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미래찾기 포트폴리오’ 교사가 관리를

등록 2008-03-30 17:08수정 2008-03-30 17:14

진로교육은 학생 스스로 진로 찾기에 관심을 갖도록 활동 위주로 해보는 게 좋다. 〈진로와 직업〉교과서를 잘 활용하면 편지쓰기, 앞으로 생길 직업 적기, 내 이상형과 이상향 써보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볼 수 있다. 돌마고등학교 제공
진로교육은 학생 스스로 진로 찾기에 관심을 갖도록 활동 위주로 해보는 게 좋다. 〈진로와 직업〉교과서를 잘 활용하면 편지쓰기, 앞으로 생길 직업 적기, 내 이상형과 이상향 써보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볼 수 있다. 돌마고등학교 제공
진로교육
‘진로와 직업’ 교과서 활용법
‘나의 소망 적기’ 등 자기 삶 계획 계기 삼게<>적성검사·수시 모의지원서 붙여 진학 도움도

강원도 춘천시 한 고교의 이아무개 교사는 지난 3월에 겪은 부끄러운 일을 털어놨다. 장래 꿈을 말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타짜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는 “녀석 딴에는 진지하게 말한 것인데 왜 그게 직업이라고 할 수 없는지 설명해주지 못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질문이 올라올만큼 조폭, 도박사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많지만 이 일이 왜 직업이 아닌지를 조리있게 설명하는 교사는 흔치 않다.

그런데 해답은 정작 가까운 곳에 있다. <진로와 직업>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다. 중학교용 <진로와 직업>(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는 ‘직업이 아닌 것’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학생들이 말하는 도박은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 고등학교용 <진로와 직업>(중앙교육진흥연구소)과 교사용 지도서에도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직업의 요건을 자세히 적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설명을 해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진로와 직업>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는다. 그러고는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고의 이혜숙 교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옮겨가면서 몇 년 동안 <진로와 직업>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고, 얼마 전에는 경기도교육과학관에서 <진로와 직업>을 담당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과서 활용 수업’에 관한 발표도 했다. 그는 “중학교는 창의적 재량시간에 겨우 수업을 하고, 고등학교는 담당이 아닌 교사가 갑자기 수업을 맡게 돼 모두들 당황스러워하지만 교과서에 해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서의 성격이다. 이 교과서는 ‘지식전달 중심’이 아니라 ‘활동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교과서의 절반은 다양한 사연을 담은 일화다. 진로 관련 기사부터 직업인 이야기, 만화 등이다. 나머지는 학생 스스로 채워야 하는 활동면이다. 여기엔 낱말 맞추기, 편지쓰기 등의 과제들이 나와 있다. 일종의 ‘워크북’ 형식인 셈이다.

고교에서는 <진로와 직업>을 정규 교과로 채택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교사가 재량껏 이 수업을 한다고 할 때 기본적인 강의안에는 반드시 세 가지 항목이 들어가야 한다고 교과서 집필위원들은 말한다. 자기 이해, 직업 세계의 이해, 진로 의사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가능하다면 첫 수업에서 행복한 삶과 직업이 왜 연결고리를 갖는지를 말해주며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진로와 직업>을 구입하기조차 만만치 않다. 예산책정이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교과서 40여 권을 구입해 전교생이 공용으로 돌려보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대부분 이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이 교과서를 자신만의 워크북으로 쓰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수업 때 별도의 빈 종이를 준비하게 하고 여기에 활동 결과를 적게 하는 게 좋다. 이때 교사는 이 결과물들을 묶은 포트폴리오를 꾸준하게 관리하는 구실을 해줘야 한다. 이 포트폴리오는 훗날 진로뿐 아니라 진로에 맞는 진학 설계를 하는 데도 유용하다. ‘자기 이해’ 수업에서는 적성과 특기를 적는 활동, ‘직업 세계의 이해’ 수업에서는 관심 있는 직업에 대해 적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 결과물을 모으면 한 학생의 진로 프로파일이 완성된다. 고등학생일 때는 여기에 적성ㆍ 흥미검사 결과지, 성적표, 수시원서 모의지원서까지 붙여서 한 학생의 진로와 진학을 돕는 프로파일도 만들 수 있다. 물론 ‘나의 소망 적기’, ‘10년 후 나에게 편지쓰기’ 같은 결과물들은 자기 삶을 계획하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백운고 이 교사는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친 뒤 학생들이 3학년에 올라갈 때 이 포트폴리오를 담임교사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는 이런 활동지를 모아 자료를 만들 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하나는 학생들이 학습형 과목처럼 느끼지 않도록 숙제를 내주지 말고 이 시간에 활동을 마무리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음해 담임교사에게 자료를 보낼 때 이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학생을 직접 만난 다음 참고해 달라고 부탁하라는 것이다.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교과목 자체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학교에 <진로와 직업>을 보급한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쪽은 “올 초 개정한 초등학교, 중학교용 교과서를 각각 전국의 초ㆍ중학교에 2권씩 보냈지만 영어나 컴퓨터 등에 밀려 창의적 재량시간에도 활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초ㆍ중학교 <진로와 직업>의 집필위원이었던 경기도 기산중 황윤록 교감은 “교과서로 활동해 나오는 이 자료는 대학 입학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진로와 직업>이 진학에 무슨 도움을 주냐고 묻는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학기 초에 받은 교과서를 펼쳐봐야 할 이유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