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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태블릿피시’로 톡톡 튀는 독창성 키워요”

등록 2008-10-19 16:43

타블릿피시로 화면에 직접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정보 해석, 전달, 재구성 과정을 모두 배우는 입장초 학생들.
타블릿피시로 화면에 직접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정보 해석, 전달, 재구성 과정을 모두 배우는 입장초 학생들.
작년 교과부 연구학교로 지정
정보 해석·전달·창조과정 교육
싱가포르 학생들과 화상수업도
창의 교육 현장 / 천안 입장초교 ‘유러닝 수업’

충남 천안시 입장초등학교 6학년 1반의 5교시 창의적재량활동시간. 점심을 먹고 졸음이 밀려올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타블릿피시(Tab|et PC, 사용자가 화면에 직접 필기할 수 있어서 마치 종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컴퓨터)를 만지느라 열중하고 있다. 1분단 정이슬 양은 4분단에 있는 박영웅 군에게 파일 하나를 보낸다. 반 친구들이 모두 연결돼 있는 메신저를 이용해서다.

“얼굴은 동그랗고 고양이 귀. 고양이 눈.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있다. 보라색이다. 눈은 빨간색, 귀도 빨간색. 볼 양쪽엔 달팽이 등 껍질 모양이 있다. 이빨은 드라큘라처럼 덧니가 2개 나와 있다….” 파일에는 이 양이 상상한 수호신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영웅 군은 문장을 읽어보고 타블릿피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날 수업 제목은 ’몬스터 프로젝트’. 어떤 대상을 상상해보고 자신이 상상한 대상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뒤 묘사한 글만 친구에게 보내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는 활동이다. 두 사람이 조를 이뤄 서로 묘사한 것을 주고받으면 비슷한 그림이 두 장씩 네 장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국어 과목 가운데 ‘묘사’도 배우지만 ‘정보 생성→정보 전달→정보 분석 및 표현’순으로 미술(그림 표현하기), 실과(컴퓨터 조작) 과목을 모두 배울 수 있는 통합적인 수업이다.

부처님을 닮은 수호신을 그린 박용현 군은 “수호신에겐 기가 있어야 할 거 같다”며 수호신 주변에 ‘기운’을 뜻하는 문양을 그려넣었다. “널 지켜줘야 하는데 이렇게 귀여워도 될까?” 교사에게 질문을 받은 한 학생은 “다른 사람에겐 무서워야 하지만 나와 친해야 하니까 친근한 얼굴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스물아홉 명의 학생들은 타블릿피시를 손쉽게 조작하며 독창적인 정보를 만들고 전달했다.

6학년 1반이 타블릿피시로 특별한 수업을 하게 된 것은 2007년에 교육과학기술부 유러닝(Ubiquitous Learning)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유러닝이란,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 2007년 교육부 쪽에서 약 1억 1천만 원의 예산을 받으면서 학교에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Technology)을 활용한 유러닝 환경이 마련됐다. 연구반인 1반에는 학생 한 명 당 한 대 씩의 타블릿피시와 전자칠판, 각종 멀티미디어 도구 등이 설치돼 있다. 연구반이 아닌 학생들도 유러닝실에 모인다면 이런 수업 경험이 가능하다.

허은 교장은 “천안에서도 약 한 시간 떨어진 이 지역 특성상 정보 소외 부분을 걱정 했었는데 지원을 받게 돼 정말 기뻤다”고 했다. 유러닝 수업이 잘 꾸려지게 된 데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학교쪽의 공이 컸다. 작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운영하는 미래학교 지원 소식을 듣고 적극적으로 신청을 해 연수 프로그램 참여 자격과 기기까지 얻었다.


정보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교사들의 수업 방법은 다양해졌다. 유러닝 연구팀 교사들은 파워포인트 자료 만들기, 타블릿피시로 그림 그려 표현하기, 원격학습하며 토론하기 등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며 9가지 유러닝 모델(가설설정학습, 토론중심학습 등)과 29가지 수업 사례를 개발했다. 몬스터 프로젝트는 그 수업사례 가운데 하나로 가장 쉽고 재미있으면서 창의력 신장을 돕는 수업이다. 연구팀장 김학원 교사는 “약 10년 전 미국에서 시작한 ICT 활용 수업인데 유러닝 도구를 사용하는 걸로 재구성 했다”며 “창의력과 표현력, 의사소통력 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입장초 교사들은 각자의 유러닝 수업을 전체 교사들에게 공개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타블릿피시를 사용하며 수업 연구를 하는 유러닝 연구팀 장환필, 김학원, 하창훈, 이준형, 이건모 교사.(왼쪽부터)
입장초 교사들은 각자의 유러닝 수업을 전체 교사들에게 공개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타블릿피시를 사용하며 수업 연구를 하는 유러닝 연구팀 장환필, 김학원, 하창훈, 이준형, 이건모 교사.(왼쪽부터)

박영웅 군과 정이슬 양은 수업 마지막에 학생들 앞에 나가 박수를 받았다. 이양이 전달한 정보를 보고 이 양의 수호신과 거의 똑같은 그림을 박군이 완성한 것이다. 박군은 “두 번째 해보는 거라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슬이가 묘사를 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몬스터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렇게 서로의 묘사를 보고 얼마나 비슷한 그림을 그렸느냐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러닝 환경에서 창의적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정보를 해석, 전달, 재창조 하는 과정을 찾는 교수법을 고민한다. 담임 이건모 교사는 “교사마다 돌아가면서 시범수업을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는 등의 과정을 수없이 거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약 2년 동안 연구반 학생들은 창의적 능력을 키울만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컴퓨터를 들고 나가 지역 하천 정보 조사도 해봤고, 싱가포르 겔랑초 학생들과 화상수업도 했다. 지난 5월 박영웅 군은 인도네시아에서 빌 게이츠와 만나 미래 교실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 교사는 “반 아이들이 집중력만 높아졌나 싶었는데 실제 토란스 창의력 검사를 해보니 창의력이 크게 신장됐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유러닝 환경에서 공부하는 입장초는 다른 학교들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연구팀장 김 교사는 “약 10년이 지나면 환경적인 토대는 어느정도 마련될 거고 이런 시스템 구축과 함께 중요한 게 또 있다”고 강조한다. “몬스터 프로젝트의 경우는 구성이 아주 쉽죠. 타블릿피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종이에 그림을 그려봐도 됩니다. 큰 준비가 필요 없어요. 물론 뻔한 결과를 생각하며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교사의 의지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겠죠.”

글 ㆍ 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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