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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외고 ‘중·고 통합 6년제’ 어떨까

등록 2008-05-18 14:50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특목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목고에 대한 비판 중에는 상당히 부당한 것들도 섞여 있다. 일례로 대학들이 대입에서 수능이나 논술의 비중을 높이려는 조짐을 보일 때마다, 이것이 ‘특목고생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특유의 ‘내신 지옥’에 시달리는 특목고생들이 내신성적 이외의 전형요소(외고의 경우 특히 수능)를 탈출구로 활용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특혜’라고 낙인찍는 것이 정당할까?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의 교과과정이 좀더 수능에 적합하게 되어 있다면 특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고도 대부분의 교과목이 수능 과목 중심으로 짜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특목고의 경우 몇몇 과목이 감면되기는 하지만, 이는 제2외국어나 과학 실험실습 등에 할애되는 시간으로 대체로 상쇄된다.

또다른 예로, 외고 졸업자 중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이 25% 선에 그친다는 점을 근거로 외고 운영의 파행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외국어’라는 것의 기능적 특성상, 어문계열로 진학해야만 외고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세부전공에 따라서는 사회과학부나 국제학부 등이 외고 설립 취지에 더 부합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외고의 문제점은 훨씬 근본적인 곳에 도사리고 있다. 고등학교라는 학교형태 자체가 ‘외국어 특기자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고등학생이면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기에 적합한 연령을 벗어난 시기이고, 현실적인 여건상 입학하자마자 대학입시의 압력에 노출된다. 그래서 특히 제2외국어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게 되고, 대다수 외고에서 제2외국어 교육은 ‘학원에서 3개월이면 가르칠 내용을 학교에서는 1년간 가르치는’ 한심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외고에서의 외국어 교육은 ‘원래 잘하던 영어를 좀더 잘하게 되는’ 것이 핵심인데, 요즘 세상에 이 정도 기능을 하면서 ‘특수목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참으로 어쭙잖은 일이다.

결국 외고의 목적과 존재방식을 총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일단 고등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중-고 통합 6년제 학교로 개편하고, 영어뿐만 아니라 제2·제3 외국어를 상당 수준으로 교육해 다개국어 구사자를 양성한 뒤 다양한 분야로 배출하도록 하는 사회적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외고를 중-고 통합 6년제로 전환함으로써 한국사회가 긴급히 필요로 하는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을 도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고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목고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도무지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합격할 수 없는 선발방식이다. 이 점은 과학고가 외고보다 심각하다. 서울·경기권 과학고의 경우 올림피아드(경시대회) 입상 실적이 있어야 합격이 가능한 상황인데, 중등 올림피아드 입상을 위해서는 고교 과정까지 소화해야 하므로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학고는 모두 공립학교인데 공립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에 의존해야만 하니, 이 얼마나 기형적인가? 일단 지역별로 올림피아드 종목별 거점학교를 지정해 주변지역 학생을 위한 특별한 ‘하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과학고 지원자격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범 곰TV·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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