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그림 <1>)는 어떤 금속보다도 전류나 열을 많이 운송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빛을 만들 수도 있다. 한창수 박사는 최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투명 전도성 필름(그림 <2>)을 개발했다. 이는 투명 LED 사인보드나 투명 스피커(그림 <3> <4>), 습기가 차지 않는 자동차 앞유리나 휘어지는 터치스크린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그림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창수 박사 제공
철보다 100배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2배 가벼워
한창수 박사, 기술적 장벽 넘어 제품 상용화 앞장
한창수 박사, 기술적 장벽 넘어 제품 상용화 앞장
9. 나노소재기술사업단
10.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11.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 기초연구소 이지마 스미오 박사는 탄소 60개로만 이뤄진 풀러렌(C60) 분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발견을 했다. 전기 방전으로 흑연 음극에 생긴 탄소 덩어리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다가, 육각형 구조를 이루며 가늘고 길게 늘어진 탄소 소재를 발견한 것이다. 이지마 박사는 이 지름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라 불렀다. 이후 과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에 놀라운 특성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탄소나노튜브는 크기는 작지만 강도는 철보다 100배 이상 높고 밀도는 알루미늄보다 2배 이상 가볍다. 또 어떤 금속보다도 전류나 열을 많이 운송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빛을 만들 수도 있다. 수소를 저장하거나 전자파를 막기도 한다. 반도체 성질을 띠어 데이터 저장장치나 트랜지스터와 같은 전자소자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20세기 핵심 물질이 실리콘이었다면, 21세기 핵심물질은 탄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으나, 탄소나노튜브의 뛰어난 장점들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기술적 장벽들 때문이다. 먼저 나노 규모에서 나타난 특성들이 덩어리(bulk)가 되면 약해지거나 사라져 버리는 문제가 있다. 또 민감한 소재라 제품 제작 과정에서 손상을 입기 쉽다. 무엇보다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과 반도체성이 뒤섞여 있어 이를 분리하거나 제어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7월28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만난 한창수(44·사진) 박사는 탄소나노튜브의 기술적 장벽들을 뛰어넘어 제품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탄소나노튜브 전문가다. 그는 지금까지 원자현미경(AFM, Atomic Force Mircroscope)에 탄소나노튜브를 붙여 나노탐침을 제작하는 기술, 잉크젯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패터닝(patterning) 기술, 탄소나노튜브 투명 전도성 필름을 이용한 투명 히터 제품, 탄소나노튜브의 금속과 반도체를 분리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한 박사는 나노기술 연구로 유명한 노스웨스턴대학과 퍼듀대학에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머물렀다. 한 박사가 미국에서 연구한 건 원자현미경 끝에 탄소나노튜브 탐침을 조립하는 일이었다. 탄소나노튜브 탐침을 사용하면 기존 실리콘 탐침보다 원자현미경의 성능을 10배 이상의 높일 수 있었다. 한 박사는 미국 체류기간 1년 동안 수백 번의 실험을 반복했으나 실패했다. “애가 탔죠. 귀국할 날짜는 다가오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결국 한국에 돌아와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성공할 수 있었죠. 힘든 과정이었지만, 탄소나노튜브를 다루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한 박사는 이후 다량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투명 전도성 필름’을 개발했다. 짧은 기간내 상용화가 가능한 탄소나노튜브 제품을 찾아 연구 역량을 집중한 결과였다. 100~200㎛(마이크로미터)의 투명 기판 위에 10~200㎚의 탄소나노튜브층을 접착해, 기존 터치스크린 패널 등에 널리 쓰이는 산화인듐주석(ITO)의 단점들을 극복했다. “과제를 진행하다 창업하게 된 탑나노시스㈜에서 투명 스피커, 투명 LED 사인보드 등의 시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곧 습기가 차지 않는 자동차 앞유리, 스키 고글 등도 개발될 예정입니다. 가까운 미래엔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탄소나노튜브를 다루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한 박사는 탄소나노튜브의 기술적 장벽 가운데 하나인 금속과 반도체 분리 기술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면 반도체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기존 구리 소재에 비해 발열량이 적고, 전류 전송 용량이 천배나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일부 성공했지만,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리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의 제안은 2005년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2단계 연구과제로 선정돼 3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났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비 지원 기간이 다 돼 연구를 거의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같이 일하는 연구원이 화장실에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제게 달려왔습니다. 제가 하도 재촉해서인지 잠을 자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독창적인 탄소나노튜브 분리 방법을 고민했다고 하네요. 결국 그 연구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2007년 말 90% 이상의 고순도 분리가 가능한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지난 8년간 탄소나노튜브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을 쏟아낸 한 박사의 경쟁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독서입니다. 4천편 가까이 확보한 탄소나노튜브 관련 논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또 인문학이나 경영 관련 책들을 읽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폭넓은 독서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게 하는 힘이죠.”
우리 기술로 나노제품 대량생산 열 것 이상록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인터뷰 ‘값싸게, 대량으로, 고속으로,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2002년 7월 닻을 올린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의 모토다. 사업단은 나노기술과 메카트로닉스기술을 접목해 10~100㎚에 이르는 극미세 산업용 부품을 제조하기 위한 공정기술과 장비 개발 연구에 주력해 왔다. 사업단은 실생활에 유용한 나노제품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해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나노공정 및 장비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7월28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이상록(56·사진) 단장을 만나 사업단 출범 계기와 연구 성과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사업단이 출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다른 나노사업단과 마찬가지로 2000년 1월 미국이 ‘국가나노기술개발전략’(NNI, 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을 공표한 게 큰 자극제가 됐다. 덩치 큰 기계를 주로 다뤄오던 저희 연구진은 나노기술에 큰 흥미를 느꼈다. 나노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선 제대로 된 나노공정과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노기술 응용제품이 드물던 당시로선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시작하지 않은 분야였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사업단을 시작했다.”
그간 사업단의 대표적 연구 성과는 무엇인가?
“사업단은 3단계 목표를 세웠다. 1단계에선 100㎚급, 2단계에선 50㎚급, 3단계에선 10㎚급 나노소재의 공정기술과 측정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3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들을 보유하게 됐다. 한창수 박사의 탄소나노튜브 분리 기술, 정준호 박사의 나노임프린트 공정기술, 이학주 박사의 10㎚급 측정 원천기술, 강신일 교수의 나노사출성형 공정기술, 이재종 박사의 다나노임프린트 장비 핵심 원천기술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2007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약 300억달러다. 그런데 같은 해 반도체 관련 수입액은 약 334억달러다. 반도체 부문에서 무역수지가 적자인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제조장비 대부분을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사업단은 나노기술 시대에서만큼은 우리 기술로 만든 장비로 값싸고 빠르게 나노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또 2012년까지 사업단이 개발한 원천기술로 ‘돈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10.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11.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 기초연구소 이지마 스미오 박사는 탄소 60개로만 이뤄진 풀러렌(C60) 분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발견을 했다. 전기 방전으로 흑연 음극에 생긴 탄소 덩어리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다가, 육각형 구조를 이루며 가늘고 길게 늘어진 탄소 소재를 발견한 것이다. 이지마 박사는 이 지름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라 불렀다. 이후 과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에 놀라운 특성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탄소나노튜브는 크기는 작지만 강도는 철보다 100배 이상 높고 밀도는 알루미늄보다 2배 이상 가볍다. 또 어떤 금속보다도 전류나 열을 많이 운송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빛을 만들 수도 있다. 수소를 저장하거나 전자파를 막기도 한다. 반도체 성질을 띠어 데이터 저장장치나 트랜지스터와 같은 전자소자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20세기 핵심 물질이 실리콘이었다면, 21세기 핵심물질은 탄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으나, 탄소나노튜브의 뛰어난 장점들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기술적 장벽들 때문이다. 먼저 나노 규모에서 나타난 특성들이 덩어리(bulk)가 되면 약해지거나 사라져 버리는 문제가 있다. 또 민감한 소재라 제품 제작 과정에서 손상을 입기 쉽다. 무엇보다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과 반도체성이 뒤섞여 있어 이를 분리하거나 제어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기계연구원 한창수 박사(44. 사진)
탄소나노튜브를 다루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한 박사는 탄소나노튜브의 기술적 장벽 가운데 하나인 금속과 반도체 분리 기술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면 반도체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기존 구리 소재에 비해 발열량이 적고, 전류 전송 용량이 천배나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일부 성공했지만,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리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의 제안은 2005년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2단계 연구과제로 선정돼 3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났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비 지원 기간이 다 돼 연구를 거의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같이 일하는 연구원이 화장실에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제게 달려왔습니다. 제가 하도 재촉해서인지 잠을 자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독창적인 탄소나노튜브 분리 방법을 고민했다고 하네요. 결국 그 연구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2007년 말 90% 이상의 고순도 분리가 가능한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지난 8년간 탄소나노튜브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을 쏟아낸 한 박사의 경쟁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독서입니다. 4천편 가까이 확보한 탄소나노튜브 관련 논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또 인문학이나 경영 관련 책들을 읽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폭넓은 독서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게 하는 힘이죠.”
우리 기술로 나노제품 대량생산 열 것 이상록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인터뷰 ‘값싸게, 대량으로, 고속으로,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2002년 7월 닻을 올린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의 모토다. 사업단은 나노기술과 메카트로닉스기술을 접목해 10~100㎚에 이르는 극미세 산업용 부품을 제조하기 위한 공정기술과 장비 개발 연구에 주력해 왔다. 사업단은 실생활에 유용한 나노제품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해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나노공정 및 장비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7월28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이상록(56·사진) 단장을 만나 사업단 출범 계기와 연구 성과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이상록 단장(56.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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