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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상대방을 높이는 특수어휘

등록 2008-06-08 17:16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밖 국어여행 /
[난이도 = 중2~고1]

29. 높임법 ⑤
30. 높임법 ⑥
31. 의성어와 의태어 ①

지난 시간에, 한 문장 안에서 동사가 여럿 등장할 경우 매번 높임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연결어미의 종류에 따라서는, 혹은 문맥에 따라서는 ‘-시-’를 중복해서 넣어주어야 할 때가 있다. 성경에서 뽑은 다음 문장을 통해 높임법의 묘미를 음미해보자(번호와 밑줄은 필자가 덧붙인 것이다).

예수께서 무리를 ①보시고 산에 ②올라가 ③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④열어 ⑤가르쳐 ⑥가라사대…

①의 ‘보다’와 ②의 ‘올라가다’는 시간상으로 거리가 있는 두 행동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필연적 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런 경우에는 앞 동사에 ‘-시-’를 써서 높임법을 적용한 다음 연결어미 ‘-고’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②의 ‘올라가다’와 ③의 ‘앉다’는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는 두 행동이다. 산에 올라간 일이, 그곳에 앉기 위한 예비 행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행동은 시간상으로 바로 이어져 있다. 이럴 때에는 앞 동사에 높임법을 적용하지 않고 연결어미 ‘-아/어’를 써서 뒤 동사하고 이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기서 잠깐. 이 문장에서 ‘올라가’는 ‘올라가다’의 어간 ‘올라가’에 연결어미 ‘-아’가 덧붙은 꼴이다. 다만 어간의 마지막 모음이 연결어미와 소리가 똑같아서 하나로 줄어들었을 뿐이다.)

③의 ‘앉다’와 ④의 ‘(입을)열다’는 ①과 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상으로 거리가 있으면서 서로 필연적이거나 긴밀한 관계가 없는 두 행동이다. 따라서 이때에는 앞 동사에 높임법을 적용하고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참고로, ③과 ④ 사이에 등장하는 동사 ‘나아오다’는 주어가 ‘예수’가 아니라 ‘제자들’이어서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④의 ‘(입을)열다’와 ⑤의 ‘가르치다’ 그리고 ⑥의 ‘가로다’(‘가라사대’의 기본형)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거의 한 덩어리로 뭉쳐 있는 세 가지 행동이다. 따라서 이럴 때에는 연결어미 ‘-아/어’를 써서 셋 사이를 이어준 다음 마지막에 오는 동사에만 높임을 표시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리하자면, 앞 동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동사가 이어질 때에는 앞 동사에 높임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만 기억하면 되겠다. ‘이것 좀 들고 가세요’나 ‘문 닫고 들어오세요’ 같은 경우도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앞에 오는 동사가 ‘자다→주무시다’ ‘먹다→잡수시다’같이 특수 어휘에 의한 높임법의 대상이 되는 경우다. 다른 동사라면 ‘이것 좀 보고 가세요’나 ‘이 아이를 안아주고 가세요’처럼 앞 동사에 높임법을 쓰지 않지만, 이렇게 특수 어휘를 써야 하는 동사가 오면 ‘주무시고 가세요’나 ‘잡수시고 가세요’처럼 앞뒤 동사에 다 높임법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동사로는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보다→뵙다’ ‘묻다→여쭙다’ 따위가 있다. 모름지기 한국사람으로서 이런 동사들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웃사람에게 크게 결례를 범하는 셈이 되니 조심할 일이다.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높임법에 쓰이는 특수 어휘 중에는 명사들도 있다. ‘밥→진지’ ‘이→치아’ ‘나이→연세/춘추’ ‘술→약주’ ‘집→댁’ ‘이름→성함/함자’ 등이 그 예다. 이런 낱말들 역시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제대로 된 한국어라고 할 수 있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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