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따라 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학과들도 신설되고 있다. 사진은(왼쪽부터) 2006년에 개설된 부산여자대학 보석감정딜러&디자인과, 재능대학 실버케어복지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모습. 부산여자대학, 재능대학 제공
직업 세분·전문화 추세속 ‘희소가치’ 장점
진로 확인 등 힘들어 진학때 면밀 검토를
진로 확인 등 힘들어 진학때 면밀 검토를
의료코디 전공, 컬러리스트 전공, 시계주얼리과, 실버케어복지과, 테마파크디자인과.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학에서도 새로운 이름의 다양한 학과(전공 포함)들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신설학과가 변화하는 직업세계와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동물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자 동물조련이벤트과가 등장했고, 커피가 대중화 바람을 타자 바리스타 전공도 나왔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 흔히 ‘이색학과’라고 불리는 새로운 학과들은 대개 ‘실용학문’을 표방하는 2~3년제 대학에 많은 편이다.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에서 조사한 ‘전문대 신설 예정학과 중 이색학과 현황’을 보면 최근 5년 사이 1년에 많게는 약 20여개, 적게는 약 8개의 새로운 학과가 나오고 있다.
시대 변화를 읽은 학과 출현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직업세계가 세분화되고 전문 영역이 생기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게 요즘 사회인데 그런 점에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이색학과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될 거라는 전망에도 주목한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8)군은 장례복지학과 진학을 꿈꾼다. 그는 “어른들은 흉하다고 하지만 평소 복지 분야에 관심도 많았고, 장례 문화와 관련한 업체들도 생기고 있어서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며 “전국에 두 군데밖에 없으니 졸업생 수도 적을 테고 취업 시장에서도 희소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요구와 시대 변화를 잘 읽어 성공한 새로운 학과도 있다. 백석문화대학에는 2006년도에 신설한 커피바리스타 전공을 해보고 싶어 외식산업학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처음 전공을 신설할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대중화, 커피가게 창업 등이 활발해지면서 학생들의 취업 전망은 날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 이정희 학부장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전문점이 등장하고 커피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사설 교육기관과는 달리 커피 역사와 문화, 로스팅과 블렌딩 기술 등을 폭넓게 가르치려고 전문 강사진을 초빙했고, 각종 음료·제과 등 인접 분야에 대한 연계 교육에도 신경을 써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학과를 선택하는 일은 일종의 모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할 점도 많다. 신설학과인 탓에 졸업생 진로도 확인하기 힘들고, 학과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도 낮은 경우가 많다. 대학 자율화로 학과 및 전공의 신설과 폐지가 자유로워지면서 갑자기 학과 자체가 없어지는 일도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여러 언론에서 ‘신설 이색학과’로 주목했던 아주자동차대학 레이싱모델학과는 지원 학생이 적다는 이유로 입학예정자 오리엔테이션까지 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폐지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총무학사지원부 이승주 과장은 “현재로선 학교에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신설·폐지와 관련한 부분들 역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질 자체가 의심스런 대목도 있다. 학생 유치에 눈먼 학교 쪽에서 폐지된 다른 학과의 교수를 무턱대고 학과장 등으로 앉히는 일도 빈번하다. 본래 경영을 전공했지만 자연과학 계열에 소속된 신설학과 학과장을 맡은 김아무개 교수는 “유명 교수진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취업이 무조건 잘된다고 하지만 이 분야 특성상 한두 명만 빛을 볼 뿐이지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에서 발령을 받아 온 것이지만 학생들에게 창피하고 미안한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도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는 입장이지만 학교 쪽에서 학생 유치만 생각할 게 아니라 특성화된 분야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학생들이 진로를 명확하게 설계하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전문대학이 아닌 일반 학원에서 많이 다루는 것을 차별성 없이 가르치거나 1년에 불과 십여명도 안 될 만큼 인력 수요가 적은 학과 등은 졸업 뒤 직업을 얻을 때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새로운 학과에는 빛과 함께 그림자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인기에 현혹되지 말고 정말 내 적성과 흥미에 맞는지, 그 학과의 교유과정이나 미래 전망 등을 꼼꼼히 살피고 충분한 고민을 한 뒤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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