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최저생계비 중 회식비 및 한국인의 평균 외식비
[한겨레-참여연대 공동기획] 후퇴하는 ‘삶의 방어선’ 최저생계비 (하)
국민소득 올라가는데 최저생계비는 ‘제자리’
국민소득 올라가는데 최저생계비는 ‘제자리’
김미정(47·가명)씨는 네 아이와 함께 서울의 한 13평형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여성 가장이다.
한달 수입은 95만원.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액 60만5천원과 동사무소 청소 등을 하고 받는 35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김씨는 한창 먹성 좋은 중학생 아들과 다섯 살배기 막내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먹자골목이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외식은 한 차례도 못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보채서 한 마리에 5천원인 통닭 두 마리를 배달시켜 나눠 먹인 적은 있다”며 “아파트 임대료나 식비처럼 아주 기본적인 것 말고는 돈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균적인 우리 삶의 질이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빈곤층의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크게 후퇴하고 있다. 이런 실태는 국민 평균소득의 상승을 최저생계비 상승률이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18일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의 적정성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 자료집 등을 보면,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으로 1999년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38.2%였으나, 2006년에는 31.1%까지 떨어졌다.(표 참조) 또 근로자 가구의 중위 소득과 견줘도, 1999년에 44% 수준이었던 최저생계비가 2005년에는 36%로 낮아졌다.
기초생활 보장 기준이자 국가 차원의 ‘빈곤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가 이처럼 상대적 후퇴를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 양극화와 빈곤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04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최저생계비 계측에서 ‘가족 단위 외식’은 빈곤층 삶의 질을 놓고 벌어진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당시 위원회는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가운데 식비 항목에 가족 단위 외식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생활실태조사 결과는 가구당 외식 횟수가 석달 평균 2.93회를 기록했지만, 위원회는 외식을 아예 하지 않는 가구도 많다는 점을 근거로 외식비를 뺐다. 외식을 ‘사치’로 본 것이다. 올 8월 말까지 계속될 최저생계비 계측에서도 370개 지출 항목이 빈곤층의 삶에 필수적이냐를 놓고 비슷한 논쟁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370개 생필품을 최저생계비 산정에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절대적 빈곤 개념’ 대신, ‘상대적 빈곤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사회 평균소득이 올라가면 최저생계비도 이에 연동해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남기철 교수(동덕여대 사회복지학)는 “현재의 최저생계비가 우리 중위 소득의 36%로 나온다면, 다음해에도 최소한 이 수준은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상대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양극화를 막기 위한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을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최저생계비 산정에 상대적 빈곤 개념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21일에는 거리 캠페인(cafe.naver.com/hopeup2.cafe)을 벌이고, 23일에는 대선 주자들에게 영상편지를 제작해 보낼 예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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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근로자 평균소득과 비교한 최저생계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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