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
남관희학부모코칭 /
지난 연말 하루를 잡아 우리 가족은 송년 가족모임을 가졌다. 우선 이러 저런 즐거운 얘기를 하면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이어서 차를 마시며 노트북을 갖다 놓고 예년에 했던 방식대로 우리 가족의 지난 해 10대 뉴스를 만들어 봤다. 이거야말로 우리가족의 1년을 속속들이 챙겨보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각각의 새해의 바람을 들어보고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새해가 되면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로부터 새해 결심이나 바람을 듣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랬는데 이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선 아이들이 새해 바람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막상 새해가 돼도 특별히 결심하거나 바라는 일이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와는 달리 조금만 커도 자신의 바람을 말하기 주저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말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꼴이어서 부모들의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어려움은 있지만, 아이들로 하여금 새해에 새로운 결심을 갖게 하고 그 결심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것이 가족회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몇 가지 도움 말을 정리해 본다.
첫째로는 부모 스스로가 새해 바람이나 결심을 갖고 그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솔선수범하지 않는 교육은 공허할 뿐이다.
둘째, 결심을 말하면, 지지해 주고 그 결심이 이뤄졌을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심을 잘 이룰 수 있도록 내가 몇 마디 충고를 해주는 것보다, 이뤄졌을 때의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주고 지지해주기만 해도 실행력이 강해진다.
셋째, 긍정적 목표를 세우도록 돕는다. “동생과 싸우지 않는다”라는 목표보다는 “동생과 사이 좋게 지낸다”라는 목표가 실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넷째, 어딘가에 분명하게 적게 한다. 미국의 5대 신문 중 하나인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2002년 초에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신년 계획을 세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자신의 계획을 적어둔 사람과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한 사람으로 나누었다. 2003년 2월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놀라운 결과를 소개했다. 1년이 지나서 과거의 응답자들을 만나보니, 계획을 적어두지 않은 사람 가운데 단 4%만이 어떤 변화를 이룬 반면, 결심한 내용을 적어둔 사람은 46%가 계획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바람들을 가족들이 함께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두어도 좋고 각자가 일기장이나 플래너에 적어도 좋을 것이다.
다섯째,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는다. 한번에 멋진 가족회의를 하는 것은 어렵고 자칫하면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새해 소망을 묻는 데 4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10대 뉴스와 칭찬하기, 그리고 가족 특징 찾기 등 재미 위주의 진행을 하다가 조금씩 의미있는 것들을 보태는 식으로 발전시켰다. ‘어떤 발언을 해도 지지받는다’는 믿음이 싹틀 때 마음 속 깊이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들의 아이들 모두는 뭔가 새로운 성장을 꿈꾸고 소망한다. 그 꿈들에 대해 같이 나눌 시간을 마련해 보자. 하지만 이번에 꿈을 나누지 못해도 좋다. 즐겁게 얘기하고 서로 안아주는 시간을 갖자. 꿈은 내년에 나눌 수 있어도 훌륭하다. 후년이면 어떻고 그 후년이면 어떤가? 시작이 반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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