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관계가 별로 좋아지지 않아서 힘들어했다. 자신은 본래 지시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이었다는데 그동안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코칭 공부도 하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이쯤 했으면 이제 관계도 많이 편해지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아이의 공부방에 엄마가 수박을 썰어서 가져갔는데 아이가 마침 없었고 아빠가 몇 쪽을 들었단다. 아이가 돌아와서 이걸 보고 수박을 안 먹고 아빠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가져와서 홱 던지듯이 놓고 나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당한 아빠가 아이를 불러서 조용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 아이는 사과하지 않고 버티면서 서로 속이 상하고 답답해했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 얼마나 긴장의 강도가 높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이튿날 아침에 학교에 갈 때 혹시 아이가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니까 아마 최고조의 긴장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일은 우리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들이 예의 없거나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그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받으려고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아이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는 것일 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수했을 때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부모로서는 당연한 마음이다. 물론 조용히 얘기했는데 아이가 바로 잘못을 알아차리고 바로 사과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도 대부분 이런 대화가 왜 이렇게 어긋나고 긴장이 되는 걸까? 위에서 얘기한 아빠에게 딸의 눈에 어떤 아빠의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하는지 물어 봤다. 그러자 그 아빠는 솔선수범하는 아빠, 너그럽고 늘 이해해주는 따뜻한 아빠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아빠가 이런 모습의 아빠이기를 꿈꿀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요구하는 아빠의 모습이 딸의 눈으로 보기에 과연 너그럽고 이해해주는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부모도 많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의 못된 점은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맞다. 그러나 지적해서 고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의 방법이다. 하수의 방법이 통하면 다행이지만 위의 경우처럼 안 통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문제이다. 아빠가 원하는 모습이 늘 이해해 주는 모습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잊지 말자. 아빠 스스로 진짜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이가 잘할 때만 이해한다면 늘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도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부모가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솔선수범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사과하게 될 것이다. 나 자신도 늘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빠이기를 원했으나 아이들에게 늘 지적하는 것을 일삼아 왔음을 고백한다. 그런 행동이 효과도 별로 없었고 괜히 관계만 멀어진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지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들이 잘하니까 지적을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한다. 아니다. 확실하게 말한다. 이해하니까 잘한다. 이런 선순환의 바퀴를 돌리게 되면 필요한 경우에 지적을 해도 쉽게 받아들인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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