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74. 문학 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
75. 작품을 감상하는 주체적 안목
76. 문학 작품과 해석의 다양성 ※ (가)를 쓴 글쓴이가 (나)를 읽고 보일 수 있는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 이청준의 <눈길>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청준은 모성애, 휴머니즘, 고향 상실 등 인류 보편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문학적 형식으로 갈무리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가다. (중략) 필자는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어머니와 관련된 아련한 추억을 소환했다.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쯤 되었을 성싶다. 친구들과 화투놀이를 해서 꽤 많은 돈을 땄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 원짜리 지폐가 몇 장 되었으니까. 몹시 궁핍했던 시절이라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자랑했다. 어머니는 연탄난로의 뚜껑을 열더니 말없이 지폐를 넣으셨다. 그러곤 아무 말도 없으셨다. 그 어떤 질책보다 무서운 처벌이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의 우회로를 거쳤던가. - 고인환, <한국문학 속의 명장면 50선>, 해토 (나) “그래서 어머님은 그 발자국 때문에 아들 생각이 더 간절하셨겠네요.” “간절하다뿐이었겄냐. 신작로를 지나고 산길을 들어서도 굽이굽이 돌아온 그 몹쓸 발자국들에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 목소리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만 싶었제. 산비둘기만 푸르륵 날아가도 저 아그 넋이 새가 되어 다시 되돌아오는 듯 놀라지고, 나무들이 눈을 쓰고 서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세 저 아그 모습이 뛰어나올 것만 싶었지야. 하다 보니 나는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너하고 둘이 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서 너를 보내고 돌아가고 있구나!” - 이청준, ‘눈길’ ①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머니의 입장이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②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를 이해하는 자식은 많지 않을 거야. ③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사람이니 자식은 부모와 헤어져 사는 게 자연스럽지. ④ 눈길의 자취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아온 고향에 대한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비평적인 안목을 길러야 한다. 비평적 안목이란 작품을 바라보는 주체적인 관점이다. (가)의 필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청준의 ‘눈길’이 의미하는 바를 풀이하고자 하였다. <눈길>에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바탕으로 어머니의 참된 사랑을 표현하였으므로 ③은 거리가 있다. ※ 다음 글의 화자가 말하려는 바를 고려해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고려할 만한 사항을 100자 내외의 짧은 글로 쓰시오.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맑고 아른아른한 거울을 좋아하겠지만, 얼굴이 못생겨서 추한 사람은 오히려 맑은 거울을 싫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잘생긴 사람은 적고 못생긴 사람은 많기 때문에 맑은 거울 속에 비친 추한 얼굴을 보기 싫어할 것인즉 흐려진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깨뜨려 버릴 바에야 먼지에 흐려진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먼지로 흐리게 된 것은 겉뿐이지 거울의 맑은 바탕은 속에 그냥 남아 있는 것입니다.” - 이규보, ‘경설’ 허재영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경설’에서는 거울의 외면만을 보는 사람과 거울의 맑은 바탕을 알고 있는 화자의 입장이 대립되어 있다. 문학 작품도 외형적인 면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와 내용을 잘 이해하며 감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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