방문진은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공모 절차를 진행해 후임 사장을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혁 제작본부장은 시사교양국 피디 출신으로, 공정방송노조에 가입한 것에서 보듯이 보수성이 강한 인물이다. 그동안 보직 국장을 한 번도 맡지 못했다. 보도본부장으로 선출된 황희만 이사는 정치부장과 미국 특파원 등을 거쳤으며, 성향은 역시 보수 쪽에 가깝다.
새 본부장이 선임되면서 당장 문화방송은 전면적인 인사 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차장 기자는 “각 본부장들은 자기 뜻에 맞는 부장과 팀장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사람이 바뀌면 내용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이미 엠비시 보도가 힘을 잃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비판적인 기사는 아예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한국방송(KBS)처럼 정권을 직접 홍보하지는 않더라도 엠비시가 의제설정 기능을 포기하고 무색무취한 방송으로만 가줘도 정권으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 추천인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비판적인 보도 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려서 진실을 왜곡하고 궁극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피디수첩’을 포함해 권력 비판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해온 시사교양국은 정권의 제1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윤혁 제작본부장이 피디수첩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던 공정방송노조 출신이라는 데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박건식 피디수첩 피디는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피디수첩은 반드시 손을 보려고 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피디들과 경영진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엠비시 노조의 저항 의지가 만만찮아 격렬한 대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엠비시 노조는 이날 당장 중앙집행위원회와 전국대의원대회를 잇따라 열며 발빠르게 투쟁 대오를 형성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새로 선임된 임원의 출근저지 투쟁과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저항 의지를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내어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새해 첫 싸움에 또다시 분연히 일어서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시민사회 세력과 야당, 문화방송 노조가 연대하면 정권이 예상치 못했던 큰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언론을 장악하면 선거도 이기고 정권도 재창출할 것 같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방문진이 방송 내용까지 완전히 틀어쥐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엠비시를 둘러싼 싸움은 상당히 길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시민사회 세력과 야당, 문화방송 노조가 연대하면 정권이 예상치 못했던 큰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언론을 장악하면 선거도 이기고 정권도 재창출할 것 같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방문진이 방송 내용까지 완전히 틀어쥐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엠비시를 둘러싼 싸움은 상당히 길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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