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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화재+IT+쇼핑몰…독창적 결합이 열매 맺어”

등록 2009-02-22 18:58수정 2020-06-22 11:30

서울 전통문화 소개하고
장인들 상품도 연계 판매
전문계고 창의대회 대상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전통문화 포털’로 상받은 방양희·정슬기 양

서울 선일여상 방양희(18·예비 고3)양과 정슬기(16·예비 고2)양은 지난해 8월 ‘2010 전통문화! 서울’(yetseoul.com)이란 누리집을 만들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이 공간은 우리나라 공예, 건축 등 유형문화부터 종묘대제, 숙종과 인현왕후 가례의 등 무형문화 정보까지 다양한 문화 정보를 담은 일종의 포털사이트다. 얼핏 보면 전통문화 정보만 보기 쉽지만 이 공간을 누비다 보면 전통문화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yetseoul-shop.com)로 이동할 수도 있다.

두 학생과 선일여상의 안재민(44) 교사로 이루어진 ‘작은빛’ 팀은 이 비즈니스 모델로 지난해 전문계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서울시 주최)에서 대상을 받았다. 전공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계획서를 내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사업안)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형식의 대회다.

특화된 소형 저장장치, 과일로 만든 자연효모빵 등 눈에 보이는 발명품들과 겨뤄 이들의 사업안이 인정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지도교사인 안재민 교사는 “정보기술인 아이티(IT)와 경영을 잘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점 그리고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좋은 뜻이 담겨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인들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공생 전략을 짰다는 점 등이 수상 이유였다”고 했다.

“축하 인사를 받는 게 어색해요.”

수상을 하면서 유럽여행 기회도 얻고 학교에 2500만 원의 큰 상금까지 전달한 두 학생은 쑥스러워했다. 두 학생 가운데 선배인 양희 양은 “그냥 스스로 재미를 느껴서 한 거라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엄청난 고민’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사소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에서 출발했거든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의 시작은 ‘숭례문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2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에 타서 없어지는 숭례문을 보면서 문득 잊혀져가는 문화재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혹 그런 누리집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전통문화에 ‘꽂혀’ 각종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애초에 쇼핑몰까지 생각한 건 아니다. ‘전통문화’란 주제로 자료조사를 하고, 관련 공부를 하면서 이왕이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고 싶었다. “멀리서 찾을 것 없고, 배운 걸 활용하면 되잖아요. 저희 학교가 이비즈니스(e-business) 특성화고라 이 분야에 대해 교육을 많이 하거든요. 또 학생 1인 1쇼핑몰 갖기 활동을 하고 있어서 기술적인 정보도 알고 있었어요. 장인들과 수익을 나누는 거요?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전통문화 계승자들이 어렵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거든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죠.”(정슬기 양)

“이 부분! 첫 단추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양희 양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했던 사업안을 보며 자신들이 구상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손꼽았다. 이들 경영의 핵심은 단순히 ‘아이템’이나 ‘돈(자본)’이 아니었다. 선정한 주제 즉, 자신의 사업 분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고, 이를 잘 선별해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느냐가 요점이었다.

“흔히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이라고 하면, 발명이나 발견 영역만을 떠올리죠. 근데 우리가 수집한 지식을 구슬꿰듯 잘 엮어서 새로운 지식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이 아닐까 싶어요. 이게 요즘 시대 경영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안 교사의 설명이다.

덕분에 양희 양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게 됐고, 정보를 모으고 추리는 법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인터넷부터 각종 신문, 도서 등 모든 지식을 찾는 것부터 했어요. 때론 발품 팔아서 무형문화재 동영상을 찍으러 나가기도 하고요.”

“여름에 여기서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슬기 양이 종합실습실 문을 열며 사업안 발표 준비를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연습’이란, 사업안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사업설명회(프레젠테이션(시청각설명회) 방법) 연습을 말한다. 발표를 위해 안 교사의 지도로 예상 질문도 뽑고,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했었다. 안 교사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이 연습을 하면서 학생들이 정말 배운 게 많다”고 했다. “힘들었죠. 학교 과제 외엔 기획서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근데 이것 자체가 사업에 필요한 문제해결력이 아닌가 싶어요. 제 사업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고, 그걸 말이나 글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하고. 경영에서 중요한 것 또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제 생각을 이해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장 발표를 직접 맡았던 양희 양의 이야기다.

두 학생은 자신들이 사업적 문제해결력을 기르게 된 데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신문의 힘’이 컸다”고 했다. 평소 헤드라인 읽기부터 다른 관점의 두 칼럼 비교하기, 현재의 유행 알아보기 등 신문을 펼쳐놓고 해 온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요즘 쇼핑몰 한다는 친구들 보면 무조건 돈만 있으면 된다고 하죠. 하지만 지금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하고, 경제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죠. 물론 다른 친구들처럼 연예 기사도 많이 봅니다.(웃음)”(정슬기 양)

아이디어가 많은 양희 양은 불황에도 잘 될 것 같은 쇼핑몰 아이템으로 손수 만들 수 있는 상품 재료를 묶어 파는 쇼핑몰을 제안했다. 이 생각 역시 “일상과 세상의 변화를 읽으며 생각해낸 것”이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 보면 혼자 손수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작정하고 “문제를 풀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안 풀려요. 그냥 일상에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걸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면 자연스레 문제해결력이 따라오지 않나요?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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