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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수련관은 ‘숨겨진 보물창고’

등록 2008-08-10 16:37

각종 상담부터 직업체험까지 청소년수련관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사진은 수서청소년수련관에서 진로 엑스포 행사를 준비하는 신은정 학생(오른쪽)과 목적사업팀 강민이씨(왼쪽).
각종 상담부터 직업체험까지 청소년수련관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사진은 수서청소년수련관에서 진로 엑스포 행사를 준비하는 신은정 학생(오른쪽)과 목적사업팀 강민이씨(왼쪽).
전문가 상담·직업인 만남 등 진로정보 가득
영어학습·독서캠프·수영강습 비용도 저렴
수능시험을 정확히 100일 남겨둔 날. 서울 강동고등학교 3학년 신은정(18)양이 수서청소년수련관을 찾았다. 그가 사는 강동구 고덕동에서 수련관이 있는 강남구 수서동까진 약 한 시간 거리다. 한참 ‘열공 중’이어야 할 고3 수험생이 이렇게 매주 수련관을 찾는 이유는 뭘까?

“봉사 계획도 잡고, 8월23일에 열리는 진로엑스포 행사 준비도 도우려고 왔어요. 수련관은 제가 진로 탐색을 할 때 도움을 준 곳이거든요. 친구들과 후배들이 이 공간을 잘 활용했으면 해서 적극 알리는 중이에요.”

신양이 수서청소년수련관과 인연을 맺게 된 건 고1 말 때였다. 장애우 관련 정보를 찾다가 이곳의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혼자 방문을 한 게 시작이었다. 그 뒤 2년 동안 매주 한 번씩 수련관을 찾았다. 처음엔 낯섦도 있었고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지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수련관 활동은 일주일에 한두 시간을 투자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다.

신양이 ‘이오떼’라는 봉사 동아리 활동과 각종 진로 체험 활동에 참여하며 얻은 큰 수확은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자기 진로를 확실히 찾았을 때의 뿌듯함은 수시 1학기 원서를 쓰면서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은 아직도 뭘 전공해야할 지 모르고 있는데 저는 자신 있게 사회복지 관련 계열을 썼거든요. 제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청소년수련관은 주거지 근처에 있으면서 숙박없이 각종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법인, 개인 등 다양한 형태로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지만 시·도 지사의 허가와 관리 아래 운영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있는 복지시설이다. 하지만 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수련관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있고, 안다 하더라도 ‘극기훈련’, ‘야영’을 떠올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신양도 처음엔 그런 오해를 했었다. 특히 ‘수련관’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다. “‘수련회’라는 말이 떠올라서 그런지 ‘훈련받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그려졌죠. 하지만 여기만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없어요. 효용가치가 매우 높은 공간이죠.”

웬만한 청소년수련관은 진로 탐색과 관련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신양은 그 가운데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상담실’을 손꼽았다. “부모님과는 말이 안 통할 때가 많고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좋은 충고를 듣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방황을 하는 거구요. 여기 오면 전문적인 상담 선생님이 계셔서 진지한 상담을 할 수 있어요.”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해볼 만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영어학습, 독서캠프, 스키와 수영 강습 등 학습이나 단순 여가활동 차원에 머물던 프로그램들이 요즘 들어 부쩍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수서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해 노원청소년수련관, 중구청소년수련관 등에선 적극적으로 직업 및 진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이용하는 비용은 무료이거나 5천 원 수준이다. 수서청소년수련관 목적사업팀 강민이씨는 “직업인을 만나고 체험을 하는데 드는 비용 치곤 정말 저렴한 편”이라며 “앞으론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학급 속 찾아가는 진로교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청소년수련관을 통해 청소년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직업인들이다.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는 게 전부인 학생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끈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청소년수련관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아는 이들은 여전히 적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모여 놀 궁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레짐작’에 대해 수련관 터줏대감 신양은 자신있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전 오히려 여기 다니면서 성적이 올랐어요. 사회활동 하는 분들 만나면서 동기부여도 하고 꿈도 명확해져서 그런가봐요. 시험공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수련관 활동처럼 경험을 쌓고 진로 탐색을 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극장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해도 되죠. 저야 처음부터 여기 수련관에서 인연을 맺어 멀리까지 오게 됐지만 찾아보면 집 근처에 수련관 한 곳쯤은 어디나 있을 거예요.”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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