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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분단상처 떠안은 ‘방향상실 인간’

등록 2009-11-22 16:12

소설 ‘오발탄’은 전쟁이라는 폭력으로 인해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소시민인 주인공을 통하여 형상화하였다. 사진은 영화 ‘오발탄’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소설 ‘오발탄’은 전쟁이라는 폭력으로 인해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소시민인 주인공을 통하여 형상화하였다. 사진은 영화 ‘오발탄’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43.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1. <오발탄>에 나타난 전후 한국 사회의 단면

■ 교과서 읽기

줄거리

주인공인 ‘철호’는 6. 25 때 월남한 가족의 가장이다. 그는 계리사 사무실 서기를 하면서 육이오 사변으로 용산 일대가 폭격으로 지옥처럼 무너져 나가던 때의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홀어머니와 음대 출신의 아내, 군에서 제대한 지 2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생 영호,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등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퇴근하여 해방촌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대문에 들어서자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의 “가자! 가자!”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것은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어머니의 절규다. ‘철호’는 38선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으나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들만 야속하게 생각한다.

집에서 그는 동생인 ‘영호’의 성실하지 못한 삶의 태도를 나무란다. ‘영호’는 비록 가난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형의 태도를 비판하며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 와중에 여동생인 ‘명숙’은 집으로 돌아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아랫방으로 가서 가로눕는다. 철호는 양공주로 살아가는 명숙의 삶을 떠올리고는 울분을 느낀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어머니의 외침은 밤중에도 계속된다.

다음날 전화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한 철호는 경찰로부터 영호가 강도 혐의로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경찰서에서 나온 ‘철호’는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 임신 중이었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철호는 명숙으로부터 돈을 받아 들고 병원으로 간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시체로 변해 있다. 간호사보다 더 심상한 표정으로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인 철호는 병원 현관에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병원을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하던 철호는 문득 충치로 인한 치통을 느끼고는 치과를 찾아가서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충치를 모두 뽑는다. 계속 해서 피를 뱉으며 방황하던 그는 큰길에서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해방촌으로 가자고 했다가 경찰서로 행선지를 바꾼다. 혼란에 빠진 철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혼란에 빠진다. 운전사는 ‘오발탄’과 같은 손님이 걸려들었다고 투덜거린다. 차는 목적지도 없이 차량 행렬에 끼어들고 철호는 계속해서 입에서 피를 흘린다. -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1959년 10월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후의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범선의 대표작이다. <오발탄>이라는 제목은 전쟁 이후에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철호’라는 중심 인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전쟁이 철호 일가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쟁 때문에 철호 일가는 삶의 터전을 버리고 남쪽으로 피란을 와야 했다. 그로 인해 경제력을 상실한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다. 또한 철호의 어머니는 전쟁으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채 “가자! 가자!”란 말만 외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의 비참함이 어떠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동시에 철호와 영호의 대화에서 양심을 지키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양심을 지키며 삶을 살지만 온 가족이 불행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철호의 삶과 양심을 버리고 잘사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결국 철창에 갇히게 된 영호의 삶을 비교하면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전후 소설들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전후 소설의 형식상·내용상 특징을 파악해봄으로써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그것이 지니는 문학사적 의의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교과 심화

1950년대의 문학

1950년대는 민족 상쟁의 체험 위에서 기본적인 삶의 양식이 파괴되고 존재에 대한 회의와 가치관의 전도를 겪었던 시대이다. 소설 역시 전쟁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 전후 소설을 등장시킨다.

그것은 거대한 외부적 폭력에 의해 붕괴되는 인간 존엄의 와해와 극한 상황 속에서 겪게 되는 인간성의 상실 내지 변모의 모습으로 소설 속에 투사된다. 또한 거기서 비롯되는 소외와 실존, 부조리와 허무가 소설의 주제에 깊게 침잠되어 어둡고 무거운 세계들을 연출하게 된다. <혈서>, <낙서족>, <비 오는 날> 등 음울한 배경 속에 상처 받고 소외된 인간들의 모습만을 끈질기게 추구해 온 손창섭이나, 전쟁이라는 한계 상황 속에서 삶의 방향마저 지탱할 수 없는 <오발탄>의 이범선, 역시 같은 상황 속에서 생존과 성모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서기원의 <암사지도>, 치열한 작가 정신 속에 자유의 문제를 추적한 장용학의 <요한시집>, <현대(現代)의 야(野)>, 이문희의 <흑백>, 강용준의 <철조망>,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몇 번이나 판금과 해금을 계속한 최인훈의 <광장> 등 전쟁이라는 거대한 충격을 직접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인 소설들이 1950년대에는 주류를 이루게 된다.

독특한 풍자성의 남정현의 <분지>(糞地), 선우휘의 <불꽃>, 이호철의 <닳아지는 살들>, 전광용의 <꺼삐딴 리> 역시 소설의 세계와 그 소설을 생산케 한 환경이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 고등학교 <문학>(문원각)


■ 논제 해결

해방공간으로 도피 혹은 절규

제시문 (가)와 (나)는 모두 한 소설의 일부이다. 각 제시문에서 등장인물이 “가자!”라는 말을 하게 된 원인을 비교·분석하시오.(500자 안팎)

(가) “가자!”

철호가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가자는 것이었다.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정신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철호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삼팔선,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철호의 늙은 어머니에게만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 해도 난 모르겠다. 삼팔선.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제 고장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죽어도 고향에 돌아가서 죽고 싶다는 철호의 어머니였다. 그러고는,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게냐.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며 한숨과 함께 무릎을 치며 꺼지듯이 풀썩 주저앉곤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철호는

“어머니 그래도 남한은 이렇게 자유스럽지 않아요?”

하고, 남한이니까 이렇게 생명을 부지하고 살 수 있지, 만일 북한 고향으로 간다면 당장에 죽는 것이라고,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갖은 이야기를 다 예로 들어가며 어머니에게 이해시키기란 삼팔선을 인식시키기보다도 몇 백 갑절 더 힘드는 일이었다. 아니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했다. 그래 끝내 철호는 어머니에게 자유라는 것을 설명하는 일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렇게 되고 보니 철호의 어머니에게는 아들-지지리 고생을 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만은 죽어도 하지 않는 철호가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 늙은 에미를 잡으려고 공연한 고집을 피우고 있는 천하에 고약한 놈으로만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야 철호에게도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하늘이 알 만치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큰 지주로서 한 마을의 주인 격으로 제법 풍족하게 평생을 살아오던 철호의 어머니 눈에는 아무리 그네가 세상을 모른다고는 해도 산등성이를 악착스레 깎아 내고 거기에다 게딱지 같은 판잣집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이 해방촌이 이름 그대로 해방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두 내 나라를 찾았다는 게 기뻐서 울었다. 엉엉 울었다. 시집올 때 입었던 홍치마를 꺼내 입구 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꼴 좋다. 난 싫다. 아무래두 난 모르겠다. 뭐가 잘못됐건 잘못된 너머 세상이디 그래.” (중략)

철호의 어머니는 남한으로 넘어온 후로 단 하루도 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오던 그날, 육이오 사변으로 바로 발밑에 빤히 내려다보이는 용산 일대가 폭격으로 지옥처럼 무너져 나가던 날, 끝내 철호는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큰애야 이젠 정말 가자. 데것 봐라. 담이 홈싹 무너뎄는데 삼팔선의 담이 데렇게 무너뎄는데, 야.”

그때부터 철호의 어머니는 완전히 정신이상이었다. 지금의 어머니, 그것은 이미 철호의 어머니는 아니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그것이 철호 자기의 어머니일 수는 없었다. 세상에 아들딸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날부터 철호의 어머니는,

“가자! 가자!”

하고 저렇게 쨍쨍한 목소리로 외마디 소리를 지를 뿐 그 밖의 모든 것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있었다. - 고등학교 <문학>

(나) “해방촌.”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해방촌으로 가자면 차를 돌려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사는 줄지어 달려오는 자동차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자동차의 행렬이 좀 끊겼다. 운전사는 핸들을 잔뜩 비틀어 쥐었다. 운전사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철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S병원으로 가.”

철호는 갑자기 아내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운전사는 다시 휙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운전사 옆에 앉아 있는 조수 애가 한 번 철호를 돌아보았다. 철호는 뒷자리 한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차는 한국은행 앞 로터리를 돌고 있었다. 그때에 또 뒤에서 철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경찰서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철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이미 죽었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경찰서 앞입니다.”

철호는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버렸다.

“아니야. 가.”

“×경찰서입니다. 손님.”

조수 애가 뒤로 목을 틀어 돌리며 말했다.

“가자.”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허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운전사가 힐끔 조수 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사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철호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철호는 점점 더 졸려왔다. 다리가 저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 고등학교 <문학>

해결 방향

이번 논제는 같은 소설의 두 부분에서 서로 다른 등장 인물이 “가자”는 말을 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논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가자”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자”는 것은 자신이 처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즉, 그 말을 한 인물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만 있으면 논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제시문 (가)에 나오는 철호 어머니는 전쟁으로 월남하기 전에는 북한 지역에서 풍족하게 살았다. 해방이 될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던 그녀는 전쟁이 터지고 그 여파로 월남하면서 자신이 누리던 경제적·정신적 풍요를 모두 잃게 된다. 남한에서의 삶을 불행하게 느끼는 그녀에게는 ‘자유’보다는 ‘고향’이 더 소중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의 “가자”는 말은 현재의 불행한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 행복했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소망의 표현이다.

제시문 (나)에 나오는 철호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들의 불행 앞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계리사 사무실 외에도 봉양해야 할 노모와 어린 딸이 있는 집으로도, 숨을 거둔 아내가 안치된 병원으로도,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서에 붙잡힌 동생을 보러도 가야 한다. 한꺼번에 감당해야 할 여러 일들 앞에서 그는 택시를 탄 채 그 어느 곳으로도 가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나온 “가자”는 말은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의미로 추측할 수 있다. 또는 이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곳이 어떠한 곳인지 본인도 모른다는 점에서 결국 방향성을 상실한 스스로에 대한 절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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