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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야행성’ 아이들 생활습관부터 고쳐주세요

등록 2006-09-03 21:10수정 2006-09-04 17:47

이나미의 어른생각, 아이마음

개학이 되면 엄마들은 한숨 돌리는가 싶은 한편 아침마다 깨워야 하는 전쟁이 두렵다. 방학 내내 늦게 까지 자던 아이들이 갑자기 등교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니,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 부모 자식 사이도 나빠지기 쉽다. 어려서는 부모가 자라고 하면 자는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도 일단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돌연 밤생활을 즐긴다. 컴퓨터 게임, 인터넷으로 다운 받는 영화, 드라마, 인터넷과 메시지 전송등으로 밤만 되면 아이들은 더 바빠지고 신이 난다.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수업시간에도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교사들이 더 이상 간섭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이제 낮에는 자고 밤에는 노는 생활 패턴에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신체적 심리적 합병증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주로 인스턴트 위주의 야참을 먹게 되니 몸무게는 느는데 필요한 영양분은 부족해진다. 인체, 특히 신경 세포는 자정을 전후로 해서 가장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이 시간 활동하다 보면 그 다음날의 능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또 수면 사이클은 적어도 4시간은 지속해야 되는데 낮에 쪽잠을 잔다 해도 인체에 꼭 필요한 깊은 잠이라고 할 수 있는 델타 수면, 혹은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은 부족해서 뇌기능의 효율성 역시 훼손된다. 성장 호르몬은 밤에 자면서 분비되기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면 키도 크지 않는다.

생리적으로 인간의 수면 사이클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24 시간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아마도 우리 조상들은 화성에서 왔을까?) 그냥 방치하면 조금씩 기상시간이 늦어진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서 아침이면 별다른 도움없이 일어날 수 있지만, 청소년 시기까지는 웬만한 자극은 전혀 눈치채지 않고 잠을 푹 자게 되니 혼자 일어나는게 쉽지 않다. “친구들이 거의 다 밤에 자지 않는데 혼자 자 버리면 고립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일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 ‘딜레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을 포함해서 온 식구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을 들인다면 이상적이지만, 일단 늦잠을 자는 소아나 청소년들이 바이오 리듬을 바꾸는데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자명종 시계를 여러 개 사주고 본인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될 수 있는 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든가 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들도 사람인지라 하루를 기분나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야식은 수면을 유도하는 상치 브로컬리 등의 야채, 우유와 두유, 율무차 등의 곡차, 소화가 잘 되는 가벼운 죽을 권한다. 기름기 많은 음식이나 단 것, 자극적인 탄산음료 등은 수면을 방해한다. 또 학원이나 과외는 10시 이전에 끝내는 게 좋다. 새벽 한 시나 두시에 집에 들어오면 몸 자체가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감안하면 서너시에나 잠을 잘 수가 있다는 얘기다. 멜라토닌 등의 수면 유도 호르몬을 단기간 쓸 수도 있지만, 잠자리가 쓸 데 없는 소음과 불빛 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자.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아이들이 밤에 주로 활동을 하려는 이유는 어른들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면도 있다. 혹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아이들을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또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는 거부하면서 친구들과의 소통에는 왜 집착하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개중에는 히토 코모리,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00폐인’처럼 일종의 자폐증상, 우울증, 사회공포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을 거슬리는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해치게 마련이다. 아침은 거르고 밤에는 먹고, 낮에는 자고 밤에는 깨 있는 습관 역시 몸을 해하는 생활방식이다. 문제는 밤 늦게 까지 일과 놀이를 계속하며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는 어른들이 과연 청소년들에게 모범적인 역할 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웰빙이라며 잘먹고 잘사는 것이 유행인데, 잘 자는 것 역시 부모신경써 주어야 할 가장 기초적 습관이다.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nleekr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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