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광 박사 팀은 새로 개발한 세라믹 신소재(AYE, AYG, YYC)를 밀가루처럼 수십㎛의 분말로 만든 다음, 섭씨 1만5000도의 플라스마를 이용해 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인 후, 반도체 제조설비에 분무하는 방법으로 뿌려 코팅했다. 석현광 박사팀 제공
[미래 과학기술 현장]
석현광 박사, 반도체 제조장비 ‘신소재 코팅’ 성공
세라믹분말 녹여 뿌리는 방식…“상용화 큰 성과”
석현광 박사, 반도체 제조장비 ‘신소재 코팅’ 성공
세라믹분말 녹여 뿌리는 방식…“상용화 큰 성과”
8.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9. 나노소재기술사업단
10.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바닥엔 풍부한 공간이 있다.” 1959년 12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열린 물리학회 행사에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4권 전체를 핀 머리에 기록하거나, 혈관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로봇 의사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1965년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랜 세월 ‘공상’으로 치부되던 그의 생각은 오늘날 현실이 되고 있다. 나노기술(NT·Nano Technology) 때문이다. 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과학에서 나노는 길이를 나타내는 접두어로 ‘10억분의 1’을 의미한다. 1㎚는 10-9m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노기술’이라 말할 때엔 1~100㎚의 물질세계를 다루는 기술을 가리킨다. 원자나 분자 크기 수준에서 물질을 다루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에 이어 주사탐침현미경(SPM·Scanning Probe Mircroscopy)이 개발되면서 나노 규모의 측정과 조작이 가능해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측정장치를 통해 나노 규모의 물질은 그보다 큰 덩어리(bulk)에 비해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크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아주 작고 가벼우면서도, 매우 단단하고 잘 부식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노기술로 돌, 청동, 철에 이은 새로운 ‘소재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말한다.
지난 7월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석현광(42·사진) 박사는 나노구조 코팅 분야의 전문가로 나노소재 혁명의 선도자다. 그는 2006년 동료들과 함께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나노구조 신소재와 코팅기술을 개발했다.
석 박사는 언제부터 ‘나노기술자’의 길을 걷게 됐을까? “대학 학부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 내내 금속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공대에선 금속공학을 ‘철학과’라 부르죠.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금속공학에서 주로 연구하는 분야가 ‘철’(Fe)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금속공학은 각종 소재들을 원자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입니다. 실상 학부 시절부터 ‘나노기술자’였던 셈이죠.”(웃음)
석 박사는 석사 과정 시절부터 강도가 높으면서도 열과 화학물질에 강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앞으로 우주선이 대기권을 자유롭게 오가거나, 심해잠수정이 염도 높은 바닷속을 마음껏 누비기 위해선 고강도·내열성·내부식성 물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물질의 결정 크기가 작아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부식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결정 크기를 나노 수준까지 작게 하면 원하는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녹는점이 금속보다 높은 세라믹 재료를 택해 연구를 계속했다. “제가 주목한 건 유리처럼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비정질입니다. 비정질은 단결정이나 다결정과는 달리 원자 하나하나가 결정립 상태에 가깝습니다. 나노 소재의 극단적 형태죠.”
석 박사는 2003년 자신의 비정질 나노구조 제조기술을 긁히기 쉽고, 화학물질에 부식이 잘 일어나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윈앤윈테크놀로지㈜(현 나노윈㈜)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석 박사 팀은 새로 개발한 세라믹 신소재(AYE, AYG, YYC)를 밀가루처럼 수십 ㎛의 분말로 만든 다음, 섭씨 1만5000도의 플라스마를 이용해 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인 뒤, 반도체 제조설비에 분무하는 방법으로 뿌려 코팅했다.(그림 참조) 연구 결과 석 박사 팀의 신소재와 코팅 기술은 기존 반도체 제조장비 코팅에 널리 사용되던 이트리아(Y2O3)에 비해 굳기는 2배, 긁힘 저항성은 10배 가까이 향상됐고, 염소계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성은 5분의 1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이 기술은 산업시장에서 인정받아 지난 5월부터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석 박사 팀 연구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노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기술공정이 까다로워 상용화가 쉽지 않습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죠. 또 나노 규모에서 나타나던 특성들이 덩어리가 되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저희 팀이 개발한 소재와 기술은 기존 나노기술의 약점을 극복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생체용 임플란트 등 바이오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입니다.” 50년 전 바닥에 풍부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나노세상’이 올 것이란 파인먼의 예견은 오늘날 나노기술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그의 예견이 저절로 현실이 되진 않는다. 그 ‘꿈같은 세상’을 현실로 이루려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고뇌와 땀을 필요로 한다.
세계적 원천기술 20여개 개발 서상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인터뷰
나노기술이 미래 국가 경쟁력에 우위를 가져다줄 거대한 가능성을 인식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2000년 1월 국가나노기술개발전략(NNI)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에선 정부 차원에서 연간 10억달러 규모로 나노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우리나라도 나노기술 관련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고자 2001년부터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2002년 7월 당시 과학기술부는 나노소재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지난 3일 전자우편으로 서상희(57·사진) 단장과 나노소재 개발 트렌드와 사업단의 성과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나노소재 관련 최근 국내외 연구개발 트렌드는?
“먼저 중·단기 내 실용화에 중점을 둔 개발이다. 촉매, 고강도 복합소재, 다기능 코팅소재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소재들을 이용한 제품에는 은나노 제품군, 자동차 부품과 스포츠 용품, 다기능 의류, 절삭공구 등이 있다. 두 번째는 연구개발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파급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자기조립 나노소재, 양자점 및 나노입자 소재, 나노튜브 및 나노막대 소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앞으로 암 진단과 치료, 고효율 태양전지, 고감도 다기능 센서 등에 활용될 것이다.”
사업단이 출범한 지 만 7년째다. 대표적 성과 3가지만 꼽아보면?
“사업단에 의해 상용화된 나노기술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굳이 뽑으라면 ‘환경정화용 나노멤브레인 제조기술’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세라믹 코팅기술’이다. 또 카이스트 홍순형 교수 팀은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를 분자 수준에서 합성공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원천기술은 디스플레이, 전자파 차폐 소재 등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하다.”
사업단의 남은 과제와 비전은 무엇인가?
“사업단의 3단계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실용화기술 개발이다. 현재까지 20개 이상의 세계 일류급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개발된 원천기술들을 실용화까지 연결시키는 게 남은 과제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사업단의 비전은 국내 소재 및 부품산업에 활력을 주고, 신사업을 창출하며, 물과 공기를 맑게 하고, 대체에너지 소재를 개발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앞으로 사업단은 세계 수준의 나노소재기술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9. 나노소재기술사업단
10.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바닥엔 풍부한 공간이 있다.” 1959년 12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열린 물리학회 행사에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4권 전체를 핀 머리에 기록하거나, 혈관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로봇 의사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1965년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랜 세월 ‘공상’으로 치부되던 그의 생각은 오늘날 현실이 되고 있다. 나노기술(NT·Nano Technology) 때문이다. 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과학에서 나노는 길이를 나타내는 접두어로 ‘10억분의 1’을 의미한다. 1㎚는 10-9m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노기술’이라 말할 때엔 1~100㎚의 물질세계를 다루는 기술을 가리킨다. 원자나 분자 크기 수준에서 물질을 다루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에 이어 주사탐침현미경(SPM·Scanning Probe Mircroscopy)이 개발되면서 나노 규모의 측정과 조작이 가능해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측정장치를 통해 나노 규모의 물질은 그보다 큰 덩어리(bulk)에 비해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크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아주 작고 가벼우면서도, 매우 단단하고 잘 부식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노기술로 돌, 청동, 철에 이은 새로운 ‘소재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말한다.
석현광(42) 박사
석 박사는 2003년 자신의 비정질 나노구조 제조기술을 긁히기 쉽고, 화학물질에 부식이 잘 일어나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윈앤윈테크놀로지㈜(현 나노윈㈜)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석 박사 팀은 새로 개발한 세라믹 신소재(AYE, AYG, YYC)를 밀가루처럼 수십 ㎛의 분말로 만든 다음, 섭씨 1만5000도의 플라스마를 이용해 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인 뒤, 반도체 제조설비에 분무하는 방법으로 뿌려 코팅했다.(그림 참조) 연구 결과 석 박사 팀의 신소재와 코팅 기술은 기존 반도체 제조장비 코팅에 널리 사용되던 이트리아(Y2O3)에 비해 굳기는 2배, 긁힘 저항성은 10배 가까이 향상됐고, 염소계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성은 5분의 1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이 기술은 산업시장에서 인정받아 지난 5월부터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석 박사 팀 연구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노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기술공정이 까다로워 상용화가 쉽지 않습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죠. 또 나노 규모에서 나타나던 특성들이 덩어리가 되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저희 팀이 개발한 소재와 기술은 기존 나노기술의 약점을 극복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생체용 임플란트 등 바이오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입니다.” 50년 전 바닥에 풍부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나노세상’이 올 것이란 파인먼의 예견은 오늘날 나노기술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그의 예견이 저절로 현실이 되진 않는다. 그 ‘꿈같은 세상’을 현실로 이루려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고뇌와 땀을 필요로 한다.
세계적 원천기술 20여개 개발 서상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인터뷰
서상희(57)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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