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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리 키우고 지식도 쌓는 ‘종합공부세트’

등록 2008-10-12 16:20

문제기반학습(PBL)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해결에 참여하도록 돕는 촉진자이자 해결에 참여하는 동료학습자다. 학생들은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찾아가면서 독립적인 학습자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문제기반학습(PBL)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해결에 참여하도록 돕는 촉진자이자 해결에 참여하는 동료학습자다. 학생들은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찾아가면서 독립적인 학습자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교과목-현실 연결한 문제 제시
전략 짜고 발품 팔아 풀어내기
발표 뒤 동료평가·자기성찰도
창의 교육 현장 / 남양주 신촌초교 ‘문제기반 학습’

지난 6일 10시3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신촌초등학교 5학년 2반의 사회 시간. 3모둠의 ‘문제기반 학습’(PBL, Problem-Based Learning) 발표가 끝나자마자 질문이 이어졌다.

“아까 2모둠 조사에선 이삭토스트의 친절도가 더 높다고 했는데 여긴 왜 석봉토스트가 더 높죠?”

한 학생의 질문에 교실이 술렁거렸다. 3모둠원 안예린 양이 놀란 얼굴로 답했다. “저희 조원 넷이 두 가게에 직접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작성한 거라 정확해요.” 2모둠원 가운데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우린 아파트에 설문지를 돌려서 조사했어요.” 곁에서 카메라로 발표 모습을 촬영하던 정준환 교사가(학생들은 정 교사를 ‘주난샘’이란 애칭으로 불렀다) 입을 열었다. “자, 여기서 통계에 대한 두 가지 방법이 나왔네. 하나는 설문조사고 하나는 직접 면담조사야. 너희들은 어떤 게 신뢰가 간다고 생각해?”

이날 발표 주제는 ‘김 과장, 제2의 인생을 살다’였다. 이런 학습 주제가 나간 건 지난 9월26일. 구조조정으로 15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김 과장이 자본금 약 1억5천만원으로 고향인 남양주시 평내동에서 사업을 한다는 상황이 주어졌다. 풀어야 할 과제는 네 가지였다. 사전조사를 통해 김 과장이 할 만한 유망 업종 알아보기, 사업이 가능한 장소와 상가 임대 시세 파악하기, 평내동에서 김 과장이 선택한 업종과 같은 가게를 조사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필승전략 세우기, 사업에 드는 금액 계산하기 등이다. 토스트 가게를 차리겠다는 3모둠의 발표에 학생들은 경쟁사 분석 가운데 통계가 2조와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학습주제는 얼마 전, 사회 시간에 배운 ‘우리나라 경제생활의 특징-자유와 경쟁’과 관련한 것으로 정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 문제기반 학습이라고 불리는 피비엘 수업은 이렇게 ‘문제 제시→문제 해결 모색→결과 정리→발표 및 평가→성찰하기’ 순으로 진행한다. 특정 상황을 주고 해당되는 문제를 타당하게, 독창적으로 푸는 논리적인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 교사는 이렇게 특정 교과목과 연관해 시나리오가 있는 문제를 개발하고 창의적 재량 시간, 관련 교과 시간에 해결하는 활동을 하게 한다. 문제는 사회과목에서부터 나온 것이지만 사실 수학, 실과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동원돼야 한다.


유망 업종에 대한 답변은 모둠마다 달랐다. 5모둠은 김 과장이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꼬마천사 놀이방’을 선택했다. 1모둠은 실제 설문조사를 통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식점 사업을 구상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발표 자료는 지난주, 이 학습주제를 받은 뒤 모둠별 회의를 거쳐 완성한 것이다. 모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관련 지식 찾기, 설문조사, 시나리오 만들기 등으로 각자 할 일을 맡는다. 이들은 각자 움직여 얻은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타당성 있는 논리를 만들어간다. “학급 누리집에 정보 올리는 데가 있어요. 인터넷이나 책으로 찾은 걸 올린 다음에 고쳐가면서 완성을 해요. 타당한지도 서로 검토하고요.”(박혜정 양)

각자 모둠에서 어떤 구실을 할 것인지, 모둠마다 어떤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인지는 모두 자유다. 단, 규칙이 있다. 모둠원 모두 이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하고, 어떤 형식이건 누구나 한 번씩 나와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날, 한 모둠이 발표를 하는 동안 다른 모둠원들은 각자 동료 평가를 하기 바쁘다. 수업이 끝나면 자기성찰 및 평가도 한다. 바쁜 건 정 교사도 마찬가지다. 이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해결에 함께 참여하는 동료 학습자다. 수업 전에는 해당 학년과 단원에 맞는 문제 개발을 하고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과 함께 발표를 지켜보며 수정할 사항이 생기면 의견을 얘기한다. 또 동영상 촬영도 한다.

피비엘 수업은 학급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학생 자신이 배움의 중심이 됐다는 것이다. “지식을 직접 찾아보고 누리집에 올려보니까 다른 자료들도 막 찾아보게 돼요. 머리에도 잘 들어오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져요.”(박혜정 양) 학생들은 문제를 기초로 한 수업 성격상 국어, 수학, 말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통합적인 능력 계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글을 잘 못 쓴다는 얘길 듣곤 했는데 역할극에 필요한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꾸 써보고 싶어졌어요.”(손유정 양), “‘파포’(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의 준말) 준비를 하면서 문장 요약하는 법도 배우고 컴퓨터 다루는 게 날로 쉬워지고 있어요.”(김준수 군)

정 교사는 “이 수업에선 발표뿐 아니라 평가도 참여의 일부”라며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보면서 논리적인 사고 문제해결력이 길러진다”고도 말했다. 인지적인 능력 계발만이 소득은 아니다.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봐야겠다는 의지와 자신감 향상은 학생들 모두가 공감하는 수업의 효과다. “장난꾸러기요? 우리 반 친구들 다죠. 모두 적극적이에요. 예전엔 틀릴까 봐 겁나서 말 안 하는 친구들이 보였는데 이젠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의견을 말하게 되나 봐요.”(김향순 양)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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