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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임금 깎는 사장님 ‘젤 미워’장사 소질 느꼈을 땐 ‘아싸!’

등록 2006-12-10 16:17수정 2006-12-10 16:40

친구들 사이에서 ‘알바짱’으로 통하는 고교 3학년 류정호 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음식점과 주유소, 당구장, 동대문 의류시장 등지에서 10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 경험을 살려 진로를 모색했다. 사진은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 박일호(한세전산고 3학년)군이 찍어주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알바짱’으로 통하는 고교 3학년 류정호 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음식점과 주유소, 당구장, 동대문 의류시장 등지에서 10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 경험을 살려 진로를 모색했다. 사진은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 박일호(한세전산고 3학년)군이 찍어주었다.
시급 2300원에 식당 서빙 “벌이 비해 몸 고되 피하고파”
겨울철 주유소 일하면 “뼛속까지 찬바람 차는 듯”
월급 온갖 핑계로 깎을땐 돈보다 정이 뚝…
휴대전화 장신구 팔다가 패션사업 하기로 맘 먹었죠
‘알바짱’ 정호, 알바 체험담

올해 고교 3학년인 정호(18)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 아버지가 중국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전단지 배포를 맡긴 것이 계기다. 주변 아파트와 주택들을 돌며 하루에 한 상자씩 전단지를 돌리면 점심에 자장면도 먹고 용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막상 상자를 여니까 한 상자에 전단지가 자그마치 2천장이나 들어있는 거예요. 옥상에 올라가서 한 천장쯤 허공에 뿌릴까, 땅 파고 2천장을 몽땅 묻어버릴까,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별 궁리를 다 했죠. 친구네 일이니까 차마 그럴 순 없었지만.”

‘알바짱’의 이력=음료수와 빵값, 파스값을 빼면 하루에 천원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만, 정호는 자기 손으로 용돈을 버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방학 때마다 가능하면 아르바이트를 하겠노라 결심한 것도 이 때다. 이듬해 여름, 정호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종사한다는 ‘음식점 서빙’에 도전했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분식점에서 시간당 2300원을 받고 오후 5시~10시,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에 일했다. “생각보다 몸이 너무 고됐어요. 쟁반 들고 2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힘들고, 20~30명씩 단체손님 밀려들면 주문 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요. 처음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손님이 너무 많은 가게는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

그 해 겨울방학에는 인터넷을 검색해 집에서 가까운 주유소에 일자리를 얻었다. 시간당 2400원을 받았는데, 일은 분식점에 비해 수월했지만 추위가 문제였다. “알바생들은 일하는 동안 건물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안에서 꾸물거리면 주유시간이 길어지고, 금전등록기에 손 댈까봐 보통 그렇게들 하는 것 같아요. 건물 밖에 놓인 전기난로를 쬐면서 하루 6시간 넘게 일하면 뼛속까지 찬바람이 차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이처럼 고된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호의 아르바이트 이력은 끝나지 않았다. 정호가 아르바이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갖가지 경로로 일자리를 제안하기에 이른 것이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정호의 아르바이트 이력은 각종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배달일, 집 주변 공사장 잡부, 당구장 청소, 떡볶이 포장마차와 군고구마 장사, 휴대전화 장신구 판매, 동대문 의류시장 판매 도우미 등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을 망라하기에 이르렀다. 친구들은 정호를 ‘알바짱’이라고 부른다.

“일당이 가장 많은 건 공사장 잡부였는데, 하루에 4만원 받았어요. 어른들도 일이 없어 노는 날이 많으니까, 자주 못하는 게 문제죠. 시급 아르바이트는 노동부 연소근로자 임금 수준이니까 대부분 비슷한데, 근무 환경이 중요해요. 유명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라도, 본사 직영인지 점주가 따로 있는 지에 따라 달라요. 본사 직영이면 돈 받기가 수월하지만, 일부 악덕 업주들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안 보였다’는 둥 핑계를 대면서 임금을 어이없이 깎아버리거든요. 면접을 볼 때,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미리 잘 살펴두는 게 좋아요.”

노하우를 알려주마=정호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 가지다. “어른들이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챙겨준다’고 말하면 그대로 믿고 몸 안 사렸거든요. 근데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나중에 약속을 안 지키는 분들이 있었어요. 돈보다 사람에 실망하고 정이 떨어졌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달력에 매일 일한 시간, 일당 얼마, 그렇게 써뒀다가 월급이 기대에 못미치면 그걸 근거로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생겼죠.” 또 한 가지 어려운 건 유혹을 견디며 스스로를 추스르는 일이었다. “정말 일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아침에 전화해서 오늘 못나간다고 이리저리 둘러대면 불성실한 알바생으로 찍히거든요. 차라리 그 전날 솔직하게 말하고 하루 쉬는 게 나아요.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일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더라고요. 또 많이 벌면 그만큼 씀씀이가 헤퍼지니까, 목표를 세우고 꼭 통장을 만들어야 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류정호군이 오랜만에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떡볶이 포장마차를 찾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류정호군이 오랜만에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떡볶이 포장마차를 찾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2003년 겨울, 정호에게 ‘엉뚱한’ 기회가 생겼다. 떡볶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웃집 아저씨를 돕다가, 군고구마 장사를 한 번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아저씨가 기계도 빌려주시고 포장마차 맞은 편에 자리도 마련해주셔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고구마를 사다가 팔았어요. 장작은 (공사장 잡부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주우니까 공짜고요. 고구마값 빼고 하루에 8~10만원이 남으면 친구 두 명과 똑같이 나눴죠. 썩은 고구마 모르고 팔았다가 멱살 잡힌 일도 있지만, 제가 장사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장사 밑천도 생겼어요.”

2004년 여름, 노점 운영에 눈을 뜬 정호는 휴대전화 장신구 판매에 나섰다. 동대문이나 남대문 같은 도매시장에서 하나에 200원~1천원하는 휴대전화 장신구를 떼다 사람 북적이는 거리에 자리를 펴고 1천~3천원에 팔았다. 처음엔 도매상인들이 권하는 물건을 샀는데, 점차 유행을 내다보는 요령이 생겼다. 반응이 좋을 거라고 점 찍었던 한 가지 품목으로만 10만원어치 팔던 날, 정호는 패션 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해 겨울방학에 했던 동대문 의류도매상 아르바이트는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하고도 월급을 30만원밖에 못받는 최악의 노동 환경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방학 내내 버텼던 건, 동대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디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 마진은 얼마나 붙이고 진열은 어떻게 하며 손님과 어떻게 흥정하지 배우는 게 재미있어서다. 틈틈이 패션잡지를 읽고, 자신이 구매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직접 팔아 본 정호는, 올들어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결정했다.

“전문대학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해서 일본어를 배운 뒤 일본으로 건너가려고요. 사업 아이템을 물색하고 장사를 더 배워서, 꼭 멋진 사업을 할 거예요.” 정호는 자신이 어른이 되어 청소년 알바생을 고용하게 되면, 꼭 일한만큼 대접해주고 성실한 학생은 ‘키워주겠다’며 자못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알바생 권리 지키려면?
‘알자알자 캠페인’ 똑똑

노동부에서는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만 13~18살 연소근로자의 근로권리 보호를 위한 ‘알자알자 캠페인’을 펼친다. 노동부 근로기준국 조우균 사무관은 “2000년부터 방학기간 동안 연소근로자 고용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감독해왔는데, 매년 위반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았다”면서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지켜내자는 뜻에서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캠페인은 알자알자 캠페인 허브(town.nate.com/rjarja)와 청소년들이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넷 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전개된다. 청소년과 부모, 고용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관련 법률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감동·피해 사례 공모와 연소근로자 법률 상식 퀴즈 응모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① 만 15살 이상부터 일할 수 있어요. 만 13~14살 청소년은 취직인허증이 필요해요.

② 근로계약을 맺고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세요.

③ 최저시급은 국가에서 정한 성인 최저임금이상을 적용 받아요.(2006년 현재 시급 3100원. 2007년 부터는 시급 3480원)

④ 수습기간은 3개월까지이고 법정 최저임금의 90%를 적용받아요.

⑤ 하루 7시간, 1주일 40시간(또는 42시간) 근로가 기준이에요.

⑥ 연장근로는 1일 1시간, 1주일 6시간 이상은 할 수 없어요. 야간근로, 휴일근로, 연장근로 때 가산임금을 받을 수 있어요.

⑦ 1주일 15시간 이상을 모두 채웠을 때에는 하루 유급 휴일을 인정받아요.

⑧ 일하다가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의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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