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36. 의성어와 의태어 ⑥
37. 관형어
38. ‘쉼표’에 대하여 오늘은 문장성분 중에 관형어에 대해 알아보자. ‘문장성분은 또 뭐야?’ 할 독자가 있을지 몰라 잠깐 설명하고 넘어간다. 지금까지 이 연재글에서 ‘주어’니 ‘목적어’니 ‘서술어’니 하는 용어들이 간간이 등장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문장성분이다. 방금 열거한 세 가지는 문장이 제대로 꼴을 갖추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필수성분이라고 한다. 이에 견주어 ‘관형어’와 ‘부사어’는 문장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에서 수의적(隨意的) 성분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풀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성분이다. 언젠가 품사로서 ‘관형사’의 뜻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관형어’는 문장 안에서 관형사와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노릇을 하는 성분이다. 관형사가 체언(명사·대명사·수사) 앞에서 뒤에 오는 말을 꾸며주는 품사이듯이, 관형어 역시 주어나 목적어 따위로 쓰인 체언 앞에서 뒤의 말을 수식하는 일을 한다.
꾸미는 말이 앞에 오고 꾸밈을 받는 말이 뒤에 와야 하는 것은 우리말에서 거의 철칙이다. 수식언과 피수식언의 이런 순서는 우리말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물론 영어에서도 꾸미는 말이 앞에 오는 경우가 많다. ‘good person’ ‘new book’ ‘many students’ 따위가 그 예다. 하지만 ‘mission impossible’ ‘something to drink’ 같은 쓰임에서 보듯이 영어에서는 수식언이 피수식언 뒤에 오는 일도 많다. 방금 예로 든 영어 표현을 우리말로 옮기면 ‘불가능한 임무’나 ‘마실 것’이 되는데, 둘 다 꾸밈말이 앞에 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영어에서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관계대명사절이나 관계부사절 같은 것이 붙어서 앞의 말을 꾸며주는 경우도 흔하다. 영어의 이런 특성과 비교하면, 수식언과 피수식언의 순서가 거의 고정되어 있는 우리말의 어순은 확실히 특별한 데가 있다. 지금까지 한 설명을 문법 용어로 정리하면, ‘수식언은 피수식언의 앞에 와야 한다’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예문들을 보자: ①어젯밤 골목길에서 마주친 얼굴이 너부데데한 사내 ②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뒤꿈치에 바퀴가 달린 신발 ③샥티 거웨인이 들려주는 직관에 따른 삶 이야기.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이 모두 관형어다. 그런데 이 예문들은 하나같이 곤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관형어가 꾸미는 체언이 뭔지가 헷갈린다는 것이다. 관형어는 뒤에 오는 체언을 꾸민다고 했다. 그런데 ①번 예문에서는 관형어 뒤의 체언이 ‘얼굴’과 ‘사내’의 두 가지다. ②번에서는 ‘뒤꿈치’ ‘바퀴’ ‘신발’로 모두 셋이나 되고, ③번에서도 ‘직관’ ‘삶’ ‘이야기’로 체언이 셋이다. 이렇게 관형어 뒤에 오는 체언이 둘 이상일 경우, 보통은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을 피수식언으로 여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위의 세 경우 그런 식으로 이해할 경우 심각한 오독(誤讀)이 되고 만다. 각 예문의 의미를 가만히 따져보면, 각 관형어들이 꾸미고 있는 말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체언, 즉 ‘사내’ ‘신발’ ‘이야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세 예문 모두, 관형어와 그 꾸밈을 받는 체언이 바로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위에서 정리했던 문장은 이렇게 수정하는 것이 옳다: 수식언은 피수식언의 바로 앞에 와야 한다. 그렇다면 위 예문들처럼 둘 사이가 떨어져 있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37. 관형어
38. ‘쉼표’에 대하여 오늘은 문장성분 중에 관형어에 대해 알아보자. ‘문장성분은 또 뭐야?’ 할 독자가 있을지 몰라 잠깐 설명하고 넘어간다. 지금까지 이 연재글에서 ‘주어’니 ‘목적어’니 ‘서술어’니 하는 용어들이 간간이 등장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문장성분이다. 방금 열거한 세 가지는 문장이 제대로 꼴을 갖추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필수성분이라고 한다. 이에 견주어 ‘관형어’와 ‘부사어’는 문장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에서 수의적(隨意的) 성분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풀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성분이다. 언젠가 품사로서 ‘관형사’의 뜻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관형어’는 문장 안에서 관형사와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노릇을 하는 성분이다. 관형사가 체언(명사·대명사·수사) 앞에서 뒤에 오는 말을 꾸며주는 품사이듯이, 관형어 역시 주어나 목적어 따위로 쓰인 체언 앞에서 뒤의 말을 수식하는 일을 한다.
꾸미는 말이 앞에 오고 꾸밈을 받는 말이 뒤에 와야 하는 것은 우리말에서 거의 철칙이다. 수식언과 피수식언의 이런 순서는 우리말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물론 영어에서도 꾸미는 말이 앞에 오는 경우가 많다. ‘good person’ ‘new book’ ‘many students’ 따위가 그 예다. 하지만 ‘mission impossible’ ‘something to drink’ 같은 쓰임에서 보듯이 영어에서는 수식언이 피수식언 뒤에 오는 일도 많다. 방금 예로 든 영어 표현을 우리말로 옮기면 ‘불가능한 임무’나 ‘마실 것’이 되는데, 둘 다 꾸밈말이 앞에 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영어에서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관계대명사절이나 관계부사절 같은 것이 붙어서 앞의 말을 꾸며주는 경우도 흔하다. 영어의 이런 특성과 비교하면, 수식언과 피수식언의 순서가 거의 고정되어 있는 우리말의 어순은 확실히 특별한 데가 있다. 지금까지 한 설명을 문법 용어로 정리하면, ‘수식언은 피수식언의 앞에 와야 한다’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예문들을 보자: ①어젯밤 골목길에서 마주친 얼굴이 너부데데한 사내 ②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뒤꿈치에 바퀴가 달린 신발 ③샥티 거웨인이 들려주는 직관에 따른 삶 이야기.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이 모두 관형어다. 그런데 이 예문들은 하나같이 곤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관형어가 꾸미는 체언이 뭔지가 헷갈린다는 것이다. 관형어는 뒤에 오는 체언을 꾸민다고 했다. 그런데 ①번 예문에서는 관형어 뒤의 체언이 ‘얼굴’과 ‘사내’의 두 가지다. ②번에서는 ‘뒤꿈치’ ‘바퀴’ ‘신발’로 모두 셋이나 되고, ③번에서도 ‘직관’ ‘삶’ ‘이야기’로 체언이 셋이다. 이렇게 관형어 뒤에 오는 체언이 둘 이상일 경우, 보통은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을 피수식언으로 여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위의 세 경우 그런 식으로 이해할 경우 심각한 오독(誤讀)이 되고 만다. 각 예문의 의미를 가만히 따져보면, 각 관형어들이 꾸미고 있는 말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체언, 즉 ‘사내’ ‘신발’ ‘이야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세 예문 모두, 관형어와 그 꾸밈을 받는 체언이 바로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위에서 정리했던 문장은 이렇게 수정하는 것이 옳다: 수식언은 피수식언의 바로 앞에 와야 한다. 그렇다면 위 예문들처럼 둘 사이가 떨어져 있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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