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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버젓한 본고사형에 고교과정 이탈도

등록 2008-11-30 22:09

버젓한 본고사형에 고교과정 이탈도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려대 논술고사 문제 분석해 보니]
“본고사형 안내겠다” 약속 스스로 뒤집어
대학수준 문항 나오고 6차교육과정 등장
고려대 논술고사를 분석하기 이전에 확인해야 할 대전제가 있다. 올해 3월, 고려대 입학처장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고사형 문제를 출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본고사형 문제’란 무엇일까? 2005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논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학·과학에서 풀이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는 본고사형 문제로서 금지된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른다면, 이번 고려대 수시2학기 논술 문제는 대부분 본고사형 문제이다. 만약 고려대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과는 별도의 ‘본고사형 문제’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기준을 명백히 밝히고 이번에 출제된 문제가 왜 본고사형 문제가 아닌지를 스스로 해명해야 한다.

논술 문제는 고려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논제1, 2는 이른바 수리논술 문제인데, 이 중 논제1은 대학 수준의 문제이다. 즉 고려대 측이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발표한 것과 거리가 멀다. 행렬 An을 구하기 위해서는 행렬 A를 구해야 하고, 행렬 A를 구하려면 삼차정사각행렬의 역행렬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삼차정사각행렬 자체가 고등학교 교과과정 밖이다. 이 방식을 피해가기 위해 고유값, 고유벡터 개념을 동원하여 행렬을 쪼개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지만 고유값, 고유벡터 개념도 대학 1, 2학년 때 배우는 것이다.

네 개의 점으로 결정되는 사면체의 부피 역시 고교 수학 시간에 배운 방식으로 하자면 계산이 엄청나게 길고 복잡해진다. 두 벡터를 외적한 후 내적을 취하는 이른바 삼중적 개념을 아는 학생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했겠지만, 이것은 대학 교과과정에서 배운다.

논제3은 화학과 생물을 통합한 문제다. 제시문에 페니실린이 효소와 결합하는 그림이 실려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페니실린 메틸에스테르는 분자 구조상의 차이로 인해 페니실린과 유사한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아스피린이 통증에 관여하는 효소와 결합하여 진통 효과를 낸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표준적인 풀이과정과 정답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주어진 제시문을 활용하여 추론하면 답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은 편이다.

논제4는 세 개의 소문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지구 전체 또는 단위면적당 입사되는 태양복사에너지를 구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과거 6차 교육과정에 수록되었다가 현행 7차 교육과정으로 개정되면서 고교 교과과정에서 빠진 내용인데, 7차 교육과정을 배운 학생들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논제5는 유전자의 발현 조절과 유전자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문항인데 이것 역시 고교 교과과정에서는 다루지 않으므로 학생들로서는 역시 상당히 낯설었을 것이다. 일부 학생은 제시문에 근거하여 상당히 복잡한 추론을 전개하여 답에 도달했겠지만, 전반적으로 대학 수준의 문제로 보인다. 논제4, 5 역시 명확한 풀이과정과 정답이 존재한다.


이범(교육평론가)ㆍ정연수(대치동 해냄학원)ㆍ유성구(대치동 미래영재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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