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대학 2년이 너무 빨리 지났어요.” 청년실업 연구 면담차 만났던 김진철(가명)씨는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평범하고 착실한 스물아홉 살의 청년이다. 진로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에 진학했고,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건축과를 택했다. 신입생 시절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갔다 온 뒤 마지막 남은 한 학기는 졸업 작품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진로를 생각할 틈도 없이 바삐 지냈는데 막상 졸업을 하려니 짧은 배움의 시간이 아쉬워 4년제 대학에 편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울로 올라와 2~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험 준비를 했지만 편입은 쉽지 않았고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는 계속되었다. 편입 준비는 주로 영어시험 공부여서 남다른 능력이 길러지는 것도 아니었고, 손에 잡히는 일자리를 전전하다보니 20대가 지났다.
되돌아보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서 건축 실무를 익히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는 그는 지금 실내 인테리어나 건설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전문학교 입학을 알아보고 있다. 대학에서 실무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기반이 돼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은 대학 수 152개, 학생 정원 52만4980명으로 고등교육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2~3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에 현장 중심의 집중적 교육과정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전문대 진학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전문대학의 취업률은 83.5%로 4년제 일반대학의 취업률 65%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 입학 뒤에야 비로소 직업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실정에 비춰볼 때 전문대학에서의 2년은 진로 탐색과 선택을 위해 너무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김진철씨의 경우처럼 많은 전문대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과 편입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현실이다. 편입 준비를 선택한 학생들은 짧은 학창시절을 연장하고 한편으로는 학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자칫 진로 결정을 미루고 대책 없이 학령기만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 일자리를 구하면서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자신과 직업 간의 적합성을 실제로 가늠해볼 수 있는 20대의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평생학습 시대라고 한다. 배움이 대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한 지속적으로 배워야 제 몫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니 우선 사회에 발디뎌 직업세계를 경험하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있다면 다시 배움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막연한 희망을 좇아 시험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20대를 보낸 진철씨가 주는 조언이기도 하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평생학습 시대. 취직해서 일을 하다가도 특정한 지식과 기술의 필요를 느껴 직업전문학교 등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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