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애/ 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아이들이 돌아간 텅빈 교실에 앉아 있으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오로로 살아난다. 그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는데 강산이가 창밖에서 교실을 들여다본다.
“들어와. 왜 왔어?”
“심심해서요.”
왠일로 시간이 났을까?
강산이는 손을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아이다. 무엇인가 만들거나 놀잇감을 가지고 노느라고 손을 쉬지 않는다. 고무 찰흙으로 아주아주 작은 팽귄을 만들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먹은 닭다리 뼈를 손안에 굴리면서 놀기도 한다. 닭다리 뼈는 양끝 볼록한 것이 주먹 밖으로 나가면서 강산이 손에 딱 맞아 놀기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작은 것들을 잘 가지고 놀면 소근육이 발달하고 소근육이 발달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애들보다 머리가 좋다는데 그 학설이 맞는지 강산이도 머리가 좋다. 소근육 발달도 좋고 더불어 머리가 좋지만 강산이의 손장난은 공부시간에도 그치질 않아 나에게 자주 지적을 당했다.
그런 강산이가 놀러 왔으니 그 동안 야단친 것도 미안하고,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학교 공부 때문에 못하게 했던 것도 마음에 걸려, 글루건을 내 놓았다. “심심해? 그럼 오늘은 맘껏 뭔가 만들어 봐라.” 강산이의 두 눈에서 광채가 났다. <즐거운생활> 시간이나 교실 환경 구성을 할 때 나는 글루건을 자주 사용했다. 그때마다 강산이는 그것을 만지고 싶어 했지만 줄 수가 없었다. 뜨겁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사용하게 내주니 숨소리까지 달라졌다. 강산이는 교실에 모아둔 재활용품에서 맘에 드는 것들을 골라 높이 30센미터 가량의 로봇을 뚝딱 만들었다. 뜨거운 글루건으로 손끝 하나 데지 않고 잘 만들었다. 어른인 나도 글루건을 사용할 때마다 데어서 비명을 지르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대단하다. 우유갑으로 몸체를 만들고 눈, 코, 입과 장식은 병뚜껑, 클립,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로봇을 안고 강산이는 행복한 얼굴로 돌아갔다. 참 재주가 좋은 아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산이의 재능을 키워 주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것이 특기적성 교육인데… 하는 아쉬움에 잠겼다. 학교 시간표도 빡빡하지만 강산이 개인 시간표도 빡빡하다. 어디에도 강산이가 맘 좋고 재능을 키워 나갈 공부 시간은 없다. 그나마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가면 대학갈 준비에 더욱더 멀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강산이처럼 재능 많은 아이들을 아깝게 놓칠 때가 있다. 개인의 재능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교육과정에 맞춘 학교 교육. 획일적인 부모의 기대,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 주지 못한다. 영국의 썸머힐 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강산이는 참으로 행복해 할텐데….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그런 강산이가 놀러 왔으니 그 동안 야단친 것도 미안하고,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학교 공부 때문에 못하게 했던 것도 마음에 걸려, 글루건을 내 놓았다. “심심해? 그럼 오늘은 맘껏 뭔가 만들어 봐라.” 강산이의 두 눈에서 광채가 났다. <즐거운생활> 시간이나 교실 환경 구성을 할 때 나는 글루건을 자주 사용했다. 그때마다 강산이는 그것을 만지고 싶어 했지만 줄 수가 없었다. 뜨겁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사용하게 내주니 숨소리까지 달라졌다. 강산이는 교실에 모아둔 재활용품에서 맘에 드는 것들을 골라 높이 30센미터 가량의 로봇을 뚝딱 만들었다. 뜨거운 글루건으로 손끝 하나 데지 않고 잘 만들었다. 어른인 나도 글루건을 사용할 때마다 데어서 비명을 지르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대단하다. 우유갑으로 몸체를 만들고 눈, 코, 입과 장식은 병뚜껑, 클립,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로봇을 안고 강산이는 행복한 얼굴로 돌아갔다. 참 재주가 좋은 아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산이의 재능을 키워 주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것이 특기적성 교육인데… 하는 아쉬움에 잠겼다. 학교 시간표도 빡빡하지만 강산이 개인 시간표도 빡빡하다. 어디에도 강산이가 맘 좋고 재능을 키워 나갈 공부 시간은 없다. 그나마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가면 대학갈 준비에 더욱더 멀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강산이처럼 재능 많은 아이들을 아깝게 놓칠 때가 있다. 개인의 재능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교육과정에 맞춘 학교 교육. 획일적인 부모의 기대,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 주지 못한다. 영국의 썸머힐 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강산이는 참으로 행복해 할텐데….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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