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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 민족의 대표 정서 ‘정한·은근·끈기’

등록 2009-05-24 17:06

‘이별의 정한’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삶에 내재된 대표적 정서다.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망부석〉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이별의 정한’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삶에 내재된 대표적 정서다.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망부석〉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18.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1. ‘가시리’와 이별의 정한(情恨)

 ‘가시리’와 이별의 정한(情恨)
‘가시리’와 이별의 정한(情恨)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기록을 바탕으로 ‘귀호곡’(歸乎曲)이라는 별칭으로도 일컬어지는 노래로, 이별의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한 우리의 대표적 서정 시가이다. 일반적으로 고려가요로 분류되는데, 그것은 ‘가시리’의 형식이 고려가요의 그것(3음보, 여음구, 분연체 등)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고려가요 자체가 큰 줄기에서 민요와 관련지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고려가요라는 명칭에 집착하기보다는 민중의 정서를 표출한 시가라는 면을 더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가시리’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고대의 시가인 ‘황조가’부터 현대시인 ‘진달래꽃’까지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이별의 정한’이라는 우리 민족 전통의 정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수업이나 수학능력시험에서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이나 차이점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작품 자체가 어려운 비유나 상징 기법들이 쓰이지 않았고, 기본적인 해석만 되면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기에 이런 측면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시적 화자의 정서가 어떻게 표출되는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 전통 시가의 흐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중심으로 두는 게 좋다. 다만 논술에서는 범위를 더 넓혀 이런 우리 민족의 정서인 ‘정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것을 현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교과 심화

‘가시리’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

<악장가사>에서는 ‘가시리’라고만 하며 전문을 소개하고, <시용향악보>에서는 ‘귀호곡’이라고도 일컫고 한 대목만 내어놓았다. 이 노래는 길이를 본다면 짧은 노래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장을 나누는 표시가 분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장과 장 사이에 여음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서경별곡’이나 ‘청산별곡’과 다름이 없다.

보내고 싶지 않은 님을 보내야 하는 설정을 소박하게 나타내기만 했으나, 너무 감탄한 나머지 지나친 평가를 할 것은 아니고, 수준 높게 다듬은 표현이 없다고 해서 낮추어 볼 필요도 없다. 어느 대목이든 쉽게 이해되지만, 나타난 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숨은 사연을 생각하게 한다. 서러운 님을 보내니 가는 듯이 돌아오라고 한 대목은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다. 노래하는 여자를 서럽게 하는 님에게 하소연하는 말이기도 하고, 무언가 드러나 있지 않은 곡절 때문에 서럽게 떠나야 하는 님이기에 그렇게 당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어느 쪽이거나 이런 노래는 원래 민요였으리라고 생각되고, 후대의 아리랑과 상통하는 사연을 지녔다 하겠다. 그런데 그 곡조가 들을 만한 것이었음인지 궁중 속악으로 채택되었고, 거기 따르는 변모도 겪었겠다. ‘나난’이라는 말이 노래 한 줄이 끝날 때마다 붙는 것은 민요 자체에서 유래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기를 버리고 간다는 사정을 강조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태평성대를 들먹이는 여음은 사설이 나타내는 것과 반대가 되는 느낌을 준다. 궁중 속악은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구가하는 노래라야 어울리기에, 사설은 바꾸어 놓지 않았어도 여음은 그런 분위기에 맞도록 갖추었을 수 있다. - 조동일, <한국문학통사2>

은근과 끈기

한국 문학과 한국 사람 생활의 특질(特質)이란 어떤 것일까? 오랜 역사의 전통에서 살아온 한국 사람의 생활에 특질이 없을 리 없고, 또 그를 표현한 한국 문학에 특질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의 예술을 흔히들 선(線)의 예술이라 하는데, 기와집 추녀 끝을 보나, 버선의 콧등을 보나, 분명히 선으로 이루어진 극치(極致)다. 또, 미인을 그려서 한 말에 ‘비단 같은 미인’(美人)이란 말이 있으니, 이도 또한 선과 선의 묘미(妙味)일 뿐 아니라, 장구 소리가 가늘게 또 길게 끄는 것도 일종의 선의 예술일시 분명하다.

그런데, 반달은 아직 충만(充滿)하지 않은 데 여백이 있고, 장구 소리에는 여운(餘韻)이 있다. 이 여백과 여운은 그 본체의 미완성을 말함일지 모르나, 그러나 그대로 그것은 완성의 확실성을 약속하고, 또 잘리어 떨어지지 않는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으니, 나는 이것을 문학에 있어 ‘은근과 끈기’라 말하고 싶다.(중략)

고려 때 詩歌에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중략) 셜온 님 보내옵나니
가시는듯 도셔 오쇼서

라는 이별가가 있다. 이 또 얼마나 은근한가? 그리운 님을 보내는 애끓는 정은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애원, 호소, 연연(戀戀)의 정이 지극하지마는, 그것이 실로 은근하게 나타나 애이불비(哀而不悲)하는 소위 ‘점잔’을 유지하면서, 문자 밖에 한없는 이별의 슬픔이 잠기어 있다.

이렇게 은근하고 여운이 있는 정취는 저절로 끈기가 붙어 있는 것이니, 앞의 가시리에서 볼지라도, 그 그칠 줄 모르게 면면히 길게 또 가늘게 애처롭게 끄는 그것은 일종의 ‘끈기’라 아니할 수 없다.(중략)

‘은근’과 ‘끈기’, 이것은 확실히 한국 문학에 나타나는 현저한 한 모습일 것이다. 혼돈광막(昏沌廣漠)한 것이 중국 문학의 특성이고, 유머러스한 것이 영국 문학의 특성이고, 담백 경쾌한 것이 일본 문학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나는 감히 이 은근과 끈기를 한국 문학의 특성이라 주장하고 싶다.(중략)

그러므로 ‘은근’은 한국의 미요, ‘끈기’는 한국의 힘이다. 은근하고 끈기있게 사는 데 한국의 생활이 건설되어가고, 또 거기서 참다운 한국의 예술, 문학이 생생하게 자라나갈 것이다. - 조윤제, 은근과 끈기


■ 논제 해결

억압과 슬픔의 역사 속 ‘여인의 한’

다음 제시문 (가)를 참고로 하여 (나)에 반영된 한국적인 정한(정과 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시오.

(가) 한은 가장 한국적인 슬픔의 정서이다. 중국과 일본에는 한은 없고 원(怨, 寃)만 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등 중국의 고전 속에서는 한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고, 대신 원에 대해서만 나오고 있다.

그리고 몇 권의 인류학 보고서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죽은 사람들의 원한 감정을 기록해 주고는 있으나, 그 역시 한국적인 한의 개념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양에서도 정서의 기조적 특질로서의 동일 개념인 한은 볼 수 없다. 원과 한에 가까운 영어로는 ‘regret(유감)’와 ‘resentment(원망)’·‘rancour(敵意)’라는 단어가 있으나, 의미상으로 원과 한과는 거리가 멀다. ‘resentment’는 오히려 원한보다는 분개에 더 가깝고, ‘resentful’ 역시 원통보다는 분통에 가깝다.

중국의 원한은 다분히 현세적 명분론에 치우쳐 있다. <삼국지>나 <열국지>의 처절한 복수극의 연속은 유교적 현실주의가 복수로 처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에는 원으로 대하라는 공자의 입장은 원풀이, 곧 복수를 효의 명분, 충의 명분으로 삼은 까닭이다.

일본의 원 또한 복수를 통하여 승원(勝怨)이 되고 있다. 일본의 주신구라(忠臣藏)는 원수를 어떻게 갚는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 아사노(淺野長勳)가 기라(吉良義英)에게 품고 있던 감정은 원이고, 원을 해결하는 최종 수단은 칼이었다. 아사노는 실패하고 막부의 명령대로 실패한 자책으로 할복하여 죽는다. 원은 더욱 확대되어 47명의 의사들이 기라의 목을 잘라 주군의 무덤에 바침으로써 승원이 된다.

서양인들은 어떠한 외부 충격에 납득이 가지 않거나 불만이 있거나 할 때는 그 외부 충격에 대하여 자신을 대립시키는 외향 처리를 잘하므로 그것이 원으로 남는 경우가 별반 없다.

그런데 왜 한국인에게만 유독 한이 많을까? 한국적 한이 생겨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불안과 위축의 역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는 내란과 외침과 민란으로 점철되었다. 이처럼 끊임없는 내란과 외침은 백성들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게 만들었으며, 퇴행적 심리현상을 낳게 하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은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우울증이 심하게 되었다. 둘째, 유교 중심의 사상이 빚은 계층의식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유교적 질서 아래에서는 천민이나 노비들은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뿌리 깊은 원과 한을 항시 간직해 왔다. 셋째, 남존여비사상에서 비롯된 남자들의 여자들에 대한 횡포와 인종의 미덕을 강요당한 데서 생기는 여한(女恨) 때문일 것이다. 넷째, 가학적 사대부와 그에 따른 피학적 민중의 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권 사대부들의 민중 수탈로 인하여 빈부의 차는 더욱 심화되었고, 가난한 사람은 자연히 가진 자를 원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 밖에도 고려 태조 왕건이 새 왕조를 세울 때 가장 저항적이었던 백제지방에 대하여 피해의식을 가지고 인물 등용 등에서 소외한 데서 온 한도 있었다. 그리고 계모와 의붓자식, 의붓형제지간, 이웃과의 이해관계 싸움 등에서 비롯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원과 한도 많이 생겨났다.

이렇게 하여 생긴 한을 우리 민족은 민간신앙을 통하여, 민요와 판소리를 통하여, 종교를 통하여, 또 의지적 행동으로 풀려고 힘썼다. 체념으로 끝나는 무력에 빠지지 않고, 억제로 인한 불안의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복수의 의지인 폭력으로 유발되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한 과정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익살과 해학을 통한 해한이다. 맺힌 한을 푸는 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은 해학을 이용하였다. 그래서 서민들의 일상생활이나 민요·판소리 등에는 한과 더불어 항시 건강한 해학이 따라다닌다. 전통 민중예술의 하나인 탈춤에서 말뚝이와 취바리는 웃음과 해학으로 상민들을 신원한다. 또 굿판에서는 무당이 서러운 푸념과 넋두리로 울음바다를 만들다가도 이내 익살과 육담으로 구경꾼들의 허리를 꺾어 놓기도 한다.

판소리의 <심청전>에서는 심청과 그 아버지의 슬픈 이별 장면에 뺑덕어미의 익살이 곁들여지고, <흥부전>에서도 흥부 일가의 가난 묘사에 과장과 익살이 곁들여져 있으며, <춘향전>에서도 방자의 익살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유달리 여유·멋·풍류를 즐겼던 것에서도 한과의 상관관계를 추출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 민족문화대백과

(나) 위의 ‘가시리’


■ 해결 방향

제시문 (가)는 한국의 한(恨)에 관한 글이다.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에 나타난 한국의 한의 개념, 발생 원인 중에서 제시문 (나)와 관련된 것들을 간추릴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가시리’에는 남녀 간의 이별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한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여인으로 짐작되는 시적 화자는 이별의 상황을 거부하고 싶지만, 님이 서운할까 염려되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길 기원하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한은 자신에게 부당한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데서 발생한다.

시적 화자가 이렇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시적 화자의 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서 비롯하기도 하지만, (가)와 관련지어 본다면 남존여비사상에서 비롯된 남자들의 여자들에 대한 횡포와 인종의 미덕을 강요하는 것에서 비롯한다고도 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순종과 희생의 미덕만을 강요하는 사회 질서 아래서 수동적인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별의 슬픔과 함께 당시의 억압적 현실에 의하여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여인의 한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입장에 치우쳐 있는 여인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할 수 있으며, 비록 수동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자신의 운명적 아픔과 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 속에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여인의 강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를 제시할 수도 있다.


■ 자료 검색

‘이별의 정한(情恨)’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

- 고전 : ‘황조가’, ‘가시리’, ‘서경별곡’, ‘송인’, 황진이 외 여류 시조, ‘아리랑’ 등 민요

- 현대 :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 이형기의 ‘낙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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