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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력미달 학생들 ‘판별’보다 ‘원인 진단’을

등록 2009-04-12 20:52

가려운 곳을 알아야 긁어도 흉이 안 난다. 기초학력 미달의 해법도 원인 파악이 먼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진단평가 성적표를 보는 학생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가려운 곳을 알아야 긁어도 흉이 안 난다. 기초학력 미달의 해법도 원인 파악이 먼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진단평가 성적표를 보는 학생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학습부진 원인 다른데 한곳 몰아넣고 수업만
상담·심리치료 뒤 개인별 ‘맞춤형’ 교육 필요
커버스토리 / ‘학업성취도 평가’ 그후

“급식비 지원을 3명 신청했는데 1명밖에 못 받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대개 경제적으로 어렵기 마련인데 급식비 지원도 못 해주면서 보조 교사만 붙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경기 안산 ㅇ중 이아무개 교사의 말이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학습보조 인턴교사나 대학생 멘토 등 학습에 무게를 둔 대책으로는 기초학력 미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대책은 예전부터 있었다. ‘기초학력 책임지도 정책’이 발표된 게 1999년의 일이다. 그 뒤 각 학교는 각 학년에서 스무 명 정도의 학생을 모아 국·영·수 중심의 ‘특별보충수업’을 해오고 있었다. 학교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지도를 전담하는 ‘인문교육부’라는 부서가 따로 있다. 이런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한테는 2만~3만원의 강사료도 지급된다. 서울 ㄱ중 안아무개 교사는 “10년 전부터 교육청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판별하는 기준과 평가지 등이 내려와 학교에서 하위 10% 정도 되는 아이들을 모아 따로 지도해 왔다”며 “그러나 이 아이들이 겪는 학습의 문제는 보충수업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맡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특별보충수업의 효과에 고개를 젓는다. 경기 시흥의 ㅈ중 박아무개 교사는 “1년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지도하면 향상된 정도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데 대개는 발전이 없다”며 “결국 교사들이 수차례 시험을 보거나 답을 알려주는 선에서 해결하고 만다”고 말했다.

기왕의 ‘기초학력 책임제’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는 데 성과를 못 낸 이유는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아무개 교사는 “7~8명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놓고 수업을 하면 어떤 아이는 공부를 조금만 도와주면 괜찮아질 수 있지만 심리치료가 우선돼야 하는 아이도 있다”며 “저마다 기초학습 부진을 겪는 이유가 모두 다른데 한 교실에 몰아 놓고 똑같은 수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교과부가 세울 대책의 각론에는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에 이른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교과부가 내놓은 대책의 대부분은 학습 지원에 치우쳐 있다.

실제로 교사들은 기초학력 미달에 이른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안아무개 교사는 “읽기나 셈하기 등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대개 유아기에 부모와의 유대가 없어 보통의 아이들이 경험한 성장 과정의 모든 단계를 겪지 못한 일이 많다”며 “이런 아이들은 성장 과정의 공백을 교사가 메워주면 기초학력 미달을 벗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안 교사가 읽기를 못하는 학생을 데리고 엄마처럼 동화책을 읽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인 빈곤 때문에 기초학력 미달에 이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말 절실한 것은 복지적 관점이라고 말한다. 대구 동구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ㄷ중에 근무한 적이 있는 김아무개 교사는 “교복을 외상으로 샀는데 새벽까지 일하는 엄마를 만나지 못해 교복값을 내지 못할 정도로 부모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아이들은 대개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며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기초생활 수급권자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거의 동일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실시돼 온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원 지역사업’처럼 한 학생을 위해 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상담 지원, 심리 치료, 문화 체험 등의 다양한 교육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0일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www.kednetwork.org)에서 발표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의 발생 원인과 지원 방안’이라는 원고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의 특징은 ‘가난하다’는 것과 ‘보호가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이로써 발생하는 정서적, 학습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초학력 미달에 이르게 되므로 개별 학생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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