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45)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윤리
시사로 따라잡기 / [난이도 수준-중2~고1]
황우석 박사의 ‘대국민 사기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제 논리 때문이었다. 즉, 연구의 결실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와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대국민 홍보가 제대로 먹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황 박사의 연구는 개별 기업의 후원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생명 윤리와 여성의 인권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난자 기증도 ‘국부 창출’ 구호 덕분에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의 시점에서 생명공학이 창출할 부가가치가 현재진행형의 생명윤리를 간단히 제압한 형국이었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 무분별한 시장원리가 도입되면 생명 윤리는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뇌사와 장기 이식, 대리모와 안락사, 태아의 성 감별에 따른 임신 중절, 유전자 복제 등 생명윤리와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를 다룰 때 수요·공급 원리와 매매의 법칙, 이윤 창출의 논리 등만을 들이댈 경우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는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시장주의를 옹호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장기의 자유 판매를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돈 없는 사람은 장기를 팔아 돈을 얻고, 장기가 필요한 사람은 장기를 얻는 게 자유거래의 미덕이라는 것이다. 좀더 극단적인 이들은 같은 논리로 난자 매매의 합법화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거래’라는 겉모습을 들춰보면, 경제적 약자들에게 강요되는 ‘신체적 자유와 생명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이런 거래의 본질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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