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해서 걱정인 부모가 한 둘이 아니다. 아예 컴퓨터 키보드를 가지고 출근해 버린다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파워케이블을 숨긴다는 엄마도 있다. 오죽하면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나 리복이 아닌, 닌텐도라고 할까! 아이들을 집안에 붙잡아두는 닌텐도 게임기 때문에 농구화도 축구화도 안 팔린다는 것이다.
초등 4학년 아들이 게임에 빠졌다고 걱정하는 지인에게, 어떻게 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지금 성적이 평균 이하라며 우선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고, 밖에 나가서 운동도 했으면 좋겠고, 친구들과 즐겁게 사귀었으면 좋겠고, 게임도 확 줄여야 된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많다. 오죽하면 ‘엄친아’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엄친아’는 우선 공부를 엄청 잘한다. 게다가 효자이고 예의도 바르고, 게임도 ‘적당히’만 한다. 그는 키도 크고, 아침에 안 깨워도 일어나고, 잔소리라곤 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존재다. 이름하여 엄마친구 아들!
그렇게 많은 바람을 말하는 지인에게 이번 겨울방학에 꼭 개선하고 싶은 한 가지만 선택하고 아이와 함께 목표를 세워보라고 했다. 아이들 습관을 형성하는 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명랑한 성격이지만 학교에서는 산만하다고 평가되고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에게 왜 그런지 잘 물어보고 관찰해보니 글씨 쓰기가 미숙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글씨 쓰기가 느리고 서툴러 제시간에 다 못 쓰고, 쓰기 싫어서 집중이 안 되니 딴 짓을 하게 되는 식이다. 그림이든 쓰기든 전체가 마쳐야 할 시간보다 항상 늦었다. 알림장을 늦게 써서 급식시간에 늦게 밥을 받고, 선생님이 하는 말을 또 놓친다. 그 결과 과제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서 수업준비가 부실한 식이었다. 자기관리가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우선은 한가지에 집중해보자고 결심했다.
겨울방학이 되자 아이와 방학의 목표는 ‘글씨 잘쓰기’라고 분명히 설정했다. 여러 번 얘기를 해서 나중엔 “이번 방학의 목표는?” 하고 물으면 아이가 “글씨 잘쓰기!”라고 딱 대답할 정도가 되었다. 매일 하루에 원고지 세 장씩 글씨를 쓰는 게 과업이었다.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옮겨 쓰는 훈련이다. 처음엔 힘들지만 두 달간 매일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자연법칙처럼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기간에 다른 잔소리는 하지 말고, 쓰기에만 초점을 맞추어 관심을 쏟고 격려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설날도 예외 없이 날마다 원고지 세 장을 쓴 결과, 처음엔 몸을 뒤틀면서 1시간이 넘게 걸리던 쓰기가 나중엔 10분에 완성됐다.
돋보기로 초점을 맞추면 햇볕이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우리가 시간과 에너지를 분명한 목표에 조준해 쓰면 거기엔 반드시 성과가 나온다.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한 두 가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끈질기게 실행에 집중해 보자. 이것이 겨울방학 목표 세우는 데 드리는 제언이다. 게임 줄이기를 바랐던 지인은 아들이 게임할 때 본인이 골프 채널을 즐겨보던 습관부터 버리고 아이와 밖에 나가 활동하면서 실행을 시작했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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