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오래전 일이다. 중학교 2학년 되는 남학생이 상담전화를 걸어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것 같다며 울먹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1학년때 어떤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는데, 최근 에이즈 예방교육을 통해 동성애를 통해서 감염이 된다는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어렸을때 겪었던 상황을 자세하게 얘기하게 하고 그때의 두려움과 지금 갖고 있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을 이해하며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이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너는 99%이상 에이즈 감염자 아니거든? 너에게 어렸을때 있었던 일은 성폭력이야. 성폭력은 너의 잘못이 아니고 그 아저씨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야. 네가 걱정하는 에이즈는 동성간의 성행위를 했다고 무조건 다 걸리는 것은 아니고 에이즈 보균자와 성적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는데 내가 보기엔 어렸을때 그 행위 가지고는 에이즈에 감염되지는 않은 것이 거의 확실해. 그래도 의심이 된다면 에이즈 검사 받는 걸 도와줄 수도 있어.” 당시 이 아이는 후련한 듯이 상담을 끝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도 어린시절 성폭력 피해 상황을 문득문득 떠올리면서 ‘혹시 나는 에이즈 환자가 아닐까?’ 고민하거나 또 다른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크고 작은 성적 경험을 하게 되고 때로는 위험 환경에 노출된다. 문제는 그 경험을 어떻게 부정적인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이다. 가정에서의 성에 관한 대화를 통해서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가정마다 성문화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는다 해도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여전히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강의식 또는 영상물 상영, 대규모 특강 형식을 취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아이들에게는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듯 보이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재미없고 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쩌다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성교육 하러 들어가는 선생님들 얘기를 들으면 같은 학년이면서도 성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앞자리에 앉은 애들은 성(性)하면 떠오르는 것을 들라하면 엉뚱하게도 ‘캐슬’을 떠올리는데 뒷자리에 앉은 애들은 ‘이미 알 거 다 아니 테크닉이나 가르쳐 달라’고 거들먹거린다
외국의 경우에는 부모에게 성교육 커리큘럼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기도 한다. 자녀의 성발달 정도를 부모가 함께 확인하면서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개인적인 생활과 경험으로 연결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자녀의 부정적인 성경험을 털어내고 적절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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