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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백성을 교화시키려는 지배계층의 교육전략

등록 2009-08-02 19:04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수록된 노량해전 장면을 그린 그림의 일부. 18권 18책의 목판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유교 이념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수록된 노량해전 장면을 그린 그림의 일부. 18권 18책의 목판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유교 이념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28. 국어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1. ‘동국신속 삼강행실도’에 나타난 언어의 사회적 기능

현대어 풀이

참의 고경명(高敬命)은 광주 사람이니 임진왜란에 의병을 일으켜서 금산의 도적을 치다가 패하여 아들 인후와 막하에 있던 유팽로(柳彭老), 안영(安瑛)과 함께 죽었다. 장자인 종후가 원수를 갚으려 군을 일으켰다가 진주에서 죽었다. 처음에 경명의 주검을 거두어 금산 산중에 가만히 묻었다가 사십여 일이 지난 뒤에 처음으로 염습하니 얼굴빛이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 안장하니 긴 무지개가 무덤 옆에서 일어나 빛이 특이하여 사람들이 이르되 충성스러운 분노에 감동한 바라 하였다. 소경 대왕께서 명하여 정문을 세워 표창하시고 광주에 사당을 지어 이름을 포튱이라 하시고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하시고 좌찬성의 직위를 내리셨다.


 

현대어 풀이

이보(李甫)는 용안현 사람이니 그 아버지 태방(台芳)이 사나운 병[악질(惡疾)]을 얻어 거의 죽게 되니 구완치료하려 해도 효험이 없었다. 어느날 밤에 울고 있는데 꿈에 중이 일러 말하되 산 사람의 뼈를 먹으면 가히 좋을 것이라 했다. 이보가 즉시 놀라서 깨어 손가락을 베어 약을 만들어 드리니 병이 즉시 나았다.

 

현대어 풀이

양민 여자 최금(崔金)은 옥과현 사람이니 사노(私奴) 구억진(具億進)의 아내였다. 정유왜란에 그 지아비를 따라 두 아들을 거느리고 산중에서 도적을 피하였는데, 도적이 갑자기 이르러 먼저 그 지아비를 죽이고 또 두 아들을 죽이거늘 최금이 돌을 가지고 돌진하여 한 도적을 죽이고 살해당했다. 지금 임금께서 정문을 내리셨다.

 

어떻게 읽을까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는 1617년에 유근이 왕명에 따라 편찬한 삼강행실도의 속편이다. 18권 18책의 목판본으로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충신, 효자, 열녀의 사적(事跡)에 관한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그림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그것은 다수의 백성들을 교화하려는 목적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문으로 쓰고 한글 풀이를 단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된다.

이렇게 목적성이 분명한 글이기 때문에 여타 문학 제재와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용 자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용을 통해 파악되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글이 창작된 조선 시대의 유교적 이념을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문학의 사회적 파급력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한다면, 일제 강점기의 계몽 문학과 연계해 문학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언어와 사고, 언어와 사회 등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 교과 심화

‘삼강행실도’ 지배층의 백성 훈육 교과서

국가라는 권력기구를 작동시키는 것은 사회의 지배세력이다. 지배세력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영속화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강제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피지배층의 대뇌에 설치하려고 한다. 뉴라이트가 국사 교과서를 문제 삼고 나오는 것은, 바로 스스로를 한국 사회의 지배자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1432년 6월9일 집현전은 <삼강행실도>를 엮어 세종에게 올린다. 한 해 전 충·효·열을 실천한 신하와 자식, 아내의 사례를 뽑아 책으로 엮으라는 세종의 명을 따른 것이다. 세종은 책을 서울과 각 지방에 나누어 주어 우부우부(愚夫愚婦)들이 책에 실린 행위를 본받게 하라고 다시 명한다. 이 책은 2년 뒤인 1434년 11월24일 인쇄되어 여러 지방에 보급된다.

하지만 한문으로 쓰인 책이라 백성들은 읽을 수 없었다. 이 책에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세종은 지방관과 지방의 지식층이 문맹의 백성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라고 명했던 것이다. 한데 지방관과 지식층은 열심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도구가 필요했다. 세종은 1443년에 백성을 가르치는 문자, 곧 한글을 만든다. <삼강행실도>는 한글 창제 이후인 성종 때 원본을 3분의 1로 축약한 국문번역본이 나오면서부터 백성들 사이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삼강행실도>는 지배층이 백성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최초의 책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양반 체제는 한글로 된 책을 다양하게 인쇄해 백성들에게 공급하거나, 원하는 백성이면 모두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떤 교육 내용을 어디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백성에게 묻지 않았다. 백성들 역시 일방적 교육에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를 낼 길이 없었다.

모든 국민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된 것은 1948년 이후의 일이다.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게 된 것을 사회 발전의 명백한 증거로 보기도 한다. 모든 국민에게 교육기회의 균등을 보장한다는 의무교육은, 외견상 선량한 의도를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은 여간 복잡하지 않다. 무엇보다 교육하는 주체인 국가와 교육을 받는 국민의 관계가 권력적이라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학교에 다니지 않을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의무교육 기간은 물론이고, 고등학교와 대학의 경우도 다니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학벌을 따지는 사회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에서 도태되기를 자원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이 권력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한층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교과목의 구성과 평가다. 즉 피교육자인 학생은 교과목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항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에서 보듯 근대국가의 교육제도가 갖는 일방적인 과목 구성과 평가는, 피교육자에게는 저항과 비판이 불가능한 일방적 권력 행사가 된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하에 일방적 권력 행사를 통해, 개인의 대뇌를 열고,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강제적으로 설치한다. 조선조의 교육과 근대교육은 이런 점에서 동일한 속성을 갖는다. 즉 조선의 지배층인 양반들은 백성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키고, 자신의 지배에 꼭 필요한 만큼의 프로그램을 백성들의 대뇌에 설치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했다면, 현대 국가는 국민 전체에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구실로,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국민의 대뇌에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라이트 세력의 역사 교과서 역시 이 점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 세력은 왜 자신들의 역사관을 일반 출판이 아니라 굳이 교과서를 통해 펼치려고 하는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국가 교육의 권력이 갖는 일방적인 강제력 때문이다. 이 강제력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역사의식을 학생들의 대뇌에 일방적으로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방 저 옛날 <삼강행실도>를 엮고 뿌렸던 양반들이 부활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한겨레> 2008년 11월29일치


■ 논제 해결

시대에 따른 언어 쓰임새의 변화

제시문 (가)와 (나)는 각기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창작된 글이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와 사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500자 안팎)

(가) 위의 ‘이보할지’와 ‘최금타적’ 본문과 뜻풀이

- 고등학교 <국어 상>

(나) 애국하는 노래- 이필균

아시아에 대조선(大朝鮮)이 자주독립 분명하다.

(합가) 애야 에야 애국하세 나라 위해 죽어 보세.

분골하고 쇄신토록 충군(忠君)하고 애국하세.

(합가) 우리 정부 높여 주고 우리 군면(君面) 도와주세.

깊은 잠을 어서 깨어 부국강병(富國强兵) 진보하세.

(합가) 남의 천대 받게 되니 후회막급 없이 하세.

합심하고 일심되어 서세동점(西勢東漸) 막아 보세.

(합가) 사농공상(士農工商) 진력하여 사람마다 자유하세.

남녀 없이 입학하여 세계 학식 배워 보자.

(합가) 교육해야 개화(開化)되고 개화해야 사람되네.

팔괘 국기(八卦國旗) 높이 달아 육대주에 횡행하세.

(합가) 산이 높고 물이 깊게 우리 마음 맹세하세

◎ 해결 방향

제시문 (가)와 (나)는 모두 당대의 사회 이념에 맞추어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창작된 글이다. (가)는 <국어 상> 교과서에 실린 <동국신속삼강행실도>로, 유교 이념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정 이념을 직접 전파하기보다는 구전되던 설화를 빌려 우회적으로 충·효·열이라는 주제를 드러냈다. 백성들이 쉽고 흥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에 반해 (나)는 <문학> 교과서에 실린 ‘애국하는 노래’라는 개화 가사로서, 조선 말기에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단결을 통해 자주독립을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주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가)와 달리 직접 드러냈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노래 형태로 창작한 것도 특징이다.

사고와 언어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일반론적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언어의 쓰임새가 역사적 상황이나 시대적 조건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까지 짚어주는 방식으로 논제를 해결하면 된다.

◎ 자료 검색

● 유교 윤리 사상

유교 윤리 사상은 지금도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윤리 사상 중 하나로, 그 뿌리가 깊은 만큼이나 다양한 내용과 교훈들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윤리 사상은 중국 유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지만, 단순한 중국 유학의 수용을 넘어서서 우리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 어울리는 이론 체계와 삶의 지침을 개발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한국 유교 윤리 사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이다. 동서양에 관계없이 인간 본성에 대한 주요 관점으로는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등이 있는데, 한국의 유교 윤리 사상에서는 대체로 인간의 착한 본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이 나타나는 이유도, 인간 본성의 그릇됨보다는 인간의 착한 본성을 가리는 욕심과 욕구들에서 찾았다. 많은 서양의 윤리 사상이 이기적이고 사악한 인간을 전제로 하여 사회 구성의 원리에 필요한 덕목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개인의 수양과 실천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유교 윤리 사상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 본성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 본성 자체는 착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욕심과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 본성 자체를 거스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욕심과 욕구들을 제거하고 선한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양과 실천 방법을 제시하였다. 바람직한 생활 자세로서 이황이 경(敬)을 강조하고, 이이가 성(誠)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셋째, 다양한 인간관계의 윤리를 강조하였다. 이것은 사람의 삶이 개인적 덕목 함양과 수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생각하는 삶보다는 다른 사람,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배려하는 삶을 살 것을 강조하는 조상들의 자세가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윤리를 강조하는 가장 대표적인 덕목이 오륜(五倫)이다. 오륜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父子有親), 임금과 신하 간의 관계(君臣有義), 부부간의 관계(夫婦有別), 어른과 아이 간의 관계(長幼有序), 친구 간의 관계(朋友有信)에 필요한 윤리적 덕목들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유교 윤리 사상의 관점과 역할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할지라도, 유교 윤리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삶을 반성하고 인도하는 데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유교 윤리 사상을 접근하는 데 있어서 단순한 이론적 차원의 이해가 아니라, 세계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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