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이유미의 숲 이야기 /
흔히 한 이름에 두 얼굴을 한 사람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생강나무는 이름도 많고 모습도 많습니다.
요즘 숲속에서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노랗게 피어나는 나무가 있다면 그건 생강나무입니다. 더운 도시보다 늦게 봄을 맞는 산에서는 생강나무는 노란 꽃으로 봄이 시작됐다는 첫 신호를 함께 사는 산 속 이웃들에게 보내는 것이지요. 꽃이 지고 잎이 달리면 그 모습은 또 크게 다른 모습이 되지요. 둥글고 작은 산처럼 생긴 둥근 잎새들은 아주 정다운 모습이랍니다. 가을이면 이 잎새는 아주 노란 단풍이 들어요. 깨끗한 하늘 아래선 내가 알기로는 가장 고운 노란 단풍을 가진 나무가 바로 이 생강나무이지요. 열매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둥글게 달리지만 색이 보라색으로도, 붉은색으로도 익어가다 나중에 검붉게 바뀌어 한 나무에서도 여러 빛깔을 보여주곤 합니다.
생강나무라는 이름은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나서 붙여진 겁니다. 생강이 아주 귀하던 시절에는 이 잎을 말려 가루 내어 생강 대신 향기를 내는 데 쓰기도 했다지요. 어린 잎은 차로 변신하기도 하고, 절에선 잎에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도 먹습니다.
진짜 중요했던 쓰임새는 바로 씨앗인데 기름을 짭니다.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지방에선 예전에 아주 중요한 식물이었답니다.
그래서 이름도 생강나무라는 공식 이름 말고도 산동백, 올동백, 동박나무 등으로 부릅니다. <정선 아리랑>에 나오는 아루라지 나루터의 동박도, 김유정의 동백도 모두 이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산이면 어디나 있는 흔하디흔한 생강나무. 계절마다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으로, 향긋한 향기로, 옛노래 소설에나 또는 이러저러한 먹거리로…. 이런 변화무쌍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한 나무를 제대로 아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또 뿌듯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서두르지 맙시다. 이름 하나 알고 지나치지 말고 나무마다 진짜 지닌 그 모습과 의미들을 하나씩 알며 사귀어 가며 살아갑시다.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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