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여고 음영소, 조연희, 박승진 교사(왼쪽 부터)가 학교 앞에서 팻말을 들고 부당 징계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재단비리 폭로 동일여고 교사들 끝내 파면…
14개월동안 직위해제 복직꿈 아직도 안버려…
14개월동안 직위해제 복직꿈 아직도 안버려…
서울 금천구 동일여고 교사 조연희(42), 박승진(48), 음영소(48)씨는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파면됐다. 지난해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수여하는 투명사회상을 받은지 6개월 만이다. 3년전 학교 재단 비리를 폭로한 데 대해 밖에서는 상을 줬지만, 안에서는 끝내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교육부에 재심을 청구할 기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대로 확정된다면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지난 2003년 동일학원 교사들은 급식비, 동창회비, 장학기금 등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천막 농성과 집회 등을 진행했다. 조 교사는 “우리가 교사인지, 돈 걷는 기계인지 모를 정도로 학교는 돈 걷는데 집중했다”며 “걷는 돈에 비해 교육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아 뭔가 커다란 문제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급식 문제는 당시 가장 크게 불거졌던 사안이다. 음 교사는 “동일재단 세 학교 4천 여명의 학생, 교직원이 예외없이 강제 급식을 했다”며 “음식이 워낙 형편 없어 도시락을 싸서 다니려고 해도 학교는 사유서를 제출하게 했다. 심지어 학교는 점심 지원 학생들을 학교 식당에서 일하게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특별 감사 결과, 학교는 직영 급식을 하는 2년 동안 5억원을 남겼고, 씨제이푸드시스템으로 위탁을 맡기면서는 5억원을 기탁받아 따로 보관했다. 마땅히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 10억원이 전용되니 급식 질이 형편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학교는 그밖에도 동창회비 문제 등 수많은 잘못이 드러나, 61건의 행정 조치와 74건의 신분 조치를 받았다. 이사장은 약식 기소돼 벌금 천 만원이 부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단은 감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또 내부 비리를 폭로한 교사들을 불법 집회, 명예 훼손 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기소되자, 재단은 이들을 직위해제 시켰다. 법원은 이 가운데 불법 집회 등에 대해서는 교사들에게 백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오는 11일엔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조 교사는 “대부분 사실로 판명된 학교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로 파면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는 “14개월 동안 직위해제됐다가, 이번엔 파면까지 당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번 일로 학생이 중심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직에 대한 희망을 굳게 새기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 교사는 일주일에 세 번 학교 앞에서 길거리 수업을 연다. 한 편의 시와 그에 대한 느낌을 담은 학습지를 전달하는 게 전부지만 그에게는 이조차도 더없이 소중하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세 번째 길거리 수업에서 조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는 시 한 대목을 소개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날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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