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총연합회 등 6개 학생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대학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양산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정부에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21)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친 영향 / 시사로 따라잡기 / 난이도 수준-중2~고1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중간 계층 노동자들을 위기 상황으로 내몬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즉, 박사학위 소지자 등 고급인력의 수요와 단순노동 인력의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중간층 노동자의 일자리는 기계가 대신하거나 아웃소싱으로 대체돼 중간층의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프트웨어·법·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뤄진다고 해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청소, 육아, 경비 분야를 중심으로 한 단순 노동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힘들다. 결국 어정쩡한 전문성과 기능을 가진 중간층 노동자들이 이른바 ‘샌드위치’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특히 1990년대 이후 가속화하고 있으며,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나라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가 되고 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수많은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 가까운 미래에 제2의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들을 대체할 21세기 기계 노동자를 ‘실리콘 칼라 노동자’(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핵심물질이 실리콘이다)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가 예측한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한국에서도 ‘고용없는 성장’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수출에서 정보통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지만, 정보통신 제조업이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취업자 수가 고작 5.8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양상이다. 이 문제의 해법을 ‘투자 확대’나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보다는 자본을 위해 봉사하는 구조를 바꾸기 힘들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 이롭게 작용하도록 하려면 인간을 중심에 둔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평생직업교육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적 서비스 확대를 통한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가 유력한 대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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