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동고의 학력신장센터에 꽂혀있는 학생들의 개인 포트폴리오. 꼴등부터 일등까지 한명도 빠짐없이 포트폴리오를 갖는다. 부산동고 제공
서울의 한 여고 2학년이 되는 박아무개(17)양은 학교에 불만이 많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강제야자가 싫어서 도망다니느라 바쁜데 그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이 야자를 한다고 해도 학교가 안 된다고 한다. “1학년 1학기 때 야자 신청을 받았는데 감독 선생님도 없고 출석 체크도 안 했어요. 그러고선 아이들이 야자 제대로 안한다면서 2학기 때는 아예 신청도 안 받았죠.” 방학 때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겠다고 했더니 고작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만 교실을 개방해줬다. “자율학습이 모든 학생들한테 필요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한테는 학교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학교가 이러면 돈 따로 내고 독서실 가는 수밖에 없죠.” 학교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정책이 쏟아진다. 학생의 인생이 학교의 역량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한테는 학교의 교육철학과 교육력이 매우 중요하다. 부산 ㄷ여고를 졸업한 한은지(19)양은 “지역 언론사에서 학생기자를 뽑는다는 공문이 왔는데 학교에서 ‘내신 2등급 이내’라는 조건을 달았다”며 “중하위권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얻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성의한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힘은 학부모한테 있다. 소수 우등생의 ‘관리’가 아니라 모든 제자들의 ‘성장’을 교육이라고 믿는 학교를 보면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인문계에서 예체능반을 여는 인천 예일고
예체능반 따로 만들어
실기+성적 함께 끌어줘
직업교육 이수도 인정 인천 예일고는 올해부터 고교 3학년에 예체능반을 만들었다. 이임구 교무부장은 “고3쯤 되면 공부하다가 체육 쪽으로 빠지겠다는 아이들이 한 학년 400여명 가운데 10%는 된다”며 “이들은 체대 진학 경로가 부정확하고 입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무작정 체대 입시 학원부터 찾게 되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체육을 전공하려면 실기보다 성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깨친 교사들이 진학 지도에 맞춤하게 반을 따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여름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예체능반 입학을 위한 간단한 체력 테스트도 실시하는 등 진학반 운영을 위한 모양새도 갖췄다. 체육 교사가 실제로 체대가 입시에서 쓰는 기초체력 측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그대로 치렀다.
이 교무부장은 “막연하게 체대를 가겠다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런 테스트를 하는 것을 보고 체대에 가려면 학력과 체력이 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입학생들도 3학년에 예체능반이 있는 것을 보면 공부에 취미가 없더라도 이 학교에 3년 내내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음악과 미술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올해는 32명이 예체능반 1기로 새학기를 맞는다. 예일고는 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직업 교육을 하는 위탁 교육 기관에서 이수한 수업을 인정해 졸업장을 주는 위탁반을 3학년에 운영하고 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동기부여 프로그램 여는 부산 부산동고 신입생 전원 합숙하며
동기부여 프로그램 운영
학력격차 해소도 적극적 부산동고에는 대학교처럼 ‘새내기 새로배움터’가 있다. 입학을 앞둔 신입생 전원이 교사들과 함께 1박 2일 합숙을 하며 학교의 교육과정과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받는 자리다. 담임 교사를 처음 만나는 곳도 휑한 운동장이 아니라 합숙할 때 묵는 방에서다. 초청된 동문 선배들의 강연은 애교심과 함께 진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틀째 반대표와 학생회 임원이 치르는 축구 시합은 소속감을 높이는 데 제격이다. 입학한 뒤에는 1학년 모든 학생한테 ‘개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학생 동기 강화 프로그램의 하나다. 복사용지를 끼워 넣을 수 있는 파일 모음집에는 자기주도학습 계획서, 교사 상담카드, 심리적성검사 결과 기록표, 봉사활동 누적 기록표 등 다양한 양식도 함께 들어 있다. 고교 3년 동안의 모든 성취를 한 곳에 압축할 수 있도록 학교가 낸 아이디어다. 공현기 진로지도부장은 “정말 명문고가 되려면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면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중하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중하위권 학생들한테도 내려가도록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동고는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이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실시한 ‘학력 신장 프로젝트’에 공모해 6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실기+성적 함께 끌어줘
직업교육 이수도 인정 인천 예일고는 올해부터 고교 3학년에 예체능반을 만들었다. 이임구 교무부장은 “고3쯤 되면 공부하다가 체육 쪽으로 빠지겠다는 아이들이 한 학년 400여명 가운데 10%는 된다”며 “이들은 체대 진학 경로가 부정확하고 입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무작정 체대 입시 학원부터 찾게 되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체육을 전공하려면 실기보다 성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깨친 교사들이 진학 지도에 맞춤하게 반을 따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여름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예체능반 입학을 위한 간단한 체력 테스트도 실시하는 등 진학반 운영을 위한 모양새도 갖췄다. 체육 교사가 실제로 체대가 입시에서 쓰는 기초체력 측정 프로그램을 도입해 그대로 치렀다.
이 교무부장은 “막연하게 체대를 가겠다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런 테스트를 하는 것을 보고 체대에 가려면 학력과 체력이 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입학생들도 3학년에 예체능반이 있는 것을 보면 공부에 취미가 없더라도 이 학교에 3년 내내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음악과 미술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올해는 32명이 예체능반 1기로 새학기를 맞는다. 예일고는 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직업 교육을 하는 위탁 교육 기관에서 이수한 수업을 인정해 졸업장을 주는 위탁반을 3학년에 운영하고 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동기부여 프로그램 여는 부산 부산동고 신입생 전원 합숙하며
동기부여 프로그램 운영
학력격차 해소도 적극적 부산동고에는 대학교처럼 ‘새내기 새로배움터’가 있다. 입학을 앞둔 신입생 전원이 교사들과 함께 1박 2일 합숙을 하며 학교의 교육과정과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받는 자리다. 담임 교사를 처음 만나는 곳도 휑한 운동장이 아니라 합숙할 때 묵는 방에서다. 초청된 동문 선배들의 강연은 애교심과 함께 진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틀째 반대표와 학생회 임원이 치르는 축구 시합은 소속감을 높이는 데 제격이다. 입학한 뒤에는 1학년 모든 학생한테 ‘개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학생 동기 강화 프로그램의 하나다. 복사용지를 끼워 넣을 수 있는 파일 모음집에는 자기주도학습 계획서, 교사 상담카드, 심리적성검사 결과 기록표, 봉사활동 누적 기록표 등 다양한 양식도 함께 들어 있다. 고교 3년 동안의 모든 성취를 한 곳에 압축할 수 있도록 학교가 낸 아이디어다. 공현기 진로지도부장은 “정말 명문고가 되려면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면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중하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중하위권 학생들한테도 내려가도록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동고는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이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실시한 ‘학력 신장 프로젝트’에 공모해 6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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