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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최연소 스타블로거 “직접 해보면 쉬워요”

등록 2009-04-12 19:24수정 2009-04-14 13:01

경기 삼숭초교 권상우군
경기 삼숭초교 권상우군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경기 삼숭초교 권상우군

권상우(12살, 경기 양주시 삼숭초교)는 얼마 전까지 권상우(배우)를 몰랐다. 자기소개를 할 때 사람들이 웃는 걸 보고 그제야 알았다. “물어보니까 유명한 배우 이름이던데요. 지금도 사진만 봐선 누군지 잘 몰라요.” 텔레비전과 친하지 않은 상우 군에게 연예인은 관심거리가 아니다. 미하엘 엔데, 로알드 달이 쓴 책도 읽어야 하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도 눈과 귀를 열어두느라 바쁘다. 상우 군에겐 이렇게 읽고, 보고, 생각한 것을 글로 옮겨 놓은 블로그 ‘상우일기’(blog.sangwoodiary.com)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8년 다음블로거뉴스 베스트블로거기자상, 티스토리 2007 우수블로거상, 올블로그 2007 다독상. 상우 군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배우 권상우 못잖은 인기인이다.

블로그에 서평·동화 등 ‘인기 쏠쏠’

‘상우일기’는 상우 군이 운영하는 ‘1인 매체’다. 약 2년 전에 문을 열었다. 일기를 올리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영화, 그림, 동화, 독서, 동시 등 분류가 가능한 다양한 글을 올리게 되면서 차츰 하나의 매체처럼 자리를 잡아 갔다.

상우 군이 쓴 영화평과 서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다 할 독자 반응이 없는 인터넷 잡지가 울고 갈 정도다. “영화 보는 것보다 글로 읽는 게 더 재밌는 느낌은 뭘까요.” <맘마미아>의 영화평을 본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많은 이들이 상우 군의 글을 읽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 써서, 재밌어서, 진솔해서 좋다”는 평을 남기고 갔다. 한참 “잘나가던 때”인 2007년과 2008년 사이엔 하루 방문자 수가 2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지금도 새 글을 메일로 받아보는 이가 100여명이다. 매체로 치면 구독률이 높은 이유를 두고 상우 군은 “어릴 때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하긴 했지만 그건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어린애가 블로그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겸손해했다.


상우 군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다른 구석이 많았다. 친구들이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면 생각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엉뚱한 질문도 잘했고 조숙했다. “상우는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어요. 해넘이를 보면서 “엄마, 시가 뭐예요?”라고 묻더군요. 누르려고 해도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거라고 했더니 자긴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글이 된 거 같아요.” (어머니 김현주씨)

어른들은 이런 성격을 좋게 봤지만 친구들은 달랐다. 욕과 폭력으로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하기 위해 찾은 곳은 학교도서관이었다. 피아노 학원 외에 다른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그러다 “읽는 것만으론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기억에 남는 일을 일기로 쓰기도 하고, 책 읽은 것, 영화 본 것에 대한 감상도 썼다. 때론 동화도 지었다. 어느 날, 아빠 친구분이 일기장을 보면서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우리만 보긴 아깝다고, 블로그에 올리면 재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3학년 때였는데 그해 내내 매달려서 준비했어요. 연필로 쓰는 데 익숙해서 타자 치는 것부터 시작했죠. 기술적인 부분에선 어른들 도움도 받았고요.”

상우 군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얻은 것이 많다. 독자가 있는 글을 쓰면서 자존감이 커졌다. 상우 군은 “사람들이 와서 읽는 걸 보면서 후에 남을 사람들을 위해 내가 중요한 메시지를 남겨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존재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편집’ 개념을 익힌 것도 큰 소득이다. ‘상우일기’의 글은 독자가 읽는 글이기 때문에 가독성 있는 편집이 필요했다. 글을 써놓고 틀린 부분은 없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수정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잘 안 써질 때는 며칠도 걸려요. 그렇게 쓰고 틀린 단어가 있는지 단어 검색기에도 검색해 보고, 문단 나누기도 다시 해 보고, 그림도 적절하게 넣죠. 중심문장엔 진하게 표시도 하고요. 그러면서 글 쓰는 실력도 나아진 거 같아요. 블로그를 보면 배너(광고)가 정말 많죠. 이것도 시험 삼아 해 본 거예요.” 상우 군은 “눈이 가는 좋은 제목 하나를 다는 데도 시간이 걸릴 때가 많다”고 했다.

독자가 있는 글쓰기 ‘자존감’ 커져

블로그 덕에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됐다. ‘상우일기’엔 충성도 높은 골수 독자도 있다. “닉네임 ‘승객1님’은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님이신데요. 제 글을 읽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시죠. 전화통화도 해 본 적 있고, 한번은 아드님이 봤던 참고서도 보내주셨죠.” 작년에 전학한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들도 블로그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방문한다.

상우 군이 생각하는 문제해결력의 핵심은 ‘실천’이다. 상우 군은 “뭐든지 그냥 생각만 하면 어려운데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쉽다”며 “문제해결력은 지금까지 안 해 본 것을 개척해 보는 것인데, 내겐 블로그라는 공간을 알고, 그곳을 나만의 공간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석유가 나올 줄 알고 땅을 팠어요. 근데 아무리 열심히 파도 안 나와요. 계속 땅만 팔 수는 없죠. 다른 걸 팔 수 있게 찾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판 건 블로그예요. 삶을 바다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여럿이 거대한 배를 타고,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를 가다가 시간이 지나면 작은 배로 혼자 가야 하죠. 블로그는 그렇게 혼자 가야 할 때 그 배를 튼튼하게 해줄 것 같아요.”

인터뷰 날, 상우 군은 기분이 좋았다. 좋은 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 날 저녁, 상우 군의 블로그엔 반 친구의 도움으로 ‘철봉 돌기’를 한 이야기가 ‘처음 넘은 철봉’이란 제목의 훈훈한 글로 올라왔다. 상우 군은 “나쁜 소식만 많아서 언제부턴가 뉴스를 잘 안 본다”며 “꿈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몸도 고쳐주면서 따뜻하고 즐거운 글로 사람들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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