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석씨가 구상한 차 ‘Re CO2’
‘그린카’ 주제, 대체에너지 아닌 ‘공용자동차’ 착안
“고집 버리고 틀에서 벗어나니 발상전환 되던데요”
“고집 버리고 틀에서 벗어나니 발상전환 되던데요”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대학생 카디자인공모전 대상 송진석씨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빨간색 프라이드를 타고 다니셨어요. 그땐 기아랑 포드랑 합작해서 만들 때라 포드 마크가 붙어 나갔죠. 막연히 외국차라고 생각하고 좋아했던 생각이 나요. 아버지가 차를 산 다음부터 차에 관심이 생겨서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는데 웬만하면 이름을 가려도 다 알겠더라고요.”
소년은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았다. 텔레비전, 리모컨, 음악기기 그리고 자동차. 특히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또래 남자아이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이 사랑은 꽤 오래 지속됐다. 생활 속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턴 조금씩 눈이 트였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단순히 제품의 모양이 예쁘고 세련됐다는 수준의 평가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기능과 문제점도 평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이 도움이 많이 됐죠. 공업디자인에서 디자인에 관한 것도 배우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제품이 문제는 없는지, 그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해결력에 대한 고민도 하거든요.”
제8회 대학생 카디자인 공모전(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디자인진흥원 공동 주최)에서 대상을 받은 서울산업대 공업디자인과 4학년 송진석(28·사진)씨의 이야기다.
올해 카디자인 공모전의 주제는 ‘그린 카’였다. 당신이 친환경 자동차를 만든다면? “저공해, 고효율의 친환경 자동차,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은 자동차를 구상해보라”는 주제는 얼핏 쉬워 보인다. “알코올, 태양열처럼 대체연료를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이 정도 대안은 쉽게 내놓는다.
문제를 푸는 송씨의 발상은 조금 달랐다. 기술적 접근은 잠깐 미뤄두고, 현상적 접근을 먼저 했다. “사실 대체에너지에 관한 논의가 하루이틀 나왔던 게 아니잖아요.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는 건 결국 자동차 문화에 대한 시각 자체가 바뀌지 않아서라는 원인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제를 사회현상적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대체에너지를 찾는 것보단 의식개선 운동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 말이죠.”
자동차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은 뭘까. 답은 간단했다.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이다. 송씨가 구상한 차 ‘Re CO2’(그림 참조)는 여럿이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는 공용자동차였다. “선진국에선 이미 시도하고 있어요. 프랑스에는 벨리브(Velib’)라는 공공자전거 대여 제도가 있어요. 도서관 대출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차를 빌린 다음 다 쓰고 그 장소에 놓아두면 누군가 그걸 또 빌려 가는 시스템이죠. 비슷한 예로 스웨덴에서도 자동차 함께 타기 운동을 해요.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건데 차 한 대를 여럿이 사용하는 거죠. 개인적으론 지출이 줄어들고, 사회적으론 자동차 대수 자체가 줄어들어 환경에도 좋고, 교통 문제도 해결되겠죠.”
공용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판단 뒤엔 여기에 걸맞은 내부 부품, 디자인 구성 등을 고민했다. 우선 공용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도록 하기 위해 부품 가격은 최대한 낮췄다. 알루미늄, 합금, 재활용품 등을 소재로 삼은 이유다. 디자인 콘셉트를 잡을 땐 엉뚱한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도로에서 자동차가 없어질 순 없을까? 최소한 달리지 않을 때만이라도….” 접는 바퀴가 달린 자동차 디자인은 이런 질문에서 나온 것이었다. 접을 수 있는 바퀴를 단 자동차는 주차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쇼핑 카트처럼 여러 대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송씨의 공용자동차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뜻에서 나온 친환경 자동차이면서 주차 공간의 부족함도 해소하고, 정리된 도로 환경도 만들 수 있는 자동차가 됐다.
새로운 접근을 하도록 이끈 힘은 뭐였을까. 송씨는 “뭐라고 딱 잘라서 하나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며 생각나는 것들을 말했다. “평소에 메모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것도 도움이 된 것 같고, 관련 다큐멘터리나 책도 많이 봤죠. 그리고 학교 공부, 동아리 활동 등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클로소’(Clotho)라는 자동차 디자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 게 도움이 많이 됐죠. 클로소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생명의 신으로 실을 잣는 신이에요. 이번 공모에 저 말고 동아리 학생 두 명이 더 나갔는데 모두 대체연료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제가 해준 충고요? 그 틀을 좀더 벗어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웃음)
‘디자인’은 외로운 창조 작업이지만 송씨는 “창조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토론, 소통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소통’은 송씨가 생각하는 문제해결력의 열쇳말이기도 했다. “디자인하는 사람이 버려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고집’인 것 같아요. 문제해결력이요? 정답은 없다고 봐요. 제 생각이지만 문제해결력은 설득력 같아요. 저 자신만 이해하고 해결해선 안 되죠. 제가 풀어 내놓은 답을 논리적인 방법으로 남에게 설명하고, 왜 그게 최선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겠죠.”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송진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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