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미래가 불안한 어른들은 멘토를 찾는다. 일에서 삶에서 끊임없이 조언과 충고를 구한다. 늘 제자리에 머무는 성적이 답답하고 말이 안통하는 친구들 때문에 외로운 청소년들은 어떨까. 엄마나 아빠는 나 외에도 걱정이 너무 많다. 학교 선생님은 수업에 학교 업무에 늘 바쁘다. 정녕, 청소년들의 멘토는 ‘부재중’인가.
얼마전 네이버 우수 카페 랭킹 3위에 오른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이하 수만휘).’ 2004년 2월 개설돼 3년 반만에 회원 수 23만여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1000여개의 게시글이 뜨고 5600여개의 댓글이 달린다. 게시판의 종류도 100개가 넘는다.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49개 게시판이 ‘선배들의 조언’이란 메뉴로 분류돼 있다. 수험생활 칼럼실, 학습법 칼럼실, 고등/N수 상담실, 중학생 학습상담으로 구분된 바로 이곳에 청소년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에 의한 ‘멘토’가 있다. <함께하는 교육>이 수만휘에서 멘토 활동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16·ㅂ고등학교)양과 박아무개(15·ㅎ고등학교)양을 만나 청소년들이 원하는 멘토의 모습을 엿봤다.
“고등학생이 된다는데 궁금한 건 많고 얘기해 줄 사람은 없고 답답해서 찾은 게 카페였어요.” 멘토의 출발은 멘토를 갈망하는 멘티였다. 지난해 수만휘 카페에 가입하던 이 양은 베일에 가려진 고등학교 생활이 두려운 중학교 3학년생이었다. “지난해 2008년 입시안으로 말이 많았거든요. 내 일이 될테니까 관심도 많아지고 먼저 알아 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고등학생들이 많은 곳을 찾았죠.”
고민 나누며 어깨 ‘토닥토닥’…선배 경험 1:1 상담도
상위 1%서 하위 99%까지 ‘소외’ 없는 학스빕법 전수
인터넷 카페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보통’이요 ‘자료창고’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에게는 고등학생 회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대학생들의 합격후기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생한 입시 자료가 된다. 선배들이 공개한 점수를 토대로 자신의 등급을 예상하고 입시전략을 짤 수 있다. 성적이 올랐다는 친구의 공부방법을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학원과 교재, 인터넷 강의에 대한 정보 공유는 ‘똑똑한’ 공부를 위한 무기다. 한국의 교육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명문대 지망생을 표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청소년들을 인터넷 카페로 모은다.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는 원론적인 것이 많아 다양한 처지에 놓인 수험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목고생의 게시판부터 홈스쿨러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자퇴생들의 게시판까지 개설돼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소외’가 없다. 입시의 현장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심의 ‘틈새’를 회원 개개인이 메꾸는 것이다. 박 양이 수만휘에서 멘토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계고를 위한 입시정보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봤어요. 소수지만 우리가 모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인터넷 카페에서 멘토와 멘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경험과 지식보다 공감과 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박 양이 자신의 게시판에 도입한 ‘VIP회원제’는 공부계획을 짜 보내는 회원의 실천 여부를 확인해 주는 제도다. ‘오늘은 얼만큼 공부하셨어요? 기운내세요’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이 혼자 공부하는 회원들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 “대단한 걸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니까 늘 옆에서 같이 공부하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카페 활동에 도입한 결과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멘토는 인생의 거창한 교훈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처받기 쉬운 10대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부재하는 멘토의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인터넷 카페. “고 1이 수험생활에 대해 뭘 알겠냐는 시선도 있지만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꼭 좋은 글을 쓰는 건 아니라고 봐요.” 고 1이 고 3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침을 놓은 이 양의 말이다. 박아무개양 - 경기 안산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박양은 중학생 학습상담 메뉴에서 ‘리첼에게 얘기해 볼래?’라는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중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하소연, 실업계 진학지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전용 게시판도 다른 운영자와 함께 관리한다. 고민에 빠져 있는 회원의 글을 보고 이런 저런 위로의 댓글을 달다가 아예 멘토로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 두 달 째다. 이아무개양 - ‘흑묘의 수험생활 전반에 대한 칼럼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양은 경기 부천의 부천북고등학교 1학년이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쓰는 쟁쟁한 칼럼들 사이에 빠끔히 얼굴을 내민 지 한달 남짓. 자살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 일본 드라마를 활용한 여름철 슬럼프 극복법 등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칼럼을 내놓고 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인터넷 카페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보통’이요 ‘자료창고’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에게는 고등학생 회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대학생들의 합격후기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생한 입시 자료가 된다. 선배들이 공개한 점수를 토대로 자신의 등급을 예상하고 입시전략을 짤 수 있다. 성적이 올랐다는 친구의 공부방법을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학원과 교재, 인터넷 강의에 대한 정보 공유는 ‘똑똑한’ 공부를 위한 무기다. 한국의 교육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명문대 지망생을 표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청소년들을 인터넷 카페로 모은다.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는 원론적인 것이 많아 다양한 처지에 놓인 수험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목고생의 게시판부터 홈스쿨러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자퇴생들의 게시판까지 개설돼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소외’가 없다. 입시의 현장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심의 ‘틈새’를 회원 개개인이 메꾸는 것이다. 박 양이 수만휘에서 멘토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계고를 위한 입시정보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봤어요. 소수지만 우리가 모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인터넷 카페에서 멘토와 멘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경험과 지식보다 공감과 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박 양이 자신의 게시판에 도입한 ‘VIP회원제’는 공부계획을 짜 보내는 회원의 실천 여부를 확인해 주는 제도다. ‘오늘은 얼만큼 공부하셨어요? 기운내세요’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이 혼자 공부하는 회원들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 “대단한 걸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니까 늘 옆에서 같이 공부하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카페 활동에 도입한 결과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멘토는 인생의 거창한 교훈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처받기 쉬운 10대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부재하는 멘토의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인터넷 카페. “고 1이 수험생활에 대해 뭘 알겠냐는 시선도 있지만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꼭 좋은 글을 쓰는 건 아니라고 봐요.” 고 1이 고 3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침을 놓은 이 양의 말이다. 박아무개양 - 경기 안산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박양은 중학생 학습상담 메뉴에서 ‘리첼에게 얘기해 볼래?’라는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중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하소연, 실업계 진학지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전용 게시판도 다른 운영자와 함께 관리한다. 고민에 빠져 있는 회원의 글을 보고 이런 저런 위로의 댓글을 달다가 아예 멘토로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 두 달 째다. 이아무개양 - ‘흑묘의 수험생활 전반에 대한 칼럼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양은 경기 부천의 부천북고등학교 1학년이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쓰는 쟁쟁한 칼럼들 사이에 빠끔히 얼굴을 내민 지 한달 남짓. 자살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 일본 드라마를 활용한 여름철 슬럼프 극복법 등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칼럼을 내놓고 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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