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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험은 수많은 인생역정 가운데 하나란다”

등록 2006-11-05 21:04수정 2006-11-06 16:33

이나미의 어른생각, 아이마음 /

평소에는 공부를 잘 하는데 시험만 치면 실수를 하고 망치는 학생이 있다. 시험공포증도 일종의 수행공포증이다. 긴장이 지나치면 머리가 하얗게 비는 것처럼 깜깜해진다든가, 또는 가슴이 떨리고 손발에 땀이 나서 집중을 할 수 없다든가 하는 등의 신체적 증상과 함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원래 기억력은 상황 변화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지나치게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력 등 모든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임상에서 관찰해 보면, 지나치게 작은 것에 집착하는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 경향을 가진 학생들이 자기가 전혀 모르는 문제들을 몇 개 맞닥뜨리다 보면 당황해서 다른 문제들까지 제대로 못 풀게 된다. 반대로 과잉행동증후군 같이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덤벙거리다가 답안을 내려쓰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이 너무 커서 문제를 못 푸는 학생들도 있다. 걱정이 많은 학생들 중에는 실제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시험 때가 되면 특히 복통, 두통, 알레르기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시험을 앞두고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첫째, 모든 사람들은 중요한 과제 혹은 수행을 앞두고 편차는 있지만 일단 불안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노련한 배우와 음악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치인들도 무대나 연단에 오를 때면 가슴이 뛰고 손발에 땀이 난다. 여러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적정 수준의 긴장과 불안은 중요한 과제 수행에는 꼭 필요한 양념과도 같다. 배우가 너무 긴장이 풀어지면 연극은 재미가 없다. 긴장 없이는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그동안 시험을 치면서 가장 잘 해냈던 순간들의 패기 넘치는 건강한 자아 이미지를 머릿속에 잘 심어 두는 것이 좋다. 시험 직전에는 새로운 것을 익히려 말고, 아는 것만 다시 되짚어 봐아 자신감을 키워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시험 성적은 부모든 선생이든,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가 과연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점검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하면 알던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시험 전에는 자율신경을 이완시키는, 깊고 느린 복식 호흡도 도움이 된다. 또 중요한 시험 몇 주 전에는 격한 운동, 밤샘 등으로 리듬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 가뜩이나 흔들리기 쉬운 부교감 신경 기능에 자극을 주는 기름지거나 자극성이 많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긴장을 푸는 데아닌(Theanine) 성분이 많은 녹차, 기분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티로신(Tyrosine)이 많은 두유, 치즈, 해조류, 가금류, 비타민이(E) 가 많은 간유, 카레, 신경작용에 필수적인 비타민비(B)와 비타민시(C)가 많은 과일과 야채, 특히 긴장을 풀어 주는 비타민비(B)-6가 많은 귀리나 현미, 바나나 등도 도움이 된다. 시험장에서 커피를 타 주는데, 카페인 성분은 불안을 악화시킨다. 차거나 달거나 매운 음식 역시 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하고. 어머니들이 시험 잘 보라고 추운 바깥에서 기도를 하는데 집중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심상하게 수험생을 대하되, “최선을 다해라”같이 부담주는 말도 피하자.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어린 필자에게 부모님은 항상 “낙제만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씀하시며, 성적이 떨어지건 올라가건 기쁘거나 실망한 내색을 하신 적이 없었다. 그런 무심함이 쓸데 없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기 공부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 같다. 수험생들의 인생에는 앞으로 무한히 많은 인생 역정의 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입 시험은 그 문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학벌이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사실, 삶의 승부는 여러번 뒤집어 진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는 인생 선배들이 수십년 앞을 긴호흡으로 내다 볼 수 있는 지혜를 수험생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nleekr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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