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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미디어 아트’와 사귀자 상상력이 쑥쑥

등록 2008-03-24 18:45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최승준(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이)씨가 만든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최승준(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이)씨가 만든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교실 밖 교실] 한미유치원·성미산학교서 도입
‘게임 컴퓨터’가 ‘작품 캔버스’로
과학과 예술 접목…협업정신 키워
부모와 집에서도 함께 할 수 있어

“선생님, 이 인형은 어떻게 움직이는 거에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미유치원. 5~7살 어린이들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각자 게임에만 몰두하는 익숙한 풍경 대신에, 이 어린이들은 커다란 모니터에 여러 개의 마우스가 달린 컴퓨터로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사진을 오려 붙이고 제각기 그림을 더해 가던 이들은, 곧 모니터 안에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백남준의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진 ‘미디어 아트’는 이제 예술에서 교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컴퓨터, 텔레비전, 카메라 등으로 장난치고 낙서해 가며, 어린이들은 미디어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한다. 한미유치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가르치는 최승준(35)씨는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내려받아 보던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다”며 “이제 아이들은 미디어 사회의 단순 소비자에서 자유로운 생산자로 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와 대학원 시절 응용물리학과 과학교육을 전공한 최씨는 2005년 미디어 아트를 접한 뒤 창작 활동을 해 왔다. 어린이를 위한 미디어 아트 작품 등을 주로 전시하던 최씨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소도시 레지오 아밀리에를 방문한 뒤, 미디어 아트와 유아교육을 접목해 보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유아교육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교육자뿐만 아니라, 건축가, 과학자, 예술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유아교육의 대전제는 ‘모든 어린이들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학생들과 미디어 아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최씨가 학생들과 미디어 아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 마포구에 있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서도 새 학기 들어 새로운 교육이 시작됐다. 예술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로 개설된 ’미디어 아트’ 수업은 예술과 과학의 통합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함께 작품을 만드는 기회를 가져 봄으로써 협업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개설됐다.

지난 14일 이 학교 미디어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컴퓨터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사진과 기호를 조합해 그림을 그렸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개성은 곧 화려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최씨가 참여한 연세대 청년문화원 주최의 ‘미디어 아트’ 워크숍에 참석했던 김연경(14·성미산학교 8학년)양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 가며 발표회에 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올해 우리 학교에도 수업이 생겨 신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 담당 교사인 임병덕씨는 “아이들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며, 여느 강의와는 다르게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었다.

학교와 학교 밖을 넘나드는 미디어 아트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의 허브’를 만들겠다는 게 최씨의 구상이다. 최씨는 “유치원이나 학교뿐만이 아니라 지역아동센터나 사회복지관 등에서도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교육을 어린이와 부모가 집에서도 함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을 위한 미디어 아트 교육도 계획 중이다.

최씨는 “영어 때문에 여기저기서 난리인데, 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며 “다른 아이가 실수를 해도 서로 힘을 합해 그림을 그려 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냐”고 했다. 최씨는 또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주로 이용하는 만큼, 소외계층의 아이들도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이 교육의 또다른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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