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동호공고 주변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초등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동호공고 폐교 논란으로 돌아본 실업계 현주소
올 한해 교육계에서 큰 화두중 하나가 된 것이 ‘동호공고 폐교’논란이었다. 동호공고 폐교 논란은 우리나라에서 실업계고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논란을 되짚어보며, 새해에는 실업계 학생들도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한다. -편집자 주
올해 동호공고의 폐교논란은 실업계 학생들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삐딱한 시선과 비인간적 대우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한테 혐오시설 취급받는 실업계
“동호공고는 쓰레기장이고 우리는 쓰레기다” 그동안 동호공고는 인근 주민들의 계속 된 민원에 못이겨 여러번 학교부지 이전이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예정된 지역에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무산되고 말았다.
성동구와 중구를 잇는 남산자락 꼭대기에 위치한 동호공고는 근처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하루아침에 ‘말썽 많은 골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동호공고의 폐교논란은 남산타운 단지 건설초기, 초등학교 부지를 보장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단지를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건설한 탓에 벌어졌다. 입주민들은 초등생 자녀들이 30분 거리의 학교를 통학해야 하는 것에 반발하며 집과 가까운 곳에 운영되고 있는 동호공고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학생답지 않은 실업계 학생들’이 지역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느니, 그 자리에 초등학교나 설립하자는 주장이였다. 때문에 동호공고는 3년전부터 부지이전, 특성화고 전환, 아현산업학교와 통폐합 등 몸살을 겪다가 결국 올해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통보를 받았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학교는 쓰레기 장’이고 ‘동호학생은 쓰레기’라고 서슴없이 표현했다. 교육청이 주민들의 민원에 못이겨 이전결정을 내렸던 2004년의 충격이 학생들의 머리속에는 생생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학교를 마치 납골당이나 핵, 쓰레기 폐기장 같은 혐오시설로 취급하는 주민들의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학교 걸어오는 길에 보이는 아파트에 ‘축 동호공고 이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어요” “매일 그 현수막을 보면서 등교했어요” “우린 쓰레기에요. 쓰레기”
특목고는 환영, 실업계는 결사반대
주민들이 동호공고 학생들에게 보였던 냉대의 원인에는 학생들이 공고생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충분한 듯 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 등하교를 해야 하는 학생들은 단지안에 있는 슈퍼를 자주 이용했고, 주민들은 이를 환영하지 않았다. 슈퍼입구에는 ‘동호학생들 이용제한’에 대해 써놓은 종이가 학생들을 막고 있었다. 슈퍼를 이용 할 때에는 도난방지를 위해 한줄서기를 해야하고, 자기 차례가 되면 주인과 2인1조로 들어가 한바퀴를 돌며 물건을 구매해야 했다. 또 껌같이 부피가 작은 상품들은 투명 비닐로 덮어놓아 주인을 통해 물건을 집게 해 놓기도 했다.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은 동호공고 인근 주민들만이 아니였다. 이전하기로 결정된 지역마다 ‘공고는 절대 안된다’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됐다.
2005년 10월, 옛 수도여고 자리인 용산구로 이전이 검토될 때 용산구는 시의원과 주민들이 플랜카드를 설치하고 구청과 의회에 동호공고가 용산구로 이전되는 것에 항의하는 등 반대목소리를 냈다.
이 뿐만 아니라 발산지구에서도 아파트 분양을 앞둔 입주자를 비롯한 지역 동우회 주민들이 구의원과 함께 이전 반대활동을 벌여냈다.
용산구와 강서구에서 학교 부지이전이 거절 된 동호공고는 아현직업학교와 방송특성화고로의 통폐합이 논의 되면서 마포구로 옮겨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번엔 마포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실업계나 다름없는 특성화가 웬 말이냐, 자사고나 특목고를 세워달라’는 것이 이유였다.
“동호공고가 동호외고나 동호과학고라면 그렇게 했겠습니까?”
올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 국회의원이 동호공고 폐교사태를 간과한 교육청장에게 “동호공고가 동호외고나 동호과학고라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질책했다. 실업계 학생들도 사회를 향해 이 같이 묻는다. “우리가 인문계나, 특목고였어도 이랬겠어요?”
실업계 학생들은 ‘학교가 우릴 버렸다’고 절규한다.
실업계에선 학생의 실수나 언행하나에도 ‘그럴꺼면 차라리 자퇴하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수업중에도 복도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다시 돌아와 수업하는 교사가 문제시 되지 않는다. 공고 실습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쇠를 깍으라고 시킨 후 밖으로 나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교사도 허다하다.
실업계에 대한 이 같은 ‘비인간적’ 대우는 실업계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삐딱한 시선과 연결된다. ‘공부못하는 학생들’, ‘저소등층 자녀들이 다니는 가난의 되물림 양성소’, ‘불량학생들’ 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학교안팍에서 학생들에게 냉대를 퍼붙고 있는 것이다.
실업계에 대한 편견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과 욕설이 섞인 훈계를 유발하기도 한다. 교문지도를 피해 담을 넘다 붙잡힌 학생에게 무릎을 꿇고 개 짓는 소리를 시킨 교사, 머리가 길다고 주먹으로 뺨을 때리는 모습은 이미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가 실업계에선 존재한다.
실업교육에 대한 이러다할 대안없이 주민들의 반발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멀쩡한 학교의 이전과 폐교를 넘나드는 정책을 펼쳤던 교육청의 모습에 학생들은 ‘실업계니까..’라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을지 모른다.
여전히 척박한 실업계 현실,
2008년 실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때 본지 <바이러스>는 올해 동호공고 폐교논란 집중보도를 통해 실업계 학생들의 이런 비참한 현실을 집중 문제 제기했다. 또한 동호공고와 학생들은 서명운동 등을 통해 폐교반대 여론을 이끌어 갔다. 결국 교육 주체들의 힘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동호공고 폐교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으면서 ‘동호공고 폐교’는 무산됐고 2008학년도부터 방송 특성화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동호공고에 평온이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실업계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업계 학생들은 이유없는 차별과 멸시를 받아야 하는 자신들을 한탄하며 눈물짓고 있을 것이다. 2007년 동호공고의 사례를 계기로 새해에는 실업교육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청이 기자 tlscjddl@hotmail.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동호공고는 쓰레기장이고 우리는 쓰레기다” 그동안 동호공고는 인근 주민들의 계속 된 민원에 못이겨 여러번 학교부지 이전이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예정된 지역에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무산되고 말았다.
성동구와 중구를 잇는 남산자락 꼭대기에 위치한 동호공고는 근처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하루아침에 ‘말썽 많은 골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동호공고의 폐교논란은 남산타운 단지 건설초기, 초등학교 부지를 보장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단지를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건설한 탓에 벌어졌다. 입주민들은 초등생 자녀들이 30분 거리의 학교를 통학해야 하는 것에 반발하며 집과 가까운 곳에 운영되고 있는 동호공고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학생답지 않은 실업계 학생들’이 지역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느니, 그 자리에 초등학교나 설립하자는 주장이였다. 때문에 동호공고는 3년전부터 부지이전, 특성화고 전환, 아현산업학교와 통폐합 등 몸살을 겪다가 결국 올해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통보를 받았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학교는 쓰레기 장’이고 ‘동호학생은 쓰레기’라고 서슴없이 표현했다. 교육청이 주민들의 민원에 못이겨 이전결정을 내렸던 2004년의 충격이 학생들의 머리속에는 생생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학교를 마치 납골당이나 핵, 쓰레기 폐기장 같은 혐오시설로 취급하는 주민들의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학교 걸어오는 길에 보이는 아파트에 ‘축 동호공고 이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어요” “매일 그 현수막을 보면서 등교했어요” “우린 쓰레기에요. 쓰레기”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17일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산업정보학교를 2010년까지 폐지하고 방송특성화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행정예고를 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8년 실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때 본지 <바이러스>는 올해 동호공고 폐교논란 집중보도를 통해 실업계 학생들의 이런 비참한 현실을 집중 문제 제기했다. 또한 동호공고와 학생들은 서명운동 등을 통해 폐교반대 여론을 이끌어 갔다. 결국 교육 주체들의 힘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동호공고 폐교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으면서 ‘동호공고 폐교’는 무산됐고 2008학년도부터 방송 특성화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동호공고에 평온이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실업계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업계 학생들은 이유없는 차별과 멸시를 받아야 하는 자신들을 한탄하며 눈물짓고 있을 것이다. 2007년 동호공고의 사례를 계기로 새해에는 실업교육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청이 기자 tlscjddl@hotmail.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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