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한일합작 영화 <고>의 한 장면.
차별·정체성 혼란…
재일동포 3세의 자전적 성장소설
재일동포 3세의 자전적 성장소설
1318 책세상/ GO
6월이 가고 있다. 학교에선 국립묘지 참배도 가고 민족공동체 발표대회도 열어 보지만 아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썰렁해 한다. 자신과 상관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맘때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GO)>(북폴리오 펴냄)는 재일교포 3세인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그간 재일문학에서 보였던 어두운 그림자를 유쾌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햇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내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겐 가장 절대적인 이성간의 사랑을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부모가 일본의 군수 공장에 징용을 당하는 바람에 일본으로 건너온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아들을 위해 세 번째 국적인 한국을 선택한다.
“우리는 나라란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조총련과 민족학교에서 매국노로 몰리는 스기하라를 변호하던 영길이가 민족학교 선생님에게 외치는 절규다. 영길이의 절규처럼 재일교포 3세인 스기하라에게 조국은커녕 나라라는 실체는 없다. 나라는, 그리고 그들은(일본인, 조선인, 한국인) 스기하라에게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만을 줄 뿐이다. 더구나 그는 조선인으로 살아가며 수없이 들은 김일성 영웅담보다는 그들의 전설이 더 굉장할 나이고, 그건 통일을 썰렁하게만 느끼는 지금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프로복서인 아버지에게 배운 솜씨로 끊임없이 자신을 이지메하는 일본 동료와 맞서야 했고, 힘이 없는 재일 한국인의 비참한 삶을 보면서 성장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간절히 꿈꾼 낭만적인 연애에서도 재일교포 3세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늘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나 성장기에는 막막한 하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는 버거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때 어떤 꿈을 꾸느냐,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한 자각이 있느냐가 각자의 인생을 그리는 밑그림이 된다. 스기하라는 국적이나 민족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고민한다. 스기하라의 절친한 친구 정일이가 민족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려 하는 것과는 달리. 그러나 스기하라 역시 부모님의 삶, 닮고 싶은 선배의 삶,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들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조선인’을 경멸하는 일본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 책은 다른 성장소설과 달리 민족과 조국 속에서 나를 생각하게 한다. 성장기 아이들이 좀 더 크게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내 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국립묘지를 가도, 민족공동체 운운해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직은 우리들의 조국과 민족의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 줄 수 있다.
지금 성장기의 우리 아이들은 남들이 정해 놓은 그럴듯한 꿈에 짓눌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잊어가고 포기한다, 때론 부모님의 꿈일 수도 있는 일에 매달려 힘겨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또래인 스기하라는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 비록 어려워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 결국은 내가 살아갈 세상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소나기 뒤에 맡게 되는 흙 내음만큼이나 정겨운 작품이다. 강애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남서울중 교사
지금 성장기의 우리 아이들은 남들이 정해 놓은 그럴듯한 꿈에 짓눌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잊어가고 포기한다, 때론 부모님의 꿈일 수도 있는 일에 매달려 힘겨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또래인 스기하라는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 비록 어려워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 결국은 내가 살아갈 세상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소나기 뒤에 맡게 되는 흙 내음만큼이나 정겨운 작품이다. 강애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남서울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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