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
“저는 오래전부터 가졌던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학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도 정해놨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성적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고,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꿈을 이룰 수 없을 거예요. 성적도 좋지 않은 제가 무슨 꿈을 꿀 수 있겠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한 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뭐가 될 수 있을까요?”
여러 이유로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의 특징이다. 이런 학생들을 빨리 발견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은 교사의 가장 큰 의무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과 다양한 접촉 경로를 갖고 그들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을 찾아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상담활동도 필요하지만, 종·조례시간은 물론 청소시간, 특별활동시간에 가벼운 대화를 하면서 학생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가 있는데 성적 때문에 걱정을 하는 학생에게는 두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첫째는 시간을 길게 잡고, 될 때까지 도전해 보게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꿈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다면 앞으로 성적도 올릴 수 있고 꿈도 이룰 수 있다. 학생들은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 공부에도 집중을 잘 못한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혹시 학습방법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생시절에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것 자체가 매우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둘째는 대학을 결정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본 다음 성적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학과만 동일하다면 학교의 수준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대학을 가기 전에는 대학의 수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학의 수준에 관계없이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은 사원을 채용할 때 개인의 학벌보다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렇다고 오로지 꿈을 이루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여러 가지 여건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고, 불가피하게 꿈을 포기하게 된다면 신중하게 자신의 흥미와 적성, 여건 등을 고려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비록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도 사람은 누구나 남다르게 노력하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찾아보고 원하는 직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잘하지 못해도 관심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면 점점 잘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잘하는 것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일이 무엇인지를 못 찾는 것이다.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쉬운 목표부터 설정해서 달성해보게 하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면 절망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목표부터 세워서 달성해 보게 하고 점점 어려운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한다. 작은 목표라고 할지라도 목표를 성취한 경험은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또래상담 등을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고민은 또래 친구들의 고민과 일치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여건을 만들어주고, 학생 스스로 자신이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도와야 한다.
양운택 돌마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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