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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외래어 표기, 유용한 5원칙

등록 2007-11-18 19:30수정 2007-11-18 19:34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수준-중2~고1]

5. 외래어 표기법 뛰어넘기 ①
6. 외래어 표기법 뛰어넘기 ②
7. 품사의 세계 - 동사와 형용사 ①

외래어 표기법은 약속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영어 발음 실력이 뛰어나서 그 소리를 그대로 적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약속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익혀야 할 규정의 양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이고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언어와 타이어, 베트남어를 포함한 동남아 언어들까지 모두 스무 가지나 되는 말들의 표기법을 어떻게 다 공부한단 말인가.

하지만 걱정 뚝! 외래어 표기법은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 궁금할 때마다 규정집을 들춰보면 된다. ‘난 그러기 싫다, 왜 귀찮게 매번 규정을 들춰보느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 물론 이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자주 부딪히는 낱말들을 표기법에 맞게 적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 방법이란, 외래어 표기법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익히는 것이다.

첫째, ‘남는 소리’는 적지 않는다. 이 원칙은 매우 쓸모가 있으니 반드시 익혀두시라. ‘비젼’은 ‘비전’과 소리가 거의 똑같다. 그러니 굳이 ‘비젼’으로 적을 필요 없이 간단하게 ‘비전’으로 적는다. 이걸 알면 ‘텔레비전’은 저절로 해결된다. ‘쥬스’도 마찬가지다. ‘주스’로 적어도 소리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여러분 같은 미성년자에게는 별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호프집에서 파는 ‘피쳐’도 ‘피처’로 충분하다. 이걸 ‘핏쳐’로 적어놓은 경우도 가끔 있는데, 발음상 아무 필요가 없는 시옷받침까지 쓴 비경제적 표기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이렇게 외워두면 간편하다: ‘ㅈ, ㅊ’은 ‘ㅑ, ㅕ, ㅛ, ㅠ’ 대신 ‘ㅏ, ㅓ, ㅗ, ㅜ’를 거느린다.

조금 다른 예로, ‘프랑수와’와 ‘프랑수아’는 소리가 거의 같다. 그래서 뒤쪽을 취한다. ‘마르세이유’를 빨리 발음하면 ‘마르세유’와 똑같아진다. 그래서 뒤엣것을 취한다. 남는 소리를 적지 않는 이런 원칙은 표준어 규정이나 한글 맞춤법 같은 다른 어문규정에서도 똑같이 채택하고 있다. ‘뒷쪽’은 ‘뒤쪽’하고 소리가 같다(혹은 거의 같다). 그러니 남는(즉 불필요한) 소리인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똑같은 원리로, ‘뒷편’을 버리고 ‘뒤편’을 취한다.

둘째, 된소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말에는 ‘ㅋ-ㄲ’ ‘ㅌ-ㄸ’ ‘ㅊ-ㅉ’ ‘ㅍ-ㅃ’ 같은 거친소리-된소리 쌍이 있다. 이 중에서 뒤의 쌍자음은 모두 앞의 격음으로 적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소리는 ‘빠리’에 가깝지만 ‘파리’로 적는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까페’로 소리 나는 것도 무조건 ‘카페’로 적는다.

셋째, 장모음은 인정하지 않는다. 외국어에서는 모음이 길게 소리 나더라도 한글로는 줄여서 표기한다. ‘오오사카’는 ‘오사카’로, ‘도오쿄오’는 ‘도쿄’로, ‘규우슈우’는 ‘규슈’로 적는다. 장모음은 토박이말에서도 갈수록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옛날에는 ‘무우’가 표준어였지만 이제는 ‘무’로 줄어든 것이 그 예다.

넷째, 모음이 이어지는 경우 중에서 ‘오우’는 ‘오’로 적는다. ‘보우트’는 ‘보트’로, ‘옐로우’는 ‘옐로’로 적는다.

다섯째, 받침에서는 ‘ㅋ, ㅌ, ㅍ’은 쓰지 않는다. 그래서 ‘book’은 ‘붘’이 아니라 ‘북’으로, ‘cat’은 ‘캩’이 아니라 ‘캣’으로, ‘gap’은 ‘갶’이 아니라 ‘갭’으로 적는다.

김철호/<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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