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지만, 소유욕이 지나치게 커지면 심각한 불평등이 야기된다. 빈곤문제 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시위.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14.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1. <차마설>로 본 소유의 자세
■ 교과서 읽기
차마설(본문)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내려서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다. 하지만 발굽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 백승(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맹자가 일컫기를 “남의 것을 오랫동안 빌려 쓰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아니하면, 어찌 그것이 자기의 소유가 아닌 줄 알겠는가?” 하였다. 내가 여기에 느낀 바가 있어서 차마설을 지어 그 뜻을 넓히노라.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말을 빌려 탔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유’의 문제를 말한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독자는 친근하고 쉽게 문제에 다가갈 수 있다. 다만 뒷부분의 내용은 좀더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글쓴이가 말하는 ‘소유’는 단지 재화를 소유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간관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형식상 이 글은 설(說)에 속한다. 오늘날의 수필에 해당한다. 수필은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글쓴이가 일깨우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수필은 또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장르이므로, 글쓴이의 가치관, 독특한 문체, 표현 방법 등에 유의하며 읽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말을 빌려 타는 일이 어떻게 소유의 개념과 연결되는지 파악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군신간, 부부간, 부자간의 관계와 연관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은 오늘날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문화적 특성에 견줘 이해해야 한다. 글에 대한 기본적인 독해가 끝난 다음에는 현대사회에서 ‘소유’의 의미를 생각해 보거나, 현대의 실정에 맞게 글을 재구성해 보는 것도 적절한 읽기 후 활동의 하나가 될 것이다. ■ 교과 심화 설(說) 한문 문체의 하나로 의리(義理)를 해석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세워 자세하게 서술하는 글을 말한다. 유사한 성격의 글로 논(論)이나 해(解)가 있다. 설은 이들에 비해 사리(事理)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며 내용·체제도 훨씬 다양하다. 그 근원은 선진(先秦)시대 책사(策士)들이 제후를 유세(遊說)하는 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명칭은 <주역>의 설괘(說卦)에서 시작되었다. 설은 대부분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장이 간결한 것이 특색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고전에서 찾아본, 소유로 인한 문제 지금 우리나라의 전지(田地)는 대략 팔십만 결(結)이고, 대략 백성의 수는 800만명이다. 시험 삼아 한 가구를 열 명으로 잡는다면 한 가구당 전지 한 결씩을 가지게 될 것이니, 그런 뒤에야 재산이 균등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문무관(文武官)과 귀신(貴臣)들과 일반 백성의 부호(富豪)들 가운데에는 한 가구에 수천 석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집들이 매우 많다. 그런 집들의 전지를 계산하면 매 가구당 100결 이하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곧 990인의 인명을 희생시켜 한 가구를 살찌게 하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부호 가운데 영남의 최씨와 호남의 왕씨같이 곡식을 만 섬씩 거둬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전지를 계산해 보면 400결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곧 3990인의 인명을 희생시켜 한 가구를 살찌게 하는 꼴이다. 그런데도 조정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애쓰고 끊임없이 힘써서 부유한 사람의 재산을 덜어내어 가난한 사람에게 보태어 줌으로써 백성의 재산을 균등하게 하는 일에 힘쓰지 않는 사람은 목민관의 도리로써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 정약용 <경세유표> 관련 책 법정, <무소유> 글쓴이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삶에 대한 지적 통찰의 글을 묶은 것이다. 이 글은 수필이라는 글의 특성처럼 불승(佛僧)으로서의 작자의 깨달음의 과정이 체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현대사회 인간존재의 문제에 대한 그의 사상을 총결산한 책이다. 인간의 생존 양식을 두 가지로 구별한다. 재산·지식·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과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존재 양식’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19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책으로 서구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라다크 마을 사람들을 통해 사회와 지구 전체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논제 해결 소유욕이 일으키는 소외와 불평등 제시문 (가)에는 인간의 소유욕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예를 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문 (나)와 (다)를 참고해 서술하시오.(600~700자, 고려대 논술 변형) (가) 옛날 원시상태의 인간은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며 건강하고 튼튼하게 살고 있었다. 필요한 양식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인간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서 자유롭게 먹고 즐기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누구를 구속하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구속받지도 않았으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았다. 그런데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자연재해가 닥치고,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먹이다툼을 벌이는 일들이 생기면서 자연과 인간 개개인의 독대(獨對)를 통한 직접 관계가 깨지고 점차 인간 사이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공동체가 형성되어갔다. 공동체 속에서 각 개인은 남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 존재가 상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좋고 나쁨이 생겨나고 선악이 나타나며 불평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힘이 있거나 재주가 있거나 말 잘하는 사람이 돋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게 되었고, 드디어 사유물을 남보다 많이 지니게 되었다. 물건이나 땅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나누어 차지하면서 남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약삭빠르게 힘 있는 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고 약한 자는 점점 더 상대적인 박탈을 겪게 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존재에서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소유에 종속시켰다. -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나)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所有慾)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고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不辭)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利害)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맹방(盟邦)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 사절을 교환하는 사례(事例)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無所有史)로 그 틀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物量)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 볼 교훈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 -법정, <무소유> (다) 위 <차마설>의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그 뜻을 넓히노라”까지.
◎ 해결 방향 이번 논제는 현재 시점에서 제시문 (가)에 나타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예를 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문 (나)와 (다)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제시문 (가)에 나타난 소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가)의 글에서 루소는 공동체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사유물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인간 사회에 불평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인간이 소유에 종속됐음을 지적한다. 논제의 첫 번째 과제를 해결하려면 이와 관련된 예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찾아내야 한다. 여기에서는 (가)의 내용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예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다음으로는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소유’에 대한 인식을 분석해야 한다. (나)는 법정의 <무소유>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인간의 괴로움과 번뇌는 어떤 것에 집착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소유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다. (다)는 문학 교과서에 실린 <차마설>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내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보다는 ‘빌려온 것’이라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즉, 소유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소유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적절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나)의 소유욕을 버리라는 의견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논제에서 요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제시문 (나)와 (다)의 어느 한 관점을 택하거나 (나)와 (다)를 종합한 제3의 관점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표면적인 분석에만 그친다면 <나>와 <다>가 각각 보여주는 소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점을 논제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 자료 검색 소유에 대한 다른 견해 만일 우리가 환경 때문에 극단으로 이끌리게 되고, 그래서 극단적인 태도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또한 본래의 운명으로부터 비켜 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우리가 불러내야 할 미덕은 다름 아닌 절제일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능력을 갖추고, 가치를 지니는 것. 이런 것은 우리의 평안을 깨뜨리고 괴롭히게 된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 소유가 우리를 괴롭히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궁핍을 모르게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크게 부풀려 주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재물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하게 될 때, 우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착취함으로써 재산을 증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중략) 나는 끊임없이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은 능력을 지니고, 더 나은 가치를 지니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같은 욕망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애정이 결핍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우리를 이 같은 광기(狂氣)와 상스러운 무지(無知)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곧 절제라는 태도이다. -피에르 상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차마설>의 저자 이곡(1298~1351) 고려 말의 학자로서 이색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백이정·정몽주·우탁과 함께 경학(經學)의 대가로 꼽힌다. 1317년 거자과(擧子科)에 합격, 예문관검열이 되었다. 1332년 원나라에서 정동성 향시(鄕試)에 수석, 전시(殿試)에 차석으로 급제했고, 한림국사원검열관(翰林國史院檢閱官)이 되어 원나라 문사들과 사귀었다. 이제현(李齊賢) 등과 함께 <편년강목>(編年綱目)을 증수했고, 충렬왕·충선왕·충숙왕 3조의 실록 편찬에 참여했다. 문장이 뛰어나 원나라에서도 존경받았다. 중소지주 출신의 신흥사대부로서 유학의 이념을 가지고 현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나 이상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가전체 작품 <죽부인전>(竹夫人傳)과 100여편의 시가 <동문선>(東文選)에 전하며 저서로 <가정집> 4책 20권이 전한다. 한산의 문헌서원(文獻書院), 영해의 단산서원(丹山書院)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 브리태니커
차마설(본문)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내려서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다. 하지만 발굽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 백승(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맹자가 일컫기를 “남의 것을 오랫동안 빌려 쓰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아니하면, 어찌 그것이 자기의 소유가 아닌 줄 알겠는가?” 하였다. 내가 여기에 느낀 바가 있어서 차마설을 지어 그 뜻을 넓히노라.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말을 빌려 탔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유’의 문제를 말한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독자는 친근하고 쉽게 문제에 다가갈 수 있다. 다만 뒷부분의 내용은 좀더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글쓴이가 말하는 ‘소유’는 단지 재화를 소유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간관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형식상 이 글은 설(說)에 속한다. 오늘날의 수필에 해당한다. 수필은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글쓴이가 일깨우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수필은 또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장르이므로, 글쓴이의 가치관, 독특한 문체, 표현 방법 등에 유의하며 읽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말을 빌려 타는 일이 어떻게 소유의 개념과 연결되는지 파악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군신간, 부부간, 부자간의 관계와 연관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은 오늘날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문화적 특성에 견줘 이해해야 한다. 글에 대한 기본적인 독해가 끝난 다음에는 현대사회에서 ‘소유’의 의미를 생각해 보거나, 현대의 실정에 맞게 글을 재구성해 보는 것도 적절한 읽기 후 활동의 하나가 될 것이다. ■ 교과 심화 설(說) 한문 문체의 하나로 의리(義理)를 해석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세워 자세하게 서술하는 글을 말한다. 유사한 성격의 글로 논(論)이나 해(解)가 있다. 설은 이들에 비해 사리(事理)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며 내용·체제도 훨씬 다양하다. 그 근원은 선진(先秦)시대 책사(策士)들이 제후를 유세(遊說)하는 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명칭은 <주역>의 설괘(說卦)에서 시작되었다. 설은 대부분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장이 간결한 것이 특색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고전에서 찾아본, 소유로 인한 문제 지금 우리나라의 전지(田地)는 대략 팔십만 결(結)이고, 대략 백성의 수는 800만명이다. 시험 삼아 한 가구를 열 명으로 잡는다면 한 가구당 전지 한 결씩을 가지게 될 것이니, 그런 뒤에야 재산이 균등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문무관(文武官)과 귀신(貴臣)들과 일반 백성의 부호(富豪)들 가운데에는 한 가구에 수천 석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집들이 매우 많다. 그런 집들의 전지를 계산하면 매 가구당 100결 이하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곧 990인의 인명을 희생시켜 한 가구를 살찌게 하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부호 가운데 영남의 최씨와 호남의 왕씨같이 곡식을 만 섬씩 거둬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전지를 계산해 보면 400결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곧 3990인의 인명을 희생시켜 한 가구를 살찌게 하는 꼴이다. 그런데도 조정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애쓰고 끊임없이 힘써서 부유한 사람의 재산을 덜어내어 가난한 사람에게 보태어 줌으로써 백성의 재산을 균등하게 하는 일에 힘쓰지 않는 사람은 목민관의 도리로써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 정약용 <경세유표> 관련 책 법정, <무소유> 글쓴이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삶에 대한 지적 통찰의 글을 묶은 것이다. 이 글은 수필이라는 글의 특성처럼 불승(佛僧)으로서의 작자의 깨달음의 과정이 체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현대사회 인간존재의 문제에 대한 그의 사상을 총결산한 책이다. 인간의 생존 양식을 두 가지로 구별한다. 재산·지식·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과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존재 양식’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19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책으로 서구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라다크 마을 사람들을 통해 사회와 지구 전체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논제 해결 소유욕이 일으키는 소외와 불평등 제시문 (가)에는 인간의 소유욕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예를 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문 (나)와 (다)를 참고해 서술하시오.(600~700자, 고려대 논술 변형) (가) 옛날 원시상태의 인간은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며 건강하고 튼튼하게 살고 있었다. 필요한 양식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인간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서 자유롭게 먹고 즐기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누구를 구속하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구속받지도 않았으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았다. 그런데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자연재해가 닥치고,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먹이다툼을 벌이는 일들이 생기면서 자연과 인간 개개인의 독대(獨對)를 통한 직접 관계가 깨지고 점차 인간 사이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공동체가 형성되어갔다. 공동체 속에서 각 개인은 남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 존재가 상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좋고 나쁨이 생겨나고 선악이 나타나며 불평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힘이 있거나 재주가 있거나 말 잘하는 사람이 돋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게 되었고, 드디어 사유물을 남보다 많이 지니게 되었다. 물건이나 땅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나누어 차지하면서 남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약삭빠르게 힘 있는 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고 약한 자는 점점 더 상대적인 박탈을 겪게 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존재에서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소유에 종속시켰다. -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나)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所有慾)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고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不辭)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利害)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맹방(盟邦)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 사절을 교환하는 사례(事例)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無所有史)로 그 틀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物量)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 볼 교훈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 -법정, <무소유> (다) 위 <차마설>의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그 뜻을 넓히노라”까지.
◎ 해결 방향 이번 논제는 현재 시점에서 제시문 (가)에 나타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예를 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문 (나)와 (다)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제시문 (가)에 나타난 소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가)의 글에서 루소는 공동체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사유물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인간 사회에 불평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인간이 소유에 종속됐음을 지적한다. 논제의 첫 번째 과제를 해결하려면 이와 관련된 예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찾아내야 한다. 여기에서는 (가)의 내용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예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다음으로는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소유’에 대한 인식을 분석해야 한다. (나)는 법정의 <무소유>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인간의 괴로움과 번뇌는 어떤 것에 집착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소유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다. (다)는 문학 교과서에 실린 <차마설>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내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보다는 ‘빌려온 것’이라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즉, 소유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소유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적절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나)의 소유욕을 버리라는 의견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논제에서 요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제시문 (나)와 (다)의 어느 한 관점을 택하거나 (나)와 (다)를 종합한 제3의 관점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표면적인 분석에만 그친다면 <나>와 <다>가 각각 보여주는 소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점을 논제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 자료 검색 소유에 대한 다른 견해 만일 우리가 환경 때문에 극단으로 이끌리게 되고, 그래서 극단적인 태도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또한 본래의 운명으로부터 비켜 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우리가 불러내야 할 미덕은 다름 아닌 절제일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능력을 갖추고, 가치를 지니는 것. 이런 것은 우리의 평안을 깨뜨리고 괴롭히게 된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 소유가 우리를 괴롭히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궁핍을 모르게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크게 부풀려 주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재물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하게 될 때, 우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착취함으로써 재산을 증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중략) 나는 끊임없이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은 능력을 지니고, 더 나은 가치를 지니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같은 욕망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애정이 결핍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우리를 이 같은 광기(狂氣)와 상스러운 무지(無知)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곧 절제라는 태도이다. -피에르 상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차마설>의 저자 이곡(1298~1351) 고려 말의 학자로서 이색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백이정·정몽주·우탁과 함께 경학(經學)의 대가로 꼽힌다. 1317년 거자과(擧子科)에 합격, 예문관검열이 되었다. 1332년 원나라에서 정동성 향시(鄕試)에 수석, 전시(殿試)에 차석으로 급제했고, 한림국사원검열관(翰林國史院檢閱官)이 되어 원나라 문사들과 사귀었다. 이제현(李齊賢) 등과 함께 <편년강목>(編年綱目)을 증수했고, 충렬왕·충선왕·충숙왕 3조의 실록 편찬에 참여했다. 문장이 뛰어나 원나라에서도 존경받았다. 중소지주 출신의 신흥사대부로서 유학의 이념을 가지고 현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나 이상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가전체 작품 <죽부인전>(竹夫人傳)과 100여편의 시가 <동문선>(東文選)에 전하며 저서로 <가정집> 4책 20권이 전한다. 한산의 문헌서원(文獻書院), 영해의 단산서원(丹山書院)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 브리태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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