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기수업’ 교육적 효과는
커버스토리 / ‘계기수업’ 교육적 효과는
소문에 휩쓸리지 않도록
교실이 중심 잡아주기도 말많고 탈많은 계기수업을 교사들이 굳이 하려는 이유는 뭘까?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수업으로는 얻을 수 없는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사들은 우리나라 교과서가 논쟁과 토론에 인색한 현실을 지적한다. 최성은 전국사회교사모임 대표는 “우리 학교 교육은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 많다”며 “사회적 쟁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논쟁적인 사회적 쟁점을 다룰 여건이 안된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정치 분야 교육학자들이 모여 ‘정치 교육을 위한 근본적인 원칙’을 합의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른바 ‘보이텔스 바흐 협의(1976)’로 불리는 이것은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역시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계기교육은 교과서가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토론과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현장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주 교사(35)는 “무서울 정도로 보수적인 아이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이 나중에 정치적인 보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기에 자기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토론과 논쟁에는 답이 없고 등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교사는 “어렸을 때 자기 주장을 말하고 수용되는 경험을 쌓은 학생이 나중에 더 나은 시민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다”며 “계기수업을 할 때는 아무리 엉뚱한 주장을 내놔도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구나 인정하고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가 아닌 사회적 현안에 대한 수업일수록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져 사고가 활발해지는 것도 교사로서는 기분 좋은 모습이다. 박선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교과서는 학생들을 움직이지 못했고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은 사고하지도 토론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쇠고기 문제는 정치를 내 문제로 느끼게 했고 나의 경험과 연관지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계기교육에서 다루는 교육은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교과수업은 학원에서도 배우고 남지만 사교육에서 ‘가치’를 배우는 수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흥문 남양주초교 교사는 “요즘 부모들은 맞벌이하느라 자녀와 나란히 앉아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시사적인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없다”며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과 인터넷에 넘쳐나는 기사를 적절히 정리하고 설명해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사고력을 키울 수가 없다”고 했다.
웹2.0세대로 불리우는 10대들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학교에서의 계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재혁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기 입장을 일찍이 정립하는 일이 많다”며 “그러나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학생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근거삼아 이리저리 휩쓸리기 쉽다”고 했다. 외려 이럴 때일수록 교실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일어났던 ‘미선이ㆍ효순이 사건’처럼 학생들이 감정적으로 분노하고 대응하기 쉬운 일은 한미 양측의 입장을 두루 살피는 냉정하고 차분한 교실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계기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명백한 만큼 수업을 하는 교사의 재량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물론 지난 4.15 학교 자율화추진 계획으로 ‘계기교육 수업내용 지도지침’이 폐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발표된 ‘2007 개정 교육과정’에는 계기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는 ‘계기교육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여전히 살아있다. 양원택 교육과학기술부 학력증진지원과 연구관은 “정부 방침으로 폐지된 사안인 만큼 앞으로 개정의 기회가 있을 때 교육과정도 보조를 맞출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교사가 마음대로 계기교육을 실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시도교육청이나 학교장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전히 교사들의 자율적 계기교육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교실이 중심 잡아주기도 말많고 탈많은 계기수업을 교사들이 굳이 하려는 이유는 뭘까?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수업으로는 얻을 수 없는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사들은 우리나라 교과서가 논쟁과 토론에 인색한 현실을 지적한다. 최성은 전국사회교사모임 대표는 “우리 학교 교육은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 많다”며 “사회적 쟁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논쟁적인 사회적 쟁점을 다룰 여건이 안된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정치 분야 교육학자들이 모여 ‘정치 교육을 위한 근본적인 원칙’을 합의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른바 ‘보이텔스 바흐 협의(1976)’로 불리는 이것은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역시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계기교육은 교과서가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토론과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현장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주 교사(35)는 “무서울 정도로 보수적인 아이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이 나중에 정치적인 보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기에 자기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토론과 논쟁에는 답이 없고 등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교사는 “어렸을 때 자기 주장을 말하고 수용되는 경험을 쌓은 학생이 나중에 더 나은 시민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다”며 “계기수업을 할 때는 아무리 엉뚱한 주장을 내놔도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구나 인정하고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가 아닌 사회적 현안에 대한 수업일수록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져 사고가 활발해지는 것도 교사로서는 기분 좋은 모습이다. 박선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교과서는 학생들을 움직이지 못했고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은 사고하지도 토론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쇠고기 문제는 정치를 내 문제로 느끼게 했고 나의 경험과 연관지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정치교육을 위한 근본적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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