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이용한 생존기로 제1회 서울청소년창안대회 서울창의상을 수상한 돈까밥 멤버들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문제해결력의 원천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돈까밥 멤버 김지수, 이소민, 김해완, 권지용(왼쪽부터) 학생.
가족 잃은 청소년의 ‘가상 생존기’ 블로그로 서울창의상
멤버들 토론통해 목차짜고 글올려…최강 팀워크 자랑
멤버들 토론통해 목차짜고 글올려…최강 팀워크 자랑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서울청소년창안대회 1등 ‘돈까밥’팀 5월의 어느 날,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넷이 모였다. 수다를 떨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먹을 것을 찾다가 돈가스 소스와 밥이 눈에 들어왔다. ‘돈가스 소스 볶음밥’이라는 뜻의 팀 이름, ‘돈까밥’은 이때 탄생했다. 당시 장소 제공을 했던 이소민(16) 양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뭔가 톡톡 튀지 않나요?” 김지수(15), 김해완(15), 이소민 양, 권지용(16) 군. 이우고등학교 1학년인 이들은 ‘돈가스 소스를 뿌린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던 그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지난 6월5일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만든 생존기로 2009 서울청소년 창의서밋(서울시 주최, 하자센터 주관)의 부대행사였던 제1회 서울청소년창안대회에서 1등에 해당하는 서울창의상을 받았다. “1등이라 기분이 좋다”면서도 “창의력엔 등수를 매길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돈까밥은 대체 무엇을 만들어낸 걸까? 5월의 어느 날, 지수 양이 학교 복도에서 창안대회 포스터를 본 게 발단이었다. 마침 교사의 호출도 있었다. “이런 거 안 해볼래?” 곧 지수 양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만한’ 친구들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친한 친구 세 명을 섭외했다. “이 도시에서 혼자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도, 살던 집도 사라진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 살아갈까?” 창안대회 질문은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협동심을 요구했다.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런 상황에 놓인 청소년에게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협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서 생존계획서를 적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동영상, 에세이, 이미지, 공연 등 자유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계획성 있게 일정을 잡고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아니다. 사실 돈까밥이란 팀 이름을 지은 그날부터 닥치는 대로 생각을 모았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소민 양의 한 마디 말이 큰 구실을 했다. “만약 독립을 하게 된다면 난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록할 것 같아.”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일기를 쓰기 좋은 매체?’란 질문에 ‘블로그’란 답이 나왔고, ‘블로그를 하면 좋은 점?’이란 질문에 ‘나를 알릴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돈까밥 멤버는 개성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았다. 이 과정에서 수상작 ‘기타와 소녀, 나는 혼자가 아니다’(blog.naver.com/kaiyain)가 탄생했다. 블로그의 주인공은 기타 치는 걸 취미로 삼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 어느 날, 집에 도시가스가 새면서 가족 모두가 죽고 혼자 남는다. 남은 건 달랑 기타 하나. 돈까밥은 이 소녀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존한다는 가상의 설정 아래 블로그 문을 열었다. 소녀가 적는 생존기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을 해결하는 게 아니었다. 잘 먹고살면서 자신의 꿈과 삶의 의미를 버리지 않는 것이 돈까밥이 생각한 진정한 생존이었다. “처음엔 일상을 기록하기 좋은 매체라서 블로그를 골랐는데 다른 좋은 점들이 보이더라고요. 돈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면 파워블로거가 되잖아요. 그러면 광고도 붙을 테고, 돈도 벌겠죠. 또 경제적 지원 없이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작곡한 음악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으니까요.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하면 정말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는 거죠.”(권지용 군)
소녀의 블로그 공간은 청소년 생존 백서이자 수필집처럼 구성됐다. 부동산 찾아보기, 라디오에 사연 보내서 돈 벌기, 돈 안 들이고 독서하는 법 등 혼자 살아가는 데 유용한 정보도 있고, 주인공의 힘든 일상도 기록돼 있다. 새로 작곡한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나의 단행본처럼 묶어도 될 만한 이 글들은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를 의논한 뒤 목차를 짜고, 멤버들이 나눠서 올리는 방식으로 적은 것이다. “글쎄요. 창의적인 수업이 많긴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권지용 군) “근데 사실 우리가 참여하는 수업 방식이 도움이 되긴 했지. 토론식 수업도 많고, 브레인스토밍 하는 시간도 많으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이소민 양) 톡톡 튀는 생각의 뿌리가 ‘학교 수업’을 통해 자란 건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멤버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것만이 창의적인 건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진부하고 낡은 것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채취할 수 있는 게 문제해결력이라고 생각해요.”(김해완 양) “전 그냥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것도 창의라고 생각해요. 독특한 것도 창의고. 간단히 말해 기발한 거죠.”(권지용 군) 물론 이렇게 다른 개성과 생각을 지닌 돈까밥한테도 공통 고리는 있었다. 이들은 “어떤 문제이건 ‘절실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며 문제해결력에서 동기 유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까밥이 수상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더해 협동 정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자센터 강원재 기획부장은 “이번 대회에서 중요하게 다룬 것은 개인의 뛰어난 창의성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협력해서 이뤄내는 창안이었다”며 “결선에 올라온 팀 가운데 돈까밥은 유독 팀워크가 뛰어나고, 서로 협조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고 했다. 돈까밥은 이후에도 블로그를 계속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이 공간을 계속 열어두자고 합의했다. “집 나가버릴까?” 이들은 “여느 청소년들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있지만 이번처럼 생존계획서를 차분하게 써본 경험은 없다”며 “대회 참가를 통해 삶을 계획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런 질문을 해주는 대회 자체가 참 창의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스무 살 되면 독립을 하라’고 하세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전 자취방 보증금만 대달라고 말하려고 생각했는데 이 작업 해보면서 보증금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독립해서 막막해지면 이 블로그를 참고할 것 같아요.”(이소민 양)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서울청소년창안대회 1등 ‘돈까밥’팀 5월의 어느 날,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넷이 모였다. 수다를 떨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먹을 것을 찾다가 돈가스 소스와 밥이 눈에 들어왔다. ‘돈가스 소스 볶음밥’이라는 뜻의 팀 이름, ‘돈까밥’은 이때 탄생했다. 당시 장소 제공을 했던 이소민(16) 양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뭔가 톡톡 튀지 않나요?” 김지수(15), 김해완(15), 이소민 양, 권지용(16) 군. 이우고등학교 1학년인 이들은 ‘돈가스 소스를 뿌린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던 그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지난 6월5일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만든 생존기로 2009 서울청소년 창의서밋(서울시 주최, 하자센터 주관)의 부대행사였던 제1회 서울청소년창안대회에서 1등에 해당하는 서울창의상을 받았다. “1등이라 기분이 좋다”면서도 “창의력엔 등수를 매길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돈까밥은 대체 무엇을 만들어낸 걸까? 5월의 어느 날, 지수 양이 학교 복도에서 창안대회 포스터를 본 게 발단이었다. 마침 교사의 호출도 있었다. “이런 거 안 해볼래?” 곧 지수 양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만한’ 친구들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친한 친구 세 명을 섭외했다. “이 도시에서 혼자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도, 살던 집도 사라진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 살아갈까?” 창안대회 질문은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협동심을 요구했다.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런 상황에 놓인 청소년에게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협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서 생존계획서를 적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동영상, 에세이, 이미지, 공연 등 자유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계획성 있게 일정을 잡고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아니다. 사실 돈까밥이란 팀 이름을 지은 그날부터 닥치는 대로 생각을 모았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소민 양의 한 마디 말이 큰 구실을 했다. “만약 독립을 하게 된다면 난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록할 것 같아.”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일기를 쓰기 좋은 매체?’란 질문에 ‘블로그’란 답이 나왔고, ‘블로그를 하면 좋은 점?’이란 질문에 ‘나를 알릴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돈까밥 멤버는 개성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았다. 이 과정에서 수상작 ‘기타와 소녀, 나는 혼자가 아니다’(blog.naver.com/kaiyain)가 탄생했다. 블로그의 주인공은 기타 치는 걸 취미로 삼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 어느 날, 집에 도시가스가 새면서 가족 모두가 죽고 혼자 남는다. 남은 건 달랑 기타 하나. 돈까밥은 이 소녀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존한다는 가상의 설정 아래 블로그 문을 열었다. 소녀가 적는 생존기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을 해결하는 게 아니었다. 잘 먹고살면서 자신의 꿈과 삶의 의미를 버리지 않는 것이 돈까밥이 생각한 진정한 생존이었다. “처음엔 일상을 기록하기 좋은 매체라서 블로그를 골랐는데 다른 좋은 점들이 보이더라고요. 돈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면 파워블로거가 되잖아요. 그러면 광고도 붙을 테고, 돈도 벌겠죠. 또 경제적 지원 없이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작곡한 음악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으니까요.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하면 정말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는 거죠.”(권지용 군)
소녀의 블로그 공간은 청소년 생존 백서이자 수필집처럼 구성됐다. 부동산 찾아보기, 라디오에 사연 보내서 돈 벌기, 돈 안 들이고 독서하는 법 등 혼자 살아가는 데 유용한 정보도 있고, 주인공의 힘든 일상도 기록돼 있다. 새로 작곡한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나의 단행본처럼 묶어도 될 만한 이 글들은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를 의논한 뒤 목차를 짜고, 멤버들이 나눠서 올리는 방식으로 적은 것이다. “글쎄요. 창의적인 수업이 많긴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권지용 군) “근데 사실 우리가 참여하는 수업 방식이 도움이 되긴 했지. 토론식 수업도 많고, 브레인스토밍 하는 시간도 많으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이소민 양) 톡톡 튀는 생각의 뿌리가 ‘학교 수업’을 통해 자란 건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멤버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것만이 창의적인 건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진부하고 낡은 것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채취할 수 있는 게 문제해결력이라고 생각해요.”(김해완 양) “전 그냥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것도 창의라고 생각해요. 독특한 것도 창의고. 간단히 말해 기발한 거죠.”(권지용 군) 물론 이렇게 다른 개성과 생각을 지닌 돈까밥한테도 공통 고리는 있었다. 이들은 “어떤 문제이건 ‘절실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며 문제해결력에서 동기 유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까밥이 수상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더해 협동 정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자센터 강원재 기획부장은 “이번 대회에서 중요하게 다룬 것은 개인의 뛰어난 창의성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협력해서 이뤄내는 창안이었다”며 “결선에 올라온 팀 가운데 돈까밥은 유독 팀워크가 뛰어나고, 서로 협조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고 했다. 돈까밥은 이후에도 블로그를 계속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이 공간을 계속 열어두자고 합의했다. “집 나가버릴까?” 이들은 “여느 청소년들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있지만 이번처럼 생존계획서를 차분하게 써본 경험은 없다”며 “대회 참가를 통해 삶을 계획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런 질문을 해주는 대회 자체가 참 창의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스무 살 되면 독립을 하라’고 하세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전 자취방 보증금만 대달라고 말하려고 생각했는데 이 작업 해보면서 보증금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독립해서 막막해지면 이 블로그를 참고할 것 같아요.”(이소민 양)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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