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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충분한 이해’가 ‘훌륭한 설득’ 낳는다

등록 2009-12-13 14:47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국내의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정치, 경제,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닌 나는 신문을 봐도 제목 정도만 읽는 편이었는데 우연히도 그날 4대강 사업에 대한 논의를 보게 되었다. 당연히 나는 그 사업에 대한 반대론자의 입장이나 우려의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했었다. 이런 내가 4대강의 사업추진 안에 대해 처음으로 이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되자, 나에게는 정말 설득이 되고 동의가 되었다. 갑작스런 찬성론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잠깐이었을 뿐,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반박의 글을 보게 되자 나는 찬성론자에서 다시 급격하게 반대론자로 방향을 급선회하게 되었다. 그들의 말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대통령에게 더 설득력 있는 찬성의 논리를 들으면 다시 찬성론자로도 갈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설득의 국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성의 차원이 아닌 감정의 차원에서 나는 이미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속인 것은 분명히 아니겠지만 나는 속은 기분이 되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속은 기분이 되면 상대의 말을 다시 듣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대화의 목적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진실을 찾고,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그 결과 서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반대론자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패를 잉태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대통령이나 참모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론자의 입장을 몰랐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간과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끔 시도했지만 대부분 그 결과가 시원치 않았는데 그 이유도 이번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즉, 상대방을 이해하는 ‘대화’가 아니라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독백’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동시에 그 충정을 높이 사주고, 어떤 안이 더 좋은지 정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은 오히려 더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이러이러한 사유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런저런 것이다. 그분들의 환경에 대한 걱정,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도 정말 이해가 간다. 대통령과 정부는 쉽게 저울질이 되지 않는 이 사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고민만 하기보다는 과감한 도전 쪽으로 선택을 하려고 한다.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반대론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겠다. 국민들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설득했더라면 어땠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득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나에게 유리한 내용만 가지고 설득 전략을 짠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경우, 부모들은 내 주장에 맞는 사례를 수집하고 아이의 주장에 맞는 사례는 애써 외면하려 한다. 부모가 아이의 입장을 외면하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진심을 외면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겉도는 대화만 이어질 뿐이다. 먼저, 아이의 입장에 서서 본 것을 충분히 이해하자. 그리고 그것이 타당하면 수긍해주자. 그런 자세로 임할 때, 아이도 부모의 타당한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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